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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하 Jul 30. 2023

정장 나눔으로 MBC 인터뷰

열린 옷장 정장 나눔


 몇년 전 휴직 기간 동안 집 안의 많은 물건을 정리했다. 그 중 하나가 "첫 정장" 이다. 입사 이후에는

10년이 넘도록 한 번을 입어본 적 없는 그런 옷. 옷장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잊혀져 가던 존재지만

차마 버릴 수가 없는 그런 존재. 추억 때문에 보관하는 일종의 그런 물건이었다, 정장은.


 그런데 비움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예전을 생각하며 입어 봤는데 충격스럽게도 안 맞았다. 입을 수가 없었다. 체형의 큰 변화가 없다 생각했는데도 치마와 자켓 모두 잠겨지지가 않았다. 잠시 많이 얼떨떨함과 함께 놀랐지만 곧 정신을 차렸다. 정장을 계속 보관하면서 안 맞아 슬퍼하기 보다는 이 옷의 기운을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게 더 값진 일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예전 TV에서 지나치듯 봤던 정장 기부를 검색하고 "열린옷장"이란 곳에 바로 정장 기증을 신청했다.


 며칠 뒤 노란 박스와 A4 종이가 왔다. 정장 받으실 분에게 전해질 메세지를 적으라는 안내문이 있었다. 정리에 박차를 가하던 시기라 신속히 포장하고 부랴부랴 쪽지를 적어 보냈다. 홀가분하면서도 약간의 섭섭함이 남았다. 옷에 함께 한 20대의 추억이 고스란히 떠올랐다. 열정이 가득하던 시기에 희망을 담보로 현실을 맛보던 시기였다.



 다시 보니 내가 쓴 편지 같지가 않다 하하. 아이 자고 있는 틈에 얼른 써서 보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두서없이 써 내려간 편지인데, 그래도 진심이 담겨 있어 다행이다. 두 달 지났을 무렵, 열린옷장에서 연락이 왔다. 옷을 받으신 분에게 좋은 소식이 있다고 기증자인 나에게 감사드린다고. 진짜인지 확인할 길은 없었지만 정말 기운이 전해진건가 싶은 마음에 내심 연락해주셔서 감사했다.




 그걸로 끝인 줄 알았던 인연은 그 해 늦가을 쯤 또 다시 "열린옷장" 이름으로 온 연락으로 다시 이어졌다. 이번에는 MBC 작가라고 했다. 스팸인 줄 알았는데 "열린옷장"에서 내 연락처를 받았다며 문자를 보냈다. 알고보니 연말 특집으로 "나눔"에 대한 프로그램 기획 중인데 그 중 열린옷장의 정장 나눔이 한 부분으로 방영 예정이라고 했다. 열린옷장 단체에 연락을 해 보니 내 연락처를 주면서 인터뷰 할 사람으로 추천했다고 했다. 오잉? 당황이 하늘 끝까지 올라가서 작가분 검색도 해보고 프로그램 검색도 해 보았다. 그리고 사실이길래 얼떨결에 TV에 출연을 했다.



 정말 다시 생각을 해 봐도 좋은 기운이 있는 정장이다. 나에게도 좋은 취업의 성공을, 정장을 받으신 분에게도 취업의 성공을, 그리고 끝까지 나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즐거운 이벤트를 만들어줬으니 말이다.


 올 여름 브런치 작가 승인이 되고, 글 몇 편 올리다가 그 중 몇 편이 포털 첫 페이지에 올랐나보다. 하루 아침에 조회수가 만 단위를 넘겨 올라가다보니, 약간 초심자의 마음이 생긴다. 설렘, 두려움, 막막함, 기대감 등등. 마치 꼬꼬마 대학생이 정장 입고 어른 흉내 내며 면접 보러 다니던 그 시기. 회사만 가면 정장 입고 생활하는 줄 아는 그 시기. 하하. 지금의 내가 그렇다. 나의 소중했던 20대를 다시 되돌릴 순 없지만 함께했던 열정을, 노력을, 인내를, 자신감을 현재 20대에게 나눔하고 싶다던 마음은, 결국 돌고 돌아 지금의 나에게도 다시 나누고 싶다는 울림이었다. 20대만큼 찬란한 30대 40대 그 이후의 삶이 되기를, 인생 한 번 재미있게 잘,,, 놀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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