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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mmel Apr 28. 2024

3. 기본원리 : 이론화의 범위

지금으로부터 40억년 전, 태양계 내에서 지구가 생겨난지 6억년 가량이 지났을 때, 그 날 오후는 여느때와 다름 없이 뜨거웠다. 하늘을 보니 아지랑이가 하얗게  피어오르는  태양의 표면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화성만한 원시행성(protoplanet)이 지구와 충돌한지 이제 약 1000년이 지났지만, 아직 기온은 1650도에 달했다. 그래도 충돌했을 당시보다는 350도 가량 낮아졌기에, 마그마가 예전처럼 바다를 이루고 있지는 않다.  


지금의 적도 부근에 직경이 10미터에 달하는 바위 두 개가 약간의 간격을 두고 나란히 놓여 있었다. 한쪽 바위는 지구로 충돌한 원시행성의 잔해이고, 다른 한쪽은 지구 지각의 일부였다. 하늘에서는 아직도 유성이 빈번하게 내려 꽂기에 두 바위는 다시 언제 쪼개져 팅겨 나갈지 모른다.


바위에 이렇게 많은 관심을 기울인 적은 거의 없지만, 세계를 이해하고 싶었던 관찰자는 이 상황을 설명하는 이론을 만들고 싶어한다. 사실 그는 얼른 이 바위를 해석해내고 원래 관심사였던 지구, 태양, 우주로 나아가고 싶어한다. 우주에 대한 이론도 완성된다면, 앞으로 39.9억년 이후에 등장하는 인류에 대해서도 완전한 이해가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는 두 바위 지긋이 살펴본다. 왼쪽에 있는 바위는 규소가 60%를 차지하고 있고, 알류미늄과 철이 각각 15%, 7%를 구성하고 있다. 오른쪽에 있는 바위는 규소가 50%, 알류미늄과 철이 각각 15% 정도로 조합되어 있다. 그랬다. 두 바위는 각 원소들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조합비에 차이가 존재할 따름이었다. 두 바위 사이의 빈 공간에는 산소, 질소 등의 원소가 띄엄띄엄 위치하고 있었다. 그는 시야를 온 우주로 확장한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빈 공간과 118개의 원소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는 무릎을 치면서 처음으로 세상을 이해했다고 생각했다.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던 관찰자는 대기 속 원소들이 끊임 없이 움직이고 있고, 대기 넘어 우주에 위치한 행성, 은하들 역시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는 그것들의 구성요소를 모두 파악하고 있었지만,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는 이해했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구성 뿐만 아니라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알아야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관찰자는 다시 고개를 돌려 개의 바위를 바라본다.


두 바위 모두 아래 지면을 향한 힘에 노출되어 있었다. 자세히 보니 두 바위 사이에도 약하지만 끌어당김이 존재했으며, 그 크기는 약 0.13N 정도였다. 눈을 가늘게 뜨고 살펴보니 바위에는 중력과 함께 전자기력, 약력, 강력도 존재했다. 그는 외부 충격이 있을 때 바위의 움직임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는 다시 한번 무릎을 치면서 세상을 이해했다고 생각했다.


우주까지 이해했다고 믿었던 관찰자는 시점을 49.9억년 이후로 옮긴다. 인류는 지구에서 가장 번성한 종이 되어 있었다. 그는 들어가며의 '나'를 관찰한다. 반도체 중견회사에 들어가 주식 투자를 하다 가지고 있는 재산의 절반 가량을 잃어버린 아저씨는 관찰자가 보기에도 영 매력이 없어 보였다. 관찰자는 '나'가 주식투자를 하기 전, 그 투자가 성공할지 실패할지 예상하고자 했다. 관찰자는 우주의 원리를 이해하고 있었기에, 반드시 예상할 수 있어야 했다고 믿었다.


그는 주식이 투자되기 일주일 전부터 지구에서 벌어진 모든 사건들을 관찰할 수 있었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진 중동 분쟁이 수습 국면이 되고, 다시 반대편 미국에서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할 때, 투자된 미국 주식만 3표준편차를 벗어난 하락을 보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관찰자는 다시 자신이 온전히 세상을 이해하지 못하다고 느꼈다. 세상에 대한 이론을 만들고 싶었던 관찰자에게 완전한 예측가능성을 포기해야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사실 49.9억년 전의 세상을 이해했다고 믿었던 그도 양자 단위의 미시세상에 대해서는 예측가능성을 슬쩍 포기한 상태이긴 했었다. 그럼에도 거시세상에 있어서는 온전한 이해가 가능했다고 자신했었다. 하지만, 특정 단위 사건에 대한 민감도가 일반적이지 않을 수 있는 고등 생명체들이 등장하며 그는 예측가능성을 충족하는 세상에 대한 이론은 존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뇌 속의 뉴런의 움직임을 볼 수 있었지만, 뉴런의 전기 신호 움직임에 무작위성이 내포되어 있었다.


무작위성이 거시세계에도 등장하면서, 관찰자는 세상에 대한 단일한 이론화는 포기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관찰자는 단일한 체계로 세상을 이해하고 싶었다.


그는 다시 원점에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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