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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K Jan 07. 2023

되찾은 하늘, AKARA Corridor

캡틴 Q


“Captain, I will go out.”

"Ok."

“You have radio!"

"I have radio."

양판은 flight interphone스위치를 재빠르게 두 번 눌렀다. 

”헤이 샤오지에! 추라이이샤! 하오“  

  

캡틴 Q는 왼손을 뻗어 electronic flight bag 화면의 video surveillance를 작동시켰다. 

두 세명의 캐빈들이 조종석 뒤 L1 도어 앞에 모여 참새처럼 지저귀다가 

양판의 호출을 받고서는 부산하게 움직였다. 

북경 시각으로 오후 11시 반을 넘고 있어서 승객들은 대부분 잠들어 있었다. 

객실 승무원들은 즉각 화장실 안에 손님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밖에서 화장실 문을 걸어 잠궜다.

승객을 향하고 있던 화장실 사용 안내표시에 빨간 X표가 그어졌다. 

조종석 뒤 통로를 카트로 가로막고 한 명은 조종실 문 앞에서 Access code를 눌렀다.      

캡틴 Q는 flight deck door access 스위치를 Unlock 위치로 돌려 조종실 문을 열어 주었다. 

‘딸깍’하는 소리가 난 후 둔탁한 문이 열렸다. 


양판이 나가고 나서는 방금 들어온 객실승무원이 뒷좌석에 조용히 앉았다. 

뒤로 넘겨 묶은 머리에서 삐져나온 몇 가닥의 머리카락을 만지고 있는 그녀에게 

캡틴 Q는 인사를 건넸다.     

”헌 레이마?“

”뚜에이. 뚜에이....“


중국의 승무원들은 외국인 기장들 앞에서는 갑자기 조용한 사람이 되었다. 

영어로 소통이 힘들어 짧은 중국어를 건네야 했다.

△AKARA를 지나 △LAMEN을 향하는 10,700미터 고도에서 그렇게 둘의 인사는 끝났다.


캡틴 Q의 눈길은 왼쪽 측면 윈도우 너머에 있었다. 

칡흙 같이 어두운 밤이었고 맑은 날이어서 

혹시 저 90마일 북서쪽으로 제주의 불빛이 보일까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마7235, Descend and maintain FL350" 

△LAMEN을 지나기 전에 미터(meter)를 사용하는 고도체계에서 피트(feet)로 

바꾸기 위한 100피트 강하가 지시되었다. 

그는 고도계 창에 35000을 세트하고는 Altitude 변경 selector를 눌렀다.    

100피트의 짧은 고도변경인지라 FMA의 PITCH는 

낼름 VNAV SPD를 삼키고는 다시 VNAV PTH로 변했다.


오랜만에 그 익숙한 한국 관제사의 콩글리쉬 엑센트를 듣고 싶었다.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라도 붙여서 교신해볼까 고민했지만 소용없었다. 

△LAMEN을 지나도 인천 ACC는 컨택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인천 관제센터로 교신은 넘겨지지 않았다.

 

루트 차트에는 인천 지역관제센터(ACC)에서 상하이 ACC로 

관제 권한을 이양했다는 표시가 보였다. 

"DELEGATED BY 인천 TO 상하이 ACC"라는 문구가 눈에 거슬렸다. 


‘아.....여기였지.... ’ 캡틴 Q에게 이 구간은 4년만이었다.      

이 공역은 한국의 인천공항에서 출발해서 제주로 남하한 후 남중국이나 

동남아를 갈 때마다 인천 컨트롤에서 상하이로 미리 관제 이양이 되는 곳이었다.

원래 Radio frequency가 상하이로 넘어가는 구간이어서 

그때는 크게 와닿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상하이 구역에서 동쪽으로 빠져 

일본으로 가는 ”AKARA corridor“를 비행하기는 처음이었다.


분명 대한민국의 공역인데 24,000피트 이상에서는 한국에 관제권이 없었다.      

한국 땅 위 하늘에 중국과 일본이 오작교를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땅 주인도 그 다리를 이용할 때는 자기 땅 위인데도 남에게 통행료를 물어야 했다.

제주남단을 통과하는 AKARA corridor라는 A593항로다.

중국과의 수교가 단절되어 있었던 시절 중국과 일본을 직접 연결하는 

이 항로의 특정 고도는 두 나라를 위해 한국의 공역임에도 권한이 없었다.      



”띵~“ CABIN CALL이 울리고 화장실을 사용하던 양판이 돌아왔다. 

”I have radio,“

“You have Radio. We contact shanghai control now”

“Not INCHOEN?”

“No”

“OK, I am gonna set frequency for INCHEON as a standby.”

“No need. We gonna contact FUKUOKA next.”

“What?”     


어리둥절한 양판은 한동안 손가락으로 아이패드를 터치하며 정보를 확인하느라 뒤적거렸다. 

중국의 부기장들은 국제선 경험이 적었다. 특히 중국 본토에서 일본 직항 노선은 많지 않았다. 

양판이 이렇게 된 이유를 묻지 않은 것은 잘된 일이었다.

곧 상하이 콘트롤에서 후쿠오카 콘트롤로 관제가 이양되었다. 


제주 남쪽의 A593항로의 상하이와의 접경 서쪽 구간 99Km는 그렇게 

상하이에서 관제하며 통행료를 챙겼다. 제주의 불빛이 시꺼먼 바다와 육지와의 경계를 

겨우 알려주고 있었다.     

 





동경 하네다 공항에 도착해서 승객이 내리고 난 후 출발 시간이 될 때까지

2시간여의 여유가 있었다. 새벽 공기를 뚫고 돌아가야 했기에 좌석에 앉아 눈을 붙였다.      

북경에 있는 이화원이라는 황실의 여름별장이 보였다.  

‘장랑’이라는 긴 회랑 아래 서태후가 걷고 있었다. 그녀가 천천히 동쪽으로 손을 뻗었다. 

북경(베이징), 남경(난징) 그리고 서쪽의 수도 서안(시안)이 있는데 동쪽의 수도를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가 소리쳤다. 

“내 손톱이 닿는 곳이 동경이 될 것이다!” 

그러자 서태후의 호갑이 자라기 시작했다. 

그 호갑이 계속 자라 하늘을 날아 제주의 남단을 통과하더니 도쿄에 가서야 땅에 박혔다. 

손톱을 보호하겠다고 씌운 그 날카롭고 화려한 덮개가 하늘에 회랑을 만들어 동경까지 뻗어 있었다.                    


** AKARA Corridor **

2021년 1월 11일 한국, 일본, 중국은 ICAO의 권고대로 고도에 따른 관제 주체가 달라 

벌어지는 불안전을 제거하기 위해 관제권을 정상대로 한국의 인천 ACC에서 관장하기로 

합의했다. 2021년 3월 25일부로 이 AKARA corridor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코로나 기간 중 정상으로 돌아온 항공업계의 가장 반가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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