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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하 Apr 04. 2024

옆 집 아이로부터 내 아이 지키기

초등 수학

초등학교에도 수학 문제집이 있다는 것을 작년 아이의 입학으로 처음 알았다. 지인이 디딤돌 수학 문제집을 줘서 알았다.

반가움 반, 놀라움 반의 마음이었다. 나의 학창 시절에도 함께했던 친구라 너무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과 어린 꼬맹이들한테도 수학 문제집이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의 놀라움이었다. 그래도 처음 문제집을 펼칠 때는 귀여웠는데 넘기면 넘길수록 그 난이도는 귀엽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수학을 포기하는 수포자가 생긴다는 말을 듣고, 초등 수학 문제집을 분석해 놓은 블로그들을 보았다. 문제집이라도 풀어야겠구나 엄마 마음이 요동쳤다. 난이도가 꽤 여러 가지로 나뉘었고 그중 최고 어렵지는 않지만 적당히 난이도 높은 것으로 골라 구매했다. 돌이켜보면 '초등 수학이 얼마나 어렵겠어?' 얕잡아 보는 마음과 '우리 애 이 정도는 하겠지?'라는 도치맘의 생각이었다.

결과는 어리석은 판단이었다 하하


이제 100, 200 세 자릿수를 알아가는 아이에게 157+79를 암산해라는 식의 막무가내였다. 걸음마 하는 아이에게 뛰라고 강요했으니, 이거 원! 아이는 어려워했고 가르쳐 주면 이해를 하고 따라오기는 했으나 나중에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풀면 또 생소해했다. 무엇보다 하면 할수록 흥미를 잃어했다.

그리고 나는 하면 할수록 한숨을 쉬고 있었다. 무언가 잘못된 가고 있음을 느꼈다.


"이제 산수 배우는 애를 데리고 수학 가르쳐 준다고 무엇을 한 거지?"


"수학도 문해력이다, 산수보다 수학이다, 수학도 레벨테스트가 있다, 수학 학원, 학습지 안 하는 사람 너밖에 없다."


주변의 숱한 말소리에 잠시 홀렸다. 주변의 말을 듣느라 정작 내 아이를 보지 못하고 밀어붙이고 있었다. 아이한테 참, 미안했다


내 아이를 행복하게 하려면 옆 집과 교류를 끊고 귀를 닫으라 하는 육아 명언이 생각났다. 정신 차려야 하는 순간이었다.


아예 수학 문제집을 풀지 말까 고민했다. 그러나 요새는 교과서를 집으로 가져오지 않기 때문에 도무지 학교에서 뭘 배우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수학 문제집 중 가장 기본 편으로 새로 구매했다.


아이는 학교에서 이미 같은 문제 풀어봤다며 쉽게 진도를 나갔고, 크게 어려워하지 않았다. 스스로 풀어 해결해 나가는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 같았다. 서서히 자신감이 올라오는 게 보였고, 문제집을 피는 것을 기피하지 않았다.


'그래, 이거면 되지.'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게 재미있다면 계속하면 된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받으며 흥미를 잃는다면, 지금은 안 해도 된다.


공부와 인생은 장기전이고 초반 스피드가 중요한 게 절대 아니다.


단지 엄마인 내가 느끼게 해 주고 싶은 것은 그날의 할 일을 그날 끝내는 것! 그리고 재미를 느끼는 것. 물론 잘해야 재미있겠지만 ㅋㅋ

티 안 나지만 인생 가장 꾸준할 수 있는 습관을 키워주고 싶다. 우리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무수히 닥칠 '누구는 이거 한다더라' 옆 집 아이와 비교 후에 곧 정신 차리고 내 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현명한 엄마가 되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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