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도 수필도 아닌, 내 마음>
책상 위에는, 읽다가 잠시 덮어둔, 읽으려고 책꽂이에서 꺼낸, 몸에 지니고 다니며 읽는, 각양각색의 이유로 차곡차곡 쌓인 책들이 올려져 있어. 책이 쌓여갈 때는 삶의 무게가 무거워지는 것 같아 몇 권을 정리하여 어딘가에 그냥 쑤셔 넣고, 휑한 책상 위를 볼 때면 비어져가는 마음이 싫어 몇 권을 두서없이 꺼내 차곡차곡 쌓아둬.
그 모양새가 꼭 내 마음 같아 이리저리 돌려서 구경하고 사진 찍어 다시 눈알에 박아 넣어. 도대체 그 책이 무어길래, 이리도 내 마음을 희롱할 수 있을까.
책이 그리도 좋아? 지금 여기에서 읽을 만큼.
책을 읽을 때에 주변을 가리지 못해. 버스 정류장, 횡단보도, 대형마트, 택시, 버스와 같은 개방된 공간에서부터 친구와 한잔의 술, 지인과의 담소, 회의시간과 같은 밀폐된 시간까지. 그래서 핀잔을 들어. 과하다고. 알고 있어. 지나치다고. 지나치기에 나는 부족하다고.
그 시간이 좋아. 누군가 함께 있는 것 같아.
나는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주변과 거리를 두고 싶은 게 아닐까. 그냥 단둘이 누군가와 있고 싶은 게 아닐까. 주변의 세상에 무심하고 싶고 내 마음을 알아주는 너와 너의 마음을 알아주는 나와 그렇게 둘이 속삭이고 싶은 게 아닐까.
그러고 보니 책상 위의 올려진 책은 네 마음을 몰라주는 나 같아. 그래서 쌓아도 보고 치워도 보고 그리고 옆으로 비켜 돌려고 보고 그러는가 보다.
너와 함께 했어야 했는데, 그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