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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K Aug 24. 2024

살인자를 만드는 시스템

우리는 음주운전을 방치하고 있다


 음주운전자에게 박살이 났던 차가 일주일 만에 돌아왔다. 

밤을 꼬박 새워야 하는 왕복 비행을 마친 시간은 오전 5시 15분. 

퇴근을 위해 주차장으로 걸어가던 내 눈에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주차장의 낮은 펜스에 걸려 있던 주차장 입간판이 도로에 

나자빠져 있었다. 입간판의 끝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T자형 도로의 접점 끝에 위치한 주차장과 도로의 경계를 

이루고 있던 연석과 보도는 부서져 있었다. 


스키드 마크와 차량의 부스러기들이  당시의 충돌 방향과 

에너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전혀 저항의 힘을 발휘하지 

못한 흰색 펜스는 처참하게 무너져 있었다. 

막다른 길이여서 좌회전만 존재한다는 것을 그가 마신 

알코올은 뒤늦게 알게 했나 보다. 급하게 꺾은 핸들은 

미처 그 직진의 속도를 이기지 못했다. 


 펜스를 뚫고 주차장 카페 건물의 야외 계단을 먼저 들이 

박았나 보다. 흰 주차 경계선 안에 정확하게 주차된 

나의 차는 영문도 모르고 계단을 들이 박은 가해 차량의 

오른쪽 쿠션이 되었다. 




 블랙박스를 살펴보았다. 큰 두 눈을 단 검은 용이 날아올라 

오른쪽을 강타한 후 울리는 충돌감지 경보음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먼지와 정적 그리고 어둠. 

죽음의 냄새가 났지만 운전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사고 현장을 두리번거리며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만약 그 인도 위에 사람이 있었다면......

만약 내가 차의 오른쪽에서 짐을 싣고 있었다면......








 프랑스의 유명한 관광지인 몽생미쉘 

(Abbaye du Mont Saint-Michel)을 여행할 때다. 

이런저런 가이드의 프랑스에 관한 이야기 중에 관광버스 

운전자의 운전시간이 최대 4시간이라고 했다.

만약 길이 막히거나 돌발 사태가 발생하면 즉시

다른 운전자가 와서 교대를 해야 해서 여행을 망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었다. 벌써 10년도 지난 이야기지만 

만약 그런 일이 지금 한국에서 벌어진다면 아마 

관광객들이 운전자를 두들겨 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프랑스도 4시간 연속 운전에 도달한 운전자가 

스스로 운전대를 놓는다는 것은 아니다. 운전자마다

가지고 있는 키 카드를 꼽아야 시동이 걸리고 그 순간

부터 시간이 카운팅 되어 4시간이 지나면 시동이 

꺼진다고 했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한국은 술을 권하는 사회이다. 술을 구하기가 너무 

쉽다.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10미터만

가면 편의점이고 위스키부터 소주까지 모두 마련

되어 있다. 마트에 가면 술을 박스로 판다. 


대부분의 식당에서도 술을 기본으로 판다.

드라마나 예능 프로에서 등장하는 초록색 병이 

도대체 뭘까 하는 궁금증에서부터 소주를 처음

알게 되는 외국인들이 있을 정도로 술에 대한 

노출도 노골적으로 만연하다. 요즘은 아예 술을 

마시며 대화하는 술자리 예능 프로그램도 있다. 


술의 생활화가 일상의 목표처럼 보인다.

사회생활은 곧 술자리를 자주 한다는 것과 

일맥상통 한다. 이런 사회에서 음주 운전을 하지 

말라는 것은 사회생활을 단절하라는 것 아닌가.


 한국에서는 음주 운전으로 인해 매년 200에서 

300명가량이 사망한다. 2020년 기준 236명이다.

대리기사가 대안인 것인가? 그것이 음주 운전을

방지하는 시스템인가?  







 와인이 생활화되어 있는 프랑스에서는 음주 운전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하고 엄격한 정책을 운영한다. 

혈중 알코올 농도 0.05%를 넘으면 음주 운전으로 

간주한다. 버스 운전자의 경우는 0.02%다.

2012년부터는 모든 운전자들이 차량에 음주측정기

를 비치해야 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알코올 인터록 장치(Alcohol Interlock Device)라는

장치가 있다.  시동을 걸기 전에 호흡을 불어 넣어야

한다. 만약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설정된 

한도를 초과하면 차량의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이 장치는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자들에게 적용되며

재범방지를 목적으로 한다. 이 제도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도입하고 있다. 


 2016년 중국의 항공회사로 이직했을 때다.

비행을 하기 위해 출근기록을 할 때는 반드시 음주

측정기를 불어서 통과가 되어야만 시스템이 출근

기록을 남긴다. 혈중알코올농도가 넘어가면 비정상

경고가 뜨면서 운항통제실로 보내진다. 코로나로

잠시 중단되기도 했지만 그 당시 한국은 그런 절차가

없었다. 현재는 그 제도를 한국도 실시하고 있다.   








지인 중에 너무 착하고 너그러운 사람이 있다. 

전문 직업인이고 착실한 사람이다. 하지만 난

그 사람과 더 가까운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그는 음주운전 전과 3범으로 스트라이크

아웃 당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왜 나쁜 사람을 만드는 시스템을 계속 고수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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