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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소망 Jun 27. 2017

심심해요 우리 책이나 읽어요.

한가해서 심심한 게 아닙니다요.

<일기와 수필 사이>


왜 이렇게 재미가 없을까.

월요일. 학교라는 직장. 무턱대고 재미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지 너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애들도 그럴까. 애들이 그렇게 느낀다면 내가 미안해야 하나. 내가 지루해한다고 관리자가 미안해하지 않겠지, 나야 어른이니깐. 애들은 친구들이 있으니 덜 심심하겠다. 나도 학교에 와서 좀 즐거웠으면 좋겠다.

점심 먹고 교실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문득 참 재미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뭘 하면 좀 재미있을까, 교사니깐 애들하고 뭘 좀 해볼까, 하다가 그만뒀다. 애들은 즐거운 것 같다. 굳이 내가 나서서 뭘 더 하면 안 된다. 나는 충분히 아이들과 나름의 무언가를 하고 있다.  


교실 컴퓨터 메신저에서 몇몇 동료 교사 이름을 체크하고 메시지를 보냈다.


"같이 책 읽어요."


다음 주면 기말고사가 시작된다. 다른 지역에는 사라지고 있다는 총괄평가. 그러나 우리는 다음 주에 시험을 치고 하루에 한 과목씩 채점을 해야 한다. 대부분이 서술형 문제이다 보니 집에까지 시험지를 들고 가 채점해도 시간이 부족하다. 그리고 1학기 학생 성적 입력이며, 개인적인 업무처리며, 7월은 비교적 바쁜 시기이다. 이런 시기에 같이 책 읽자고 쪽지를 보냈다.


사람들이 뭐라고 할까, 미쳤냐고 할까, 외롭구나,라고 할까 그런 고민들을 미처 하기도 전에 쪽지를 전송했다.


오후 학생들을 보내고 동학년 교사들과 모여 최종 시험문제 검토를 했다. 그때 한 선배가 근데 갑자기 책은 왜 읽자고 한 거야, 고 물었다. 안 읽던 책을 왜 읽냐는 건 아닐 테고 왜 갑자기 같이 읽자는 거냐, 는 뜻 같았다.


"심심해서요 같이 읽으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선배가 뭔가 잔뜩 기대했는데 그게 아니어서 아쉬운 듯 허탈하게 웃으며 교무실에 '너 한가해서 심심하다.'라고 말해줄게, 했다.


순간 다 같이 웃었다.


집에 오면서 생각했다.


내가 한가해서 심심한 걸까, 나는 누구보다는 아니지만 누구만큼은 바쁘게 사는 것 같다. 학생들을 나름 소신껏 가르치고, 퇴근 후 아이와 놀아주고 공부도 봐주고, 자기 전에는 책을 읽어준다. 그리고 나 역시 자기 전에 책을 읽는다. 운동도 하고 싶고 친구도 만나고 싶고 영화도 보고 싶고 쇼핑도 하고 싶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간이 없어서 도무지 그런 것들을 할 수가 없다. 그만큼 나의 삶은 틈이 없을 만큼 잘 짜여진 패턴의 양탄자와 비슷하다. 이런 내가 한가롭지는 않다. 앗, 살림은 안 한다.

사람은 한가롭다고 심심한 건 아닌가 보다. 나는 바쁘지만 심심하고 무료하다. 어쩌면 매일 똑같은 일상이 지리멸렬해서 심심할 수도 있겠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심심하다.


그래서 책을 읽자고 했다. 학창 시절에 책은 시험공부 시작하는 날 읽기 시작해서 시험공부 마치는 날 그만두는 것이었다. 바쁠 때에 읽어야 소설도 재미가 있었다. 시험공부가 끝나고 읽는 책은 긴장감도 없고 책장을 빨리 넘길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시험공부가 끝나면 놀아야지 그런 날까지 책을 읽어선 안 된다, 고 그때는 그렇게 굳게 믿었다. 어린 시절 그 믿음이 여전히 건재한가 보다.


가장 바쁜 시기에 동료들에게 책을 읽자고 했고, 다행히도 6명 함께 하겠다고 회신을 주었다. 6명은 과연 어떤 책을 읽자고 합의를 할까, 내일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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