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글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글이라고 볼 수야 있지 않을까.
옷이 없다는 남자와 세탁기는 있다는 여자를 보며
옷이 없다는 남자와 세탁기가 있다는 여자가 등산로 앞에 서성인다
여자는 남자에게 옷을 벗어주고 세탁기 안에 들어간다
여자가 세탁기를 돌고 도는 동안 남자는 등산로를 돌고 돈다.
돌고 도는 것이 어디 여자 옷을 빌려 입은 남자와 벌거벗은 여자뿐이겠는가.
내 육체 어딘가에도 루시로부터 돌고 돌아 수십만 번 죽고 태어난
생의 끄트머리가 지리멸렬한 삶을 가느다란 외줄 타기 하듯 돌고 돈다.
눈앞에 매일 펼쳐지는 비범한 광선의 색채도 모로 돌아누운 여편네의 등짝마냥 낯설지 않다
삶은 한 번이라지만 자꾸만 집 나간 며느리가 전어 냄새 맡듯 돌아올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우주의 시작은 임금님 방구에서 시작되었다는데 똥꾸녕 먼지들이 뭉치고 뭉쳐 별 뭉치가 되고
엉성하게 뭉친 틈바구니에서 시간이 새어 나온 것은 아닐까.
하지만 시간이 없다면 임금님도 방구를 못 뀌었을 것이고 공간이 없다면 임금님 똥꾸녕 나발은 어디로 불었을까.
방구가 먼저라는 남자는 등산로를 돌고 먼지가 먼저라는 여자는 세탁기를 돌고 돈다.
똥방구는 시공간의 먼지를 만들고 먼지는 시공간의 똥방구를 만들며 돌고 돌 뿐이다.
내가 지금 나불거리고 있는 먼지는 입속을 맴돌다가 방구처럼 튀어나오는데
임금님도 뱃속에서 부글부글 맴돌던 방구를 변기에 뀌지 않았더라면
꽃밭 어딘가에 꼈더라면 우리도 똥 먼지가 아니라 꽃가루가 될 수 있었을 텐데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칸트는 돌고 돌아 비트겐슈타인이 되었다.
시간이 산화되어 먼지가 되는 죽음의 변기통에서 태어난 논리-철학 논고는
동네에서 뱅글뱅글 돌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에서 똥방구마냥 튀어나왔다.
칸트는 방구를 사변적으로 돌리고 돌리지 말라고 했지만
동네를 뱅글뱅글 돌지 않았더라면 방구 한번 제대로 못 꼈을 것이다.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느낀다.
돌고 돌아 내가 돌아온다는
세탁기에서 돌고 돌던 여자가 빨래를 끝내고 해사하게 웃으며 나온다.
등산로를 돌고 돌던 남자는 여자에게 옷을 주고 세탁기로 들어간다.
먼지를 뱉어내던 나는 오로나민 C 드링크를 연다.
뽕하는 소리와 함께
똥구멍에서 먼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