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IP란 개념이 어떤 쓸모가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콘텐츠 산업에서 IP라는 용어를 통해 서로 소통하기 시작했다. 특별히 정의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지 않고, IP라는 단어가 주는 직관적인 이미지를 소통의 어떤 매개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용어들은 도대체 어떤 쓸모가 있을까?
세상에는 수많은 ‘버즈워드(buzzword)’가 있다. 이들은 굉장히 부풀려진 단어, 즉 일종의 유행어들이다. 때로는 이런 ‘버즈워드’들이 덧없이 사라져 버릴 일시적인 개념이라는 점에서, 의도적으로 이 개념을 쓰는 것을 피하려는 분들도 있다.
콘텐츠IP도, 일종의 버즈워드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많은 이들이 쓰고 있고, 굉장히 빠르게 확산되었고, 명확한 정의없이 단어 자체가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버즈워드’는 그냥 지나갈 유행으로 보기에는 실질적으로 무언가 포착하고 있는 현상이 있다느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많이 쓰는 것은, 그 개념의 쓸모가, 즉 그 개념이 포착하는 현상이 갖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때, 본질적으로 ‘개념’이라는 게 무엇인가라는 것부터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개념이라는 것은 현상을 포착하는 사고의 기본 단위가 된다. 우리는 어떤 개념을 통해서 세상의 특정한 현상들을 포착하고, 이를 생각의 단위로 하여 사람들과 소통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어떤 일은 개념을 통해 포착될 때 언어를 통한 사람들과의 소통이 가능하게 된다. 즉, 사람들이 갑자기 특정한 단어를 많이 쓰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포착하고 싶은, 실제 이 개념을 통해 소통할 때 특히 더 잘 포착되는 어떤 현상이 존재한다는 징후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개념 자체 보다, 개념이 지시하는 어떠한 실체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콘텐츠IP란 단어가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2015~16년 정도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주로 게임 업계 정도에서 통용되던 단어였던 IP는 2016년을 지나며 애니메이션 업계 등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당시 정책연구기관에 근무하면서, ‘콘텐츠 지식재산’이란 단어로 이런 흐름을 정책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용어로 포착하기 위해 나름의 정의도 내려보고, 관련 보고서를 썼던 기억이 있다. 이러한 시기와 과정을 지나며, IP는 이제 다양한 콘텐츠 산업 분야와 정책 영역 등에서 활발히 사용되는 용어로 부상하게 되었다.
하나의 개념, 단어, 용어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는 것은, 이 개념의 쓸모에 대한 사람들의 동의가 확대되었다는 것이고, 이는 그 자체로 어떠한 ‘실체’를 구성해낸다. 이러한 언어적 구성의 순간은, 개념의 쓸모를 만들어낸 ‘전환점’과 관련되어 있다. 단어 자체를 이해하는 것보다, 이 단어가 포착하고 있는 변화 그 자체를 이해하는 것이 결국 이 개념의 ‘쓸모’라 할 수 있다. 즉, IP라는 단어를 어떤 식으로 정의하느냐 자체보다, IP란 개념을 통해서 사람들이 어떤 현상을 포착하고 싶어하는가에 더 주목해야 된다.
콘텐츠IP란 개념에 대해서 다소 부정적인 사람들은, 이 개념이 지시하는 현상이 그다지 새롭지 않다는 점에 주목한다. 예를 들어, IP의 의미가 ‘원천 콘텐츠’라고 한다면, 이러한 원작 개념은 과거에도 이미 있었던 현상이다. 왜 굳이 원작이란 표현 대신 IP란 개념을 써야 하는가?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 OSMU) 역시 마찬가지다. IP가 다양한 콘텐츠와 사업의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면, 그냥 OSMU라는 오래된 개념을 사용해되 되지 않을까? 그럼에도 굳이, 이런 기존의 단어 대신 IP란 개념을 사용하는 것에는 IP가 기존의 단어와는 조금 다른 현상 들, 혹은 현상의 이면을 포착하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우린 바로 이러한 ‘차이’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IP란 개념이 가리키는 콘텐츠 산업의 구조적 변화의 핵심은 무엇인가? 최대한 단순화한다면, 결국 ‘융합과 연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만화와 드라마와 영화 등 콘텐츠 분야 간의 거리가 꽤 멀었다. 지금은 이러한 경계가 약화되면서 점차 융합되어 가고 있다. 또, 기존에는 만화를 원작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면 각각의 거리가 멀었는데, 이제는 이들이 상호 연결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연결과 연계를 통해서 이야기의 세계를 확장해 나가는 것이 사람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하는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연계의 가능성이 산업에서 점점 더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도, 사람들이 IP란 개념으로 이 변화를 포착하고 싶어 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또 콘텐츠와 마케팅이라는 과거에는 구분되어 있던 영역의 융합과,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자원이 바로 IP라는 인식의 확산 역시 중요한 산업의 구조적 변화 중 하나다.
어떠한 개념이 갖는 의미는,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통해서 구성된다. 즉, IP의 정의를 정교하게 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우리가 이 IP를 통해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이다. IP라는 개념 넘어의 실체로서의 현상, 즉 콘텐츠 산업의 ‘판의 변화’ 자체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콘텐츠IP란 개념의 또 다른 ‘쓸모’ 중 하나는 IP란 개념이 ‘크리이에터 이코노미’의 핵심 요소로서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콘텐츠만으로 돈을 버는 게 쉽지 않구나라는 것은,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굉장히 빨리 체감하게 된다. 내가 만들어낸 콘텐츠가 직접적인 수익을 가져다 주지 않는 상황에서, 무언가 다른 방식으로 가치를 확장할 방법이 없을까?라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IP란 개념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사람들은 개별 콘텐츠에 대해서는 굉장히 합리적으로 고민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보다 쉽게, 더 많이 돈을 쓰는 경향이 있다. 지불 의시가 작동하는 방식이 다른 것이다. 즉, 우리는 IP라는 단어를 통해, 사람들이 콘텐츠와 관련된 무엇인가에 대해서 지갑을 열게 되는지, 그 방식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IP개념이 갖는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바라트 아난드 교수는 ‘콘텐츠의 미래’라는 책을 통해서, 콘텐츠가 갖는 가치의 핵심은 ‘연결’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콘텐츠는 연결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나온다는 것이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콘텐츠는 창작자와 이용자와의 연결을 만들고, 또 이용자들 간의 상호 연결도 만들어낸다. 즉, 콘텐츠를 좋아하며 즐겼던 사람들 사이의 연결을 통해 새로운 커뮤니티의 구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연결의 가치가 크다면, 사람들은 바로 이러한 연결에 대해서 비용을 지불을 한다. 콘텐츠IP는 바로 이러한 연결과 수익화의 거점이다.
앞으로 이어질 일련의 글들 준비하면서, 콘텐츠에서 ‘IP비즈니스’로 ‘성장’한다라는 키워드를 핵심으로 제시하고자 했던 것은,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이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을 넘어서 이 콘텐츠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가치를 통해, 비즈니스 차원으로 성장해 나가는 방향들을 고민해보자, 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었다. 이때, 주목한 중요한 화두는 습관이라는 단어다. 예를 들어, ‘좋은 습관 연구소’라는 출판사는 습관이라는 키워드로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들의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콘텐츠들을 연결하고 묶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글과 앞으로 이어질 글들도, 바로 이러한 ‘습관’이라는 키워드로 콘텐츠IP를 바라본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통해 나온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습관에 대해서 사람들이 주목하는 이유는 이를 통해 내가 과거와는 ‘다른 나’로 변화할 수 있고, 지금보다 스스로 더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론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닝 루틴’이나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같은 행위를 이어나가는 것도, 각자의 삶에서 어떠한 반복을 만들고, 이를 통해 습관을 만드는 것을 통해 지금보다는 더 나은, 더 좋은 ‘나’가 될 수 있다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IP를 일종의 습관의 관점, 즉 성장의 관점으로 살펴보자. 콘텐츠IP의 ‘쓸모’를 고민하는 사람은 전문적인 영역에서 크게 두 방향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있다. 이들은 콘텐츠를 만들고, 이 콘텐츠가 앞으로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을 한다. 다른 한편에는 마케터들이 있다. 이들은 내가 가지고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사람들이 이를 좋아하게 만들기 위한 수단이 무엇이어야 할지를 고민한다. 바로 이러한 접점에서 콘텐츠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산업 변화의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이때, 크리에이터도 콘텐츠를 통해서 성장하고 싶어한다. 그것이 경제적 성장이든, 자아의 성장이든, 크리에이터로서의 성숙이든, 크리에이터는 콘텐츠를 통해서 성장을 기대한다. 마케터도 결국은 자기의 성장을 위해선 콘텐츠를 알아야 한다. 단, 같은 콘텐츠라는 말을 쓰고 있지만 이들 각자가 실제로 상상하는 콘텐츠의 단위는 서로 다를 수 있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개별 콘텐츠를 상상할 수도 있고 마케터 입장에서는 개별 콘텐츠 보다는 그 콘텐츠들이 만들어낸 연결 자체에 더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이때, 이러한 서로의 차이를 조율할 수 있는 핵심 개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활용된 개념이 바로 콘텐츠IP라 할 수 있다.
습관의 눈으로 IP와 콘텐츠를 바라보기 위해선, 보다 나은 단계로의 성장이란 방향성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운동을 하더라도, 근육량을 늘리기 위해선 익숙한 단계를 넘어서 운동의 부하를 높여야 한다. 안정적인 위치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어떤 도전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콘텐츠를 통해서 스스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자체 만을 생각하는 단계를 넘어서, 콘텐츠가 실제로 만들어내는 더 확장된 비즈니스의 가치를 상징하는, 콘텐츠IP에 대한 이해를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는 콘텐츠, IP비즈니스란 결국 연결의 힘으로부터 나온다는 본질을 뚫어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콘텐츠IP라는 개념이 갖는 쓸모란, 변화를 포착할 수 있는 훈련된 시야를 확보할 수 있게 해주는 힘에 있다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이러한 변화의 일부를 IP라는 IP라는 개념으로 이해해보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의 목표는, 바로 이러한 IP라는 ‘렌즈’를 통해서 변화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단어 자체보다 단어가 결국 지시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크리에이터로서 또 마케터로서, 콘텐츠가 만들어내는 연결이 어떤 방식으로 가치를 만들어내서, 그것이 나의 성장이란 결곽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앞으로 이어질 글들을 통해, 콘텐츠IP라는, 산업의 변화를 포착하는 렌즈를 가지고, 함께 고민하고서 공부하며 성장하기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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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IP에 대한 이해, IP비즈니스의 의미에 대해서 앞으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본격적인 이야기의 첫번째 영상에서는, 콘텐츠IP라는 개념을 쓰는 실제 이익, 즉 쓸모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