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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K Mar 16. 2023

다시 날고 싶은가?

소설 캡틴 Q



"Q 기장님은 다른 신생항공사에서 최선으로 선택할 만한 경력을 가지고 계시군요. 입사하신 후에 이직하시면 저희가 곤란해져서요"


Q는 하얀 피부 때문에 더 도드라져 보이는 검버섯이 이곳저곳에 피어난 면접관의 말을 들었다. 질문인지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답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러시겠죠. 하지만 제가 이제 해외에서의 비행생활은 충분히 했고 이제 장년으로 가는 시기에 또 이직을 한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회사에서 마지막 유니폼을 입고 싶습니다."


"작년 여름 저희가 뽑은 자원 중에 기장님과 같은 백그라운드를 가진 분들이 금세 신생 항공사로 이직을 하셔서 저희가 걱정이 많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확언을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제가 다른 항공사는 가도 그 신생 항공사는 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무거운 공기로 가득 찼던 면접장 내에 웃음소리가 터졌다.    


잠시 후 다른 지원자에게 질문이 돌아갔을 때 그는 오른쪽 뒤통수에서 '찡'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곤 그 소리가 사려져 가는 끝을 붙잡고 먼 기억으로 빨려 들어갔다. 


    



강원도 시골 마을 숙소에서였다. 


Q는 경력조종사 모집 공고를 보았다. 


코로나가 터진 2020년 1월 이후 2년 반만의 일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바람막이 점퍼를 챙겨 들고 방을 나왔다. 


밤꽃이 터져서 공기 중에 바밤바가 온통 녹아있는 듯한 밤이었다. 


바닥에 깔린 파쇄석 밟히는 소리가 끝날 무렵 가로등이 켜져 있는 유일한 아스팔트 찻길을 따라 걸었다.

 

별이 한창인 초여름 밤하늘이 검은 산으로 둘러싸인 동그라미 안에 놓여 있었다. 


북극성을 뒤로하고 걷는 길은 외로웠다. 


지나다니는 차도 별로 없는 이 길을 쓸데없이 선명한 빨간색 30KM 속도제한 LED등이 마을입구에 혼자 있는 장승같이 서 있었다. 


Q의 마음속에는 강력한 난기류로 윈드시어 경보가 울리고 있었다. 

"WIND SHEAR, WIND SHEAR, WIND SHEAR!" 


그의 마음 밖으로 바람이 새나간다면 그 맥락 없는 속도표지판을 뽑아버릴 수도 있을 정도였다. 


"다시 날고 싶은가?" 


그는 이 질문에 대답해야 했다. 


하지만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말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성대를 모아 공기의 떨림을 만들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길을 건너 강을 건너는 다리 위에는 수세미 덩굴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그 사이로 별이 보였다. 


그 별들 사이로 태평양 상공을 넘어 다니던 시절이 떠올랐다.

 

난 그때 행복했을까. 


그 존재도 모를 행복이란 것은 하늘에도 없고 땅에도 없었다. 


다만 행복한 순간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지금 이렇게 별을 보고 걷는 순간도 행복한 순간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그 행복한 순간들은 징검다리처럼 놓여져 있다. 연결된 다리가 아니다. 


온 힘을 다해서 나를 공중에 띄워야 다음 순간에 착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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