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게? 아니면 영혼 없게? 들리는 센티멘탈리즘의 부재
니콜라이 카푸스틴이라고 들어보셨는지 모르겠다. 필자도 알게 된지 얼마 안되었는데 우크라이나 태생으로 마치 재즈처럼 들리는 클래식 음악을 작곡한 20세기 음악가이다.
재즈를 클래식에 접목한 작곡가로 조지 거쉬인이 잘 알려져있는데, 거쉬인의 '랩소디 인 블루' 같은 작품을 들어보면 재즈 뿐만 아니라 흑인 영가의 호소력 짙은 끈끈함이 느껴지는 반면, 카푸스틴의 피아노곡은 그보다 좀더 가볍고 발랄하다고 해야할까, 심각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건조하고 통통 튀는 음악을 들려준다. 혹자는 행복하다고 표현할 것이고 혹자는 영혼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표현할, 이런 감상적 정서 sentimentalism의 부재는 카푸스틴의 음악의 가장 독특한 특징으로 보이는데 개인적으로 후기 낭만주의 음악을 좋아하는 나에게 그리 입맛에 맞는 작곡가는 아니었다 (그러나 건조한 세련됨이 있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근현대에 와서 클래식이 한계에 부딪히고 과거의 레파토리를 재탕 삼탕하고 있는 마당에 진부해져가는 클래식에 재즈라는 완전히 다른 쟝르의 음악을 접목하려한 시도는 무척 참신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더우기 현대음악의 경우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이론과 철학으로 음악듣기를 더 어렵게 만들어가는 반면, 카푸스틴은 재즈와의 교류를 시도함으로써 대중적인 느낌이 나는(물론 연주하기는 엄청 어렵다고 한다) 음악을 창조한 점은 높이 사야한다고 본다.
카푸스틴은 생전에 자신의 음악이 결코 재즈가 아니라고 말했다고는 하지만(재즈처럼 즉흥연주가 아니라 모든 음표와 악상부호가 악보에 기재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즈적인 리듬과 화성(스윙, 그루브 등이 사용되었고 불협화음이 많이 나온다)이 카푸스틴의 곡을 재즈 클래식이라고 부르기에 모자람 없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링크는 손열음의 카푸스틴 '8개의 연주회용 연습곡' 작품번호 40 중 서곡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79HMSGRnP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