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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mmel Apr 20. 2024

1. 들어가며

'나'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LED 생산에 필요한 소재 중 하나를 납품하는 회사로, 이 곳 영업관리부서에서만 10년째 근무하고 있다. 회사 이름을 말해도 어떤 회사인지 모르기에, 누군가 나에게 어디 다니냐고 물을 때 대충 반도체 중견회사에 다니고 있다고 둘러댄다. 그러면 열의 다섯은 대단하다고 추켜세우지만, 정작 나는 반도체는 잘 모르는 영업과장이다. 물론 적당히 잘 모릅니다하고 넘기지만 입사교육 때 반나절 정도 들었던 반도체 원리를 몇 마디 건네면서 겸손한 전문가인양 굴 때도 있다.


주식은 여태껏 모르고 살아왔는데 옆팀 과장이 미국 주식이 그렇게 좋다고 두달 전부터 자꾸 떠들어대길래 나도 증권 계좌를 하나 다.


나름 반도체 업계에 종사하니, 즘 핫하다는 그래픽카드 주가를 살펴본다. 역시나 오르기만 한다. 뉴스를 살펴보니 요즘에는 데이터센터에서 수요가 더 많댄다. 가를 보고 있자니 자꾸 올라가는게 사람을 초조하게 만든다. 어어 하다보니 어느새 모아 목돈 8천만원 전부 써버렸다. 이래도 되나 싶을때 벌써 손익분기점을 넘는게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이틀이 지난 오늘 수익률이 벌써 3%를 넘겼다. 옆팀 과장놈 말을 진작에 들을걸 후회가 되지만, 어찌되었던 잘되었다 싶다. 고객사 전화를 마치고, 슬쩍 뉴스를 보니, 속보가 가득이다. 전쟁이라도 났나 싶어 보니 이스라엘이 이란에 미사일을 발사. 라고 덩그러니 한줄만 쓰려져 있다. 글이 짧으니 왠지 더 무섭다. 어휴. 손흥민이 이번에도 잘했나 스포츠 뉴스로 넘기는데, 등골이 서늘하다. 내 주식은?


국내지수나 해외지수나 파란불이 가득하다. 계좌에는  이미 10% 넘게 손실 중이다. 아뿔사. 이게 무슨일이꼬. 정규장이 아니라 그런지 매수, 매도 호가 차이가 퍽이나 벌어져있다. '내 돈'을 속으로 외치곤 어쩔 수 없이 헐값에 남아있는 주식을 모두 처분한다.


고요해진 계좌를 보며 무슨일이 있었던건가 다. 잔고가 크게 줄어든 것을 보며 냉정한 현실을 깨닫는다.  나의 시간에 이미 손실은 천만원 넘어가 있었다. 이 돈이면 마누라가 그렇게 졸라대던 유럽여행을 갈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한참을 밖에서 서성다.


속보가 완만히 정정되어가면서, 시장의 공포가 차츰 가라 앉는듯 보인다. 급락한 주가도 차츰 올라가는게 슬슬 전 생각이 든다. 목명으로 검색하다보니 레버리지 ETF라는게 보인다. 잘 모르겠지만 같은 주식보다 수익을 두 배로 불려준다고 들었던 것 같다. 익이 두배면 실도 두 배인가? 당연한 소리를 되새기다 이미 저점이 아니겠는가 싶어 내지른다. 수한 이후 다행히 주가는 오르고 있. 내 선택에 만족해하며 미소를 지다.




마침 오늘 팀 회식이 있어 잘 안가던 2차까지 가서 진탕 술을 마셨다. 주식 얘기가 나오면 왠지 어깨가 으쓱해졌다. 차트는 잘 모르지만 모멘텀을 따라가야한다고 슬쩍 조언을 해봤다. 술기운이 잔 오른 상태로 택시 뒷자리에서 창밖을 바라본다. 오늘따라 밤 거리가 아늑하다. 본전은 다 찾았으려나 싶어 주섬주섬 드폰을 꺼냈다.


술기운 때문인지 어플 내 숫자들이 온통 파랗게 보인다. 하단에 뜨는 뉴스에는 금리 인상 가능성... 대규모 차익실현 같은 단어들이 눈에 들어온다. 택시가 신호를 놓쳤는지 급정거 한다. 갑자기 멀미가 난다. 괜찮아요 손님? 뉴스에 내 주식이 언급된다. 20%가 넘는 대 폭락... 술은 이미 다 깨버렸다. 20%면 얼마나 손해지 침이 꼴깍 넘어가는데, 오늘 낮에 손익이 두배가 되는 레버리지 ETF로 바꿨다는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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