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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하 Jun 21. 2024

반팔 면티와 남방 in summer

옷 스타일이 비슷한 사람을 마주했을 때

 그 친구는 한 여름에도 꼭 기본 반팔을 입고 셔츠를 입었다. 어렸으니 셔츠보다는 남방이라는 말이 어울리던 나이.

 흰 색, 연노랑, 네이비. 흰 기본 반팔을 입고 여러 색상의 기본 반팔 남방을 주로 입었다. 남방은 빳빳하게 다려져 있었다. 후즐근한 면티가 아니라 빳빳한 남방이 보기 좋았다. 더웠고 젊음 만으로도 열기가 다분했던 시절에 굳이 면티에 남방까지 겹쳐 입고 다니는 친구는 거의 없었다.그래서 더 인상깊었을까.

 아주 어린 어린이였을 시절에는 한 번쯤 머리를 8:2로 나누어 깔끔히 셋팅한 사진이 있었으리라 싶은 그런 친구였다. 귀엽고 똘망거리는 어린이. 분명 엄마의 손 끝이 많이 닿아있는 아였으리라.

 

 땀이 많이 나는 운동을 해서 더울 때는 남방을 벗기도 했다. 흰 면티만 입어도 깔끔해보였던 것은 오래된 모습이어서일까, 기억이 미화된 것일까.



 십 년만에 친구를 보았다. 만난 건 아니고 보았다. 친구는 검은 면티를 입은 채 쓰레빠를 신고 분홍 킥보드를 끌고 있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인간적인 모습에 동병상련의 느낌으로 당황스러움 반 웃음 반. 인사를 해서 놀래켜줄까하는 마음 반, 나도 초췌하니 조용히 지나칠까하는 마음 반.


 빳빳하게 다려 입은 그 옷은 친구 엄마의 솜씨였으리라 이제 와 당연한 생각이 든다. 후즐근해보이던 지금의 모습은, 인간적이네.


 친구가 즐겨입던 차림과 같은 스타일의 사람을 마주치면 문득 떠오른다. 이런 취향 또 있네. 풋, 반가워.  올해는 폭염이 어마무시힌다던데, 아직도 겹쳐입고 다닐런지. 멋쟁이처럼 보이려면 단추는 풀어야하는데 그런 센스는 없는 범생이 스타일이라서 더 정겨웠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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