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라면 조금 못생겨도 되지 않나?
글을 쓰고 싶어졌다.
인생이 무료하고 가끔은 답답하기도 했다. 아마도 그래서 시작했지 싶다. 그런데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니 제대로 쓰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처음 쓴 글을 지인들에게 읽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오랜만에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았다. 인정 욕구가 강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내가 쓴 글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졌다. 결국 며칠 만에 한 선배에게 '네 글은 솔직하지가 못하다.'라는 가슴을 후벼 파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두 번째 글을 써서 갔는데 이번엔 읽어주지도 안 했다. 손사래를 치며 읽지 않겠다고 했다. 두 번째 글은 충분히 솔직하게 썼고 더 나은 글임이 확실한데도 읽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자존심이 상했고 막 날고자 했던 병아리의 날개가 꺾어진 기분이 들었다.
사랑도 세계문학으로 배운 나는 글을 쓰기 위해서 단연 책을 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동네 도서관 2층을 찾았다. 그곳에서 <소설 쓰기 PART1>과 <수필의 실제>를 빌렸다. 빌려오면서 '오늘은 긴 밤이 되겠구나.'라고 생각을 했다. 아이를 일찍 재우고 책상에 앉았다. 큰 결심을 가하고 빌려온 책이라 한 장 한 장 정성 들려 읽었다. 가까운 길도 돌아서 가라고 했지만 난 당장 글이 쓰고 싶었고 그런 나에게 책에서 알려주는 PLOT이란 꼭 필요했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피곤하지 않았지만, 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해도 뜨지 않은 새벽에 일어나 인터넷 서점에 검색란에 "글쓰기"를 입력했다. 그곳엔 수많은 책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서 <서민적 글쓰기>가 눈에 보였다. 예전 텔레비전에서 본 적이 있었다. 당시 못난 얼굴이라고 자신을 비하하면서 동시에 본인의 수많은 능력을 돋보였던 교수였다. 서민 교수의 책이라면 쉽게 읽힐 것 같았다. 하지만 평상시 문학책은 돈을 주고 사도 실용서 같은 책은 빌려보면 된다고 생각을 했었기에 잠시 고민을 했다.
그런데 나에게 다른 대안이 있었을까?
동네 도서관이라 글쓰기에 관한 책은 그다지 많이 않았고 난 당장이라도 관련 책을 읽고 싶었다. 어쩔 수 없이 난 <서민적 글쓰기>를 구입했다.
그들은 왜 펜을 들었을까?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조금은 거창해 보이지만, 글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누구나 한 번쯤은 가져봐야 할 질문이다. 동물 농장의 저자 조지 오웰은 <나는 왜 쓰는가>에서 사람들이 글을 쓰는 네 가지 동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첫째는 순전한 이기심이고, 둘째는 미학적 열정이며, 셋째는 역사적 충동이고, 넷째는 정치성을 꼽았다. 풀어서 이야기하면,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것, 내가 본 것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 진실을 파헤쳐 후세에 알리기 위해 기록하는 것, 그리고 타인과 공감하면서 세상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사람들은 글을 쓴다는 것이다.
책의 첫장에 나오는 인용글을 읽고 '난 왜 글을 쓰려고 하는가?'라고 자문할 수밖에 없었다. 책을 읽기 전, 읽으면서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도 답을 구하지 못했지만 얼마 전 하나의 글을 쓰면서 그 답을 구했다. 기회가 되면 그 이유를 한번 말하고 싶다.
책의 처음은 굉장히 임팩트가 있었다. 왜 책을 쓰려고 하는가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들었다. 사실 나의 글을 읽고 왜 글을 쓰냐고 물어본 선배의 질문에 난 그냥 쓰는 거지 이유가 어디 있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서민 교수가 가져온 인용구는 나로 하여금 진지한 고민을 하게 했다.
난 왜 글을 쓰는가에 대해 어느 정도 생각을 하게 한 후, chapter1으로 들어갔다.
chapter1에서 사람은 글을 쓰면서 성장한다는 저자의 경험에 관한 주장이 마음에 들었다. 나 역시 성장하고 싶다.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성장이 아니라 나의 상념들을 정리해서 내 아이에게 인생의 즐거움을 말할 수 있도록 쑥쑥 자라고 싶다. 그런 면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참 괜찮은 작업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쭉 이어지는 서민 교수의 성장에 관한 경험담은 너무 많았고, 그냥 훑어볼 수밖에 없었다.
왜 글을 쓰는가에 대한 chapter1을 읽고 난 다음엔 어떻게 쓰면 될까라는 해답이 궁금했다.
chapter 2에서 서민 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통한 글쓰기 사례를 보여주었다. 쉽게 읽혔지만 더 읽고 싶진 않았다. 다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말을 반박하고 싶지 않았다. 다 옳은 말이었다. 그런데 난 거기에서 책장을 덮고 말았다. 그렇다고 쉽기만 하고 도움이 안 되는 책은 아니다. 뒤로 갈수록 임팩트가 적어져서 난 덮고 말았지만 다음에 시간이 나면 텔레비전을 보며 읽어보려고 마음을 먹었다.
어쩌면 독후감을 한번 써 보려고 책장을 일찍 덮었지는도 모른다.
그런데 의사면 조금 못생겨도 되지 않나? 그가 의사라는 게 부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