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책 구경하기 by '이기적 나무늘보' 쌤 관점
"나는 어려운 일을 할 때 게으른 사람을 선택한다. 왜냐하면 게으른 사람은 그 일을 해낼 가장 쉬운 방법을 찾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 빌 게이츠
안녕하세요. 공부하는 게 너무 싫고 영어로 공부하는 건 더 싫은 국제학교 영문학 교사입니다. 공부와 늘 함께 살지만 학생들처럼 귀찮고 하기 싫지만 그럼에도 정신 건강에도 좋고 제 인생에도 도움이 된다는 건 너무나 잘 알기에 이 일을 계속하고 있는 '이기적 유전자'를 장착한 교사입니다.
"진보는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무언가를 더 쉽게 할 방법을 찾으려는 게으른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 로버트 하인라인 (미국의 SF 소설가)
이기심과 귀차니즘은 진보를 만들어가는 동력 중 하나죠. 이기심과 귀차니즘은 다른 개념이기는 하지만, 스스로에 지칠 때는 둘 다 발동된다는 점에서 동질성을 같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나의 귀차니즘은 타인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생존을 위한 치열한 전투가 아닌 포기 또는 양보를 낳는다. 그런 점에서 적당한 당신의 게으름을 찬양합니다. 귀차니즘은 생존을 위한 휴식을 야기하지만 때론 생존을 위한 이기심을 발동합니다.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율을 편하게 얻을 수 있을까요? 이러한 생각에서 나의 이 동네 구경하듯 떠나는 산책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대학이나 회사에 지원할 때. 심지어 어색한 소개팅을 할 때 그냥 문득 질문을 받는다. 가장 감명 깊은 책은 무엇인가요? 난감하네요. 책 읽기도 귀찮은 요즘. 책은 이미 종이보다는 전자문서가 상용화된 지 오래이고 중고등학교 교과서는 전자도서화되어 발행되기 시작했습니다. 책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미는 더욱 쇠퇴되기 시작했습니다. 종이냐 전자활자냐의 문제를 넘어서서 책이라는 것의 존재의미마저 퇴색해지는 이 시점에 아이러니하게도 더욱 부모들은 어린 자녀의 핸드폰과 TV를 멀리하게 하는 '정신적 격리'를 시도합니다. 그 격리 속에 독서는 늘 중심에 놓여있습니다.
다시 이기적 존재자로서의 책 읽기에 대해서 이야기하려 합니다. 저는 책에 대한 진지함을 이 글에서 거부하려 합니다. 첫 번째는 제가 싫습니다. 인생의 책이라면 적어도 가볍게 삶을 튕겨보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두 번째. 학생들이 싫어합니다. 가뜩이나 이 책을 다룰 때는 과제나 시험과 연관되는 것인데 이미 처음부터 무거워버리면 더 질색하니까요. 세 번째, 제 가슴에 그리고 당신에 가슴에 팍 남는 잔흔이 있도록 만들려면 인상에 남는 시선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이 마실 가기가 진짜 책 읽기로 이어지는 의미가 생기니까요. 네 번째, 혹시나 이 글을 읽고 대학이나 취업 지원서에 짐짓 전체를 읽어본 체하고 썼다가 면접관이 질문이라도 하는 찰나에 재빠르게 기억이 나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테니까요. 저는 효용성 측면에서도 늘 고민하는 '이기적 유전자'쌤입니다. 여러분의 효용성이 아닌 제 효용성 측면에서 제 시선이 여러분에게 필요 있어서 자주 제 글을 읽고 호응을 해줄 거라는 이기심에서 입니다.
나무늘보를 바라보며 정신적 힐링을 느낍니다. 여러분들은 나무늘보처럼 가만히 느리게 움직이거나 눈만 껌뻑여도 됩니다.
그럼에도 이 산책을 해야 하는 이유는 정신적 힐링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력서에 쓸 한 칸 혹은 첫 소개팅 자리에서 할 말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도 있습니다. 책 이야기가 통하는 것만큼 정신적인 교감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보다는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TV와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책을 읽히게 하는 그 이유, 그 사랑의 마음을 성인이 된 여러분 자신에게 적용해 보야야 하는 이유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영미문학으로 읽으면 영어도 함께 봐야 해서 어차피 '느리게 읽기'가 가능해집니다. 그래서 더욱 좋습니다. 한글로 읽으면 후루룩 짭짭이 되어버려서 한 문장 한 글자 음미할 시간도 없어 삼켜버리고 사라집니다. 뭘 했는지 기억도 못할 수도 있죠. 하지만 영어라는 '외계어'가 가미되면 이중의 씹기가 들어가서 꺼끌 거리지만 느림의 정도는 더욱 가중되어 천천히 더욱 느려집니다.
세 번째 이유는 명상과 같은 비움이 가능해집니다. 머리에 공명을 주는 시간이 주어집니다. 책 읽기는 명상과 유사하다고 합니다. 뇌와 책 사이의 간극이 주어집니다. 읽는 방식에 따라 다른 공명을 주기도 합니다. 어떤 이는 속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읽어가며, 또 어떤 이는 문장을 통으로 이미지화해서 흡수하며 빠져들기도 합니다.
네 번째 이유는 '시공간 초월'입니다. 이것은 모든 책이 가능하게 하는 장점입니다. 책 읽기가 좀 수월해지면 나는 어느 순간 글 속의 존재를 바라보는 전지적 작가시점이나 관찰자 시점이 되어 글을 내려다봅니다. 그 공간에 투영되어 있는 것이죠. 좀 더 감정이입이 강한 사람이라면 내가 그가 되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다른 차원에 정신적인 자아가 있다는 것은 '유체일탈'이 되어 영적 해방감을 주게 됩니다. 책이 주는 힐링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는 영화나 드라마, 또는 웹툰이 주는 요소와 일부 겹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스스로 이미지를 생성한다는 측면에서 좀 더 자기 주도적 힐링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