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라는 간식은 좀 오묘한 구석이 있다. 아기들이 가지고 노는 작은 고무 장난감 같은 모양에, 누가 봐도 인공미가 넘쳐나는데, 입안에 넣기에 거부감이 생기지 않는다. 특별히 영양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포만감을 주는 것도 아닌데 질겅질겅 씹고 있으며 기분이 좋아진다. 한마디로 무쓸모이지만 자꾸 찾게 되는 이상한 존재라는 얘기다.
P는 하리보의 팬이다. 중년의 남성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아이템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래도 P는 하리보에 본능적으로 반응한다. 편의점 안을 휘휘 걷다가 하리보가 보이면 불가항력적 힘에 이끌려 하나 집어 들게 되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골드베렌을 가장 많이 선택하지만 때때로 특이한 모양에 이끌려 다른 녀석들을 집어 들기도 한다.
지렁이 모양을 닮은 Worms, 모양은 불쾌하지만 두가지 맛을 한번에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상단은 딸기 맛, 하단은 파인애플 맛이 조합되어 있는 식이다. 가끔 Worms를 줄에 달아 낚시를 하면 화려한 색에 홀린 물고기가 낚이지 않을까 하는 이상한 상상을 하기도 한다.
Happy-Cola를 집어들 때도 있다. 평소 콜라를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지만, 작은 콜라병에 시큼한 Zourr 알갱이가 잔뜩 묻어있는 Happy-Cola는 기분을 상쾌하게 해준다. 실제 콜라를 병째 와그작 씹어 먹는다면 분명 하관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겠지만 Happy-Cola로는 엇비슷한 경험이 가능하다.
여러 가지 모양의 하리보가 있지만 시그니처는 역시 골드베렌의 곰 모양이다. 짧은 팔과 다리를 직각으로 세우고 어정쩡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 자못 귀엽다. 이 곰돌이 모양은 1922년 어느 날 지역 축제에서 춤추는 곰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웃으며 즐거워하는 장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한다. 두 팔과 양다리를 앞으로 들고 있는 곰 모양의 과일 젤리를 만들고 댄싱베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하리보의 시작이다. 축제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는 그 당시 곰의 심정도 과연 즐거웠을까 싶긴 하지만, 곰 모양의 알록달록한 젤리는 분명 사람들의 마음을 유쾌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
생각해 보면 P가 가장 젬병인 분야는 웃음이다. 웃음이란 가벼운 스몰토크, 혹은 계획된 스토리텔링으로 누군가에게 피워내는 것인데, 나름 달변가라고 자부하는 P에게는 유머로 웃음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부재하다. 그리고 스스로 머릿속에 무언가를 떠올리며 만면에 웃음 짓는 일도 드물다. 삶 자체가 팍팍하기 때문인지, 웃음을 짓게 만드는 내부 자극의 임계치가 높은 것인지 P로서는 알 도리가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건, P는 선천, 혹은 후천적으로 웃음이 결여된 인물이라는 점이다.
특별히 접점도 없고, 쓸모를 느끼지도 못하는 하리보라는 브랜드에 P가 애착을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하다.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없는 웃음을 하리보라는 초월적 귀여움을 지닌 자극제를 통해 충전하려는 본능. P는 하리보 곰돌이를 질겅질겅 씹으며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