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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소망 Jul 17. 2022

그리움 한 잔, 추억 한 개비

밤으로부터 도망가고 싶은 밤이다 며칠간 홀린 듯 시를 썼다 쓰고 보니 세상 관념을 모조리 묶어 놓은 게 보인다 그걸 쓴다고 몇 개비 남지 않았던 열정을 다 태워버린 듯하다 빈 담뱃갑처럼 비워지니 이제는 태울 게 남아있지 않다 꼭 뭘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내 잔이 정말 이것밖에 안 되는지 자꾸 빈 것들을 들여다보게 된다 고작 채울 수 있는 게 공허함이라니 빈 잔에 들어가서 몸을 웅크리고 이 밤으로부터 숨는다 그런 밤에 당신이 찾아와 빈 잔에 당신과의 시간을 담을 수 있다면 당장이라고 잔 밖으로 나올 텐데 자꾸 빈 잔 안을 들여다보고 들어가 보고 결국 그리움이 빈 잔에 가득하다


잔에 가득한 그리움을 들고 당신이 담뱃갑에 몰래 넣고 간 몇 개비 중 추억 하나 태우며 밤으로부터 달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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