다음 생엔 손흥민

아이의 시선, 월드컵 이면의 남녀차별

by 북장

"다음 생엔 손흥민이 될 거야."


왜 그러는 거니 딸아.

요 며칠 손흥민, 축구, 월드컵을 입에 달고 살더니 갑자기 폭탄선언을 한다.






7살 딸아이가 축구와 손흥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월드컵 기간을 지나오면서부터였다.

아빠가 티브이를 붙잡고 계속 축구를 보고 있고, 남자 어른들은 모이면 월드컵 이야기를 했다.

가장 친한 친구 한 명은 손흥민의 축구복을 입고 등원을 하고, 유치원에 축구 놀이가 유행했다.


그녀는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의 이름을 외우기 시작했고 자꾸 질문을 했다.

'미안한데, 엄마는 누가 누군지 몰라.'

그녀는 선수들의 골 세리머니를 따라 하며 멋있냐고 자꾸 물어봤다.

'미안한데, 풋 하고 웃음이 나오고 귀엽게 보이네.'

그녀는 자기도 축구복과 축구화, 축구공을 사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안한데, 네가 정말 축구를 많이 하게 되었을 때 사줄 거야. 조기축구 아저씨인 네 아빠가 홀라당 축구공을 사줬지만 엄마는 그럴 거야.'

그녀는 자기도 친구 따라 축구 학원에 가서 축구를 하고 싶다고 강력하게 호소했다.

'미안한데, 날이 추워서 아직은 안 돼. 따뜻한 봄이 되고 그때까지 네가 축구를 하고 싶어 하면 보내줄게. 너 자꾸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친구 따라 학원 가려고 하지 말아 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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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커서 축구 국가대표가 되어 월드컵에 나가 손흥민처럼 되고 싶다고 했다.

'멋진 꿈을 생각했구나. 좋아! 네가 손흥민처럼 매일 축구와 관련된 노력을 한다면 넌 여자 월드컵에 나가서 뛸 수 있을 거야.'


이게 문제였다.



"왜 여자 월드컵이야? 난 손흥민 선수가 뛰는 월드컵에 나가고 싶은 건데?"

"왜 남자랑 여자랑 월드컵이 달라? 그냥 같이 뛰면 안 돼?"

"난 월드컵에서 손흥민처럼 되고 싶다고."


그녀는 울분을 토하며 울음을 터트렸다.

이해를 못 시키고 그 울분을 고스란히 받아야 하는 나도 울고 싶다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남자 경기와 여자 경기는 당연히 나뉘어 있어야 공평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체격, 체력, 대근육의 발달 등 남녀의 신체적인 차이가 너무 크다.

어른들은.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그래, 어른들만 차이가 크지 아이들은 아직 차이가 크지 않구나.

아이들 세상에서는 자기가 운동을 제일 잘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한 명의 인격체인데, 어른들 세상의 기준에 맞추려니 여자기 때문에 뒤로 밀리는 느낌을 받아야 하는 한 명의 아이일 뿐인 것이다.

딸아이에게는 분명한 차별, 서러움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이번 생엔 손흥민처럼 월드컵을 뛸 수 없다는 것에 체념했는지 그녀는 다른 선택을 했다.


"다음 생엔 손흥민으로 태어날 거야!"




변화에서 가장 힘든 것은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갖고 있던 틀에서 벗어나는 데 있다.
- 존 메이너드 케인스 -



사진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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