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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료코홀릭 Jul 17. 2017

#2. 여행의 시작

크로아티아 화폐(쿠나) 환전 팁 그리고 렌터카 수령하기


드디어 크로아티아 땅을 밟았다.

『Welcome to Croatia』라는 문구가 크로아티아를 찾은 모든 이들을 반겨주고 있다. 17시간 45분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견디고서 만난 크로아티아라서 그런지 더욱더 이곳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건 괜한 내 느낌일까.

한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직항 노선이 많은 요즈음이지만 사실 한 번에 목적지까지 가는 것이 몸도 마음도 시간적으로도 편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때로는 '느리게 여행하기'도 좋지 않을까. 하늘에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목적지에 닿을 때까지의 여정이 험난할수록 그 여행이 느리면 느릴수록 기대감은 더 증폭되고 그만큼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테니.


드디어 크로아티아에 도착한 순간
흐르바트스카(HRVATSKA) 공화국

 이것이 바로 크로아티아의 정식 명칭이다. 이란 쪽에서 내려온 흐르바트(HRVAT)족이 슬라브 족인 크로아트(CROAT)족을 지배했을 때 불렀던 지명이라고 한다.

그리고 입국심사대로 향하는 문의 위쪽에는 무심코 그냥 지나칠 수 있지만 이상하게도 나의 눈을 사로잡는 것이 있다. 크로아티아의 수도인 자그레브에 도착했음을 알려주는 'ZAGREB'라는 글자와 독특한 문장이 그것이다. 빨간색과 흰색이 바둑판 모양으로 교차하는 이 방패 문양을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았는데, 생각해보니 여행 전 크로아티아에 대하여 공부를 하면서 자주 보았던 크로아티아 국기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문양과 동일했다.

 

 크로아티아의 국기는 빨간색, 흰색, 파란색이 가로로 들어가 있다. 맨 위에 자리 잡은 빨간색은 크로아티아를 위해 피 흘린 순교자들을 나타내고, 가운데의 흰색은 어린양처럼 평화로운 크로아티아의 자연을, 마지막으로 맨 아래의 파란색은 하나님을 향한 크로아티아인들의 경건한 신앙을 나타낸다고 한다.


그리고 가운데의 방패 문양 위쪽에는 5개의 문양들이 위치하고 있는데, 각각이 의미하는 것들을 먼저 이해한다면 크로아티아라는 나라가 훨씬 더 가깝게 느껴질 것이다.

먼저, 가장 왼쪽에 있는 초승달 위에 육각형의 별 모양이 그려진 문양은 슬라브족이 내려오기 전에 크로아티아 땅에 살던 원주민 일리리아(Illyian)인들이 사용하던 깃발의 문양이다. 이를 통해 크로아티아인들은 자신들이 발칸의 정통성을 잇는 원주민의 후손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두 번째로 파란색과 빨간색이 교차하는 문양은 아드리아 해상무역을 놓고 베네치아와 경쟁하던 두브로브니크(Dubrovnik) 공화국을 나타낸다. 다섯 문양 중 가운데에 위치한 왕관을 쓴 세 마리의 황금사자들로 이루어진 문양은 달마티아(Dalmatia) 지방을 나타낸다. 달마티아 지방이란 크로아티아의 자다르(Zadar)라는 도시에서 시작하여 몬테네그로 국경까지 이어지는 아름다운 해안지방을 말하는데, 이는 크로아티아 여행의 핵심이자 나 또한 압도되는 그 멋진 풍경에 숨이 멎을 뻔했던 경험이 있어 자신 있게 추천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다음 문양은 붉은 뿔을 가진 염소 한 마리가 있는데 이는 크로아티아의 북서쪽 이스트라(Istra) 반도를 나타내는데, 특히 이 지역은 이탈리아와의 근접성으로 인해 그 영향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지역이기도 하다. 마지막 가장 오른쪽에 위치한 문양은 크로아티아의 가장 동쪽 지방인 슬라보니아(Slavonia)지역을 나타내며, 가운데 들어있는 시커먼 동물은 크로아티아의 화폐단위로 사용되고 있는 족제비과의 쿠나(kuna)이다. 화폐가 없던 시절에는 '밀가루 한 포대에 쿠나 가죽 몇 개와 같다'라는 식으로 계산을 하곤 했다고 한다.


크로아티아 국기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크로아티아 국기의 핵심은 13개의 붉은색 네모와 12개의 흰색 네모가 교차하는 격자무늬이다. 이에 얽힌 재미있는 유래가 있다. 옛날 크로아티아가 베네치아의 지배를 받던 시절, 크로아티아의 왕이 베네치아의 총독과 내기 장기(체스)를 두었는데 크로아티아의 왕이 이겨 크로아티아의 자유를 얻어냈다는 전설이 있다. 이 무늬는 그 이후로 크로아티아 왕가의 문양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결국 크로아티아의 자유를 얻어내어 준 체스판이 국가의 상징으로까지 발전한 것이다. 그렇게 이 문양은 크로아티아인들의 엄청난 사랑을 받게 되었고, 축구를 사랑하는 크로아티아인들은 현재 축구 유니폼에 이 무늬를 사용하고 있다.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 공항


 간단한 입국심사를 마치고, 수화물을 찾아 나왔다.

처음 만난 자그레브 공항은 한 나라의 수도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작고 아담한 느낌이었다. 우리나라로 생각하면 수도인 서울에 위치한 '인천 국제공항'과는 아예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크기이고, 제2의 도시인 부산에 위치한 '김해 국제공항'과 비교해보아도 훨씬 더 작고 작다. 보통 그 나라의 수도라면 크기는 당연히 그 나라에 있는 공항들 중에서 가장 크고 으리으리한 인테리어와 쇼핑센터 및 음식점, 여행객들을 위한 편의시설 등이 즐비한 모습의 공항을 상상할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선입견이라 볼 수 있는 그 생각을 와장창 깨어버리는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 국제공항'은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목적지에 막 도착한 여행객들에게는 두 손 가득한 짐이 정말 불편하기 그지없는데, 공항의 규모가 작으니 이곳에서 저곳까지 힘들게 짐을 들고 뛰어다니지 않아도 되어서 좋고,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한눈에 들어오니 우왕좌왕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편의점부터 ATM기, 은행, 렌터카 회사, 여행자센터, 몇몇의 식당 등 여행객들에게 필요한 웬만한 것들은 다 있으니 딱히 불편한 점도 없다. 작지만 속이 꽉 들어찬 느낌이 바로 여기, 자그레브 국제공항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된다.


자그레브 공항의 환전소
크로아티아 화폐(쿠나, kuna) 환전하기

캐리어를 끌며 몇 걸음 걷다 보니 금세 환전소가 보인다.

자그레브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환전하기를 여행수첩에 내가 체크해두었는데, 공항이 작다 보니 여행자센터에 굳이 물어보지 않고도 바로 찾을 수 있어 참으로 편했다. 앞서 크로아티아 국기 문양의 유래에서 말했듯이 크로아티아는 쿠나(kuna)라는 화폐를 사용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쿠나를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유로로 환전을 해와서 여행하는 동안 조금씩 쿠나로 환전을 해서 쓰는 것이 좋다.



쿠나 환전에 대한 팁을 잠깐 써보자면, 자그레브가 첫 번째 여행 도시인 여행객들의 경우에는 자그레브 시내 은행(가장 환율을 높게 쳐줌)에서 환전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아무래도 공항 환전소는 수수료가 비싸기 때문에 가능하면 최소한의 금액만 환전하는 것이 여행경비를 아끼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아주 적게는 시내까지 가는 교통비 정도만 환전을 하거나 혹은 자그레브 공항에 도착하는 시간이 늦어서 자그레브 시내까지 갔을 때 은행 오픈 시간에 맞지 않을 것 같다면 조금 더 환전을 하는 식의 방법을 추천한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자그레브가 여행의 마지막 도시였기에 자그레브 공항에서 미리 예약해 둔 렌터카 수령 후 바로 라스토케&플리트비체로 가야 하므로 톨게이트 비용도 필요했고, 플리트비체에서는 국립공원 트레킹이 예정이라 아무리 생각해도 환전을 할 상황이 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게다가 낯선 나라, 낯선 도시에서는 현금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뭔가 불안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쿠나는 조금이라도 들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수수료가 매우 비싼 공항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우선 여행 초반 며칠 동안 사용할 금액 정도는 환전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리하여 자그레브 공항 환전소의 직원분께 300유로를 내밀었더니 2,106쿠나(2016.04.13 당시 환율 적용)를 받았다. 이후에 시내 은행에서도 똑같이 300유로를 환전했었는데 무려 100쿠나도 더 넘는 2,241쿠나를 받았으니 자그레브 공항이 얼마나 환율이 안 좋은지, 그리고 수수료를 얼마나 많이 받는지 한눈에 비교가 되었다.


그러니 기억하자, 공항 환전소에서는 정말로 꼭 필요한 만큼만 환전을 하는 것이 커피 한 잔 값이라도 아끼는 길이라는 것을.


로컬 업체에서 렌터카 빌리기

환전을 마친 난 다음 해야 할 일을 위하여 환전소 바로 옆쪽으로 눈길을 돌린다. 그곳에서는 길게 늘어선 렌터카 회사들의 행렬을 볼 수 있었다. 난 스페인으로 신혼여행을 갔었는데 그때가 유럽에서의 렌터카는 처음이었다. 그 당시 A***라는 대형 글로벌 업체에서 차를 빌렸었는데, 렌터카 자체의 비용부터 보험까지 예상했던 금액보다 너무 비싸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 내 솔직한 평가였다. 물론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 다르니, 믿을만한 글로벌 대형 체인 업체들이 마음도 편하고 서비스도 좋아서 선호하는 사람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이 글은 내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여행 에세이이기 때문에 나의 색깔대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함일뿐 정해진 규칙도 방법도 없다.

게다가 여행 전에 조사했던 바로는, 특히 크로아티아는 대형 글로벌 렌터카 업체가 아닌 로컬 업체도 충분히 서비스 면에서도 품질면에서도 만족했다는 사례가 많았다. 그리하여 나도 유***라는 크로아티아 로컬 렌터카 업체를 선택하였고, 여행을 오기 전 한국에서 예약을 대행해주는 업체를 통해서 미리 예약을 해두었고 메일을 통해 전달받은 예약 바우처를 인쇄해서 여권과 함께 제시했더니 너무 간단하게 렌터카 수령을 마칠 수 있었다.


외국에서 사실 차를 빌린다는 것 자체가 언어가 특히 영어로 의사소통이 원활한 사람이야 큰 문제가 아니겠지만 나처럼 영어의 벽이 높은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그러니 한국에서 미리 약간의 대행수수료를 지불하더라도 차의 종류, 대여 및 반납 일시, 차량 인수와 반납 장소, 내비게이션, 카시트 선택 등 본인이 원하는 모든 것을 편하게 한국어로 요청을 하고 도움을 받는 것이 여러모로 마음 편한 것 같다.



한국에서는 보통 렌터카를 수령할 때, 직원과 함께 차의 외부 및 내부를 꼼꼼하게 살펴보며 기름의 양도 체크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내가 선택한 크로아티아 로컬 렌터카 업체에서는 그 방법이 약간 달랐다. 미리 업체 측에서 체크 해 둔 차량에 관한 모든 것이 기록되어있는 종이와 우리가 인수받을 차가 주차되어있는 장소를 알려주고는 "Have a nice trip(좋은 여행되세요)"이라는 마무리와 헤어짐을 알리는 말과 함께 내 손에 차키를 쥐어주었다는 것.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라 잠깐 머뭇거렸지만 여행이 다 그런 거지 뭐. 처음 온 나라에서 처음 해보는 경험이 없을 리 만무하다. 그 또한 여행의 재미라면 재미일 테니.

그렇게 차 키를 받아 들고 렌터카 주차장으로 향하기 위하여 공항을 나섰다. 공항에서 나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렌터카 업체들의 팻말과 함께 주차된 차들의 행렬이 눈에 들어왔고, 처음 경험하는 나 같은 사람들도 쉽게 본인들의 차를 찾을 수 있도록 시스템이 잘 되어있어서 크게 어렵지 않게 내 차를 찾을 수 있었다. 차를 찾자마자 나는 엄청나게 바빠졌다. 렌터카 업체 직원에게 받은 종이와 실제 내가 인수한 차를 비교해가며 하나하나 정말 꼼꼼하게 체크하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 렌터카 업체의 시스템은 직원과 함께 차 주변을 돌아보며 흠집 및 파손 부위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기에, 가뜩이나 말도 안 통하는 낯선 나라에서 혹시나 렌터카를 반납할 때 얼굴 붉힐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에서 사진으로 남겨두는 것이 가장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차량 확인을 완벽하게 끝내고서야 무거운 나의 짐을 트렁크에 싣고 차에 탑승할 수 있었다. 원래 내가 예약했던 차량이 모두 나간 상태라서 운이 좋게도 두 단계나 업그레이드를 받은 차량이라 그런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근사하고 멋진 차의 내부가 나는 썩 마음에 든다.


한글 입력이 가능한 네비게이션


17시간이 넘는 시간을 견뎌 지구 반대편으로 무사히 날아왔고, 아직은 낯선 크로아티아라는 나라의 화폐도 어느 정도 손에 쥐었고, 한국에서 미리 예약은 해두었지만 혹시나 하는 불안의 불씨를 떨치지 못했던 렌터카까지 순조롭게 수령을 하고 차에 탑승까지 마쳤더니 그제야 안도의 한숨이 깊게 새어 나온다.


잠시 숨을 돌리고, 나의 첫 번째 목적지인 "라스토케(Rastoke)"라는 지명을 내비게이션에 입력하고서 설레는 마음으로 안내 시작이라는 버튼을 누른다. '꽃보다 누나'에서 여배우들이 반해버린 마을, 동화 같은 그곳으로 드디어 크로아티아 여행의 첫 여정을 위한 발걸음을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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