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계속 '가해자'를 양산하는가?

근래 불거진 연예계의 사건들, 그런 문제가 양산되기 쉬운 구조의 조건들.

by 성상민

유명한 연예인의 각종 노동인권 침해와 직장 내 괴롭힘, 다시 그와 연루되어 밝혀지는 출장 링거 같은 불법 의료 행의 의혹, 다시 이리저리 파헤쳐지는 주변인들의 연루 의혹과 몇몇 방송인의 임시 활동 중단 선언. 해당 연예인의 문제는 제대로 문제 행위에 맞는 처벌을 받고, 재발 방지가 있어야 한다고 보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게 된다. 그저 그 개인의 문제인가. 특히 해당 문제와 함께 연루된 불법 의료 행위에 대해서는, 그냥 연루된 연예인을 두드려 패면 끝나는 문제인가.


문제의 연예인이 행한 인권 침해 행위의 어떤 지점은 MBC <나 혼자 산다> 같은 관찰 예능에서 빚어졌다. 방송에서는 해당 연예인 혼자 꽤나 준비나 밑작업이 필요한 작업을 한 것처럼 나왔는데, 사실은 그 과정에서 매니저들의 야간 노동 등 필요 이상의 노동 행위가 이뤄졌다는 점을 피해자는 주장한다. 상당히 좋지 못한 모습인데, 다시 여기서 하나를 고민하게 된다. 그 장면은 그 연예인이 찍자고 주장한 장면인가, 아니면 방송사 프로그램의 제작진이 요구해서 들어간 장면인가?


정말로 현장 관계자가 아니면 모를 이야기지만 전자이든 후자이든 어떠한 경우라도, 다시 이 지점은 고려를 해야할 것이다. 이미 방송사에서 방영되는 상당수의 예능/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일상) 관찰 예능'이 되었다는 점이다. 소위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완벽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듯 (심지어 다큐멘터리도, 결국 편집과 구성이 이뤄질 수 밖에 없는 것처럼) 관찰 예능도 완벽한 관찰이 아니다. 심심하면 관찰 예능에서 PPL 관련 논란은 왜 터지고, 뭔가 곰곰히 따져보면 매 일상마다 '그림이 되는' 극적인 순간이 항상 벌어지는 것도 이상하다.


하지만 관찰 예능의 촬영은 어떻게든 이 모습이 일상적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일반적인 스튜디오 촬영 예능이나 때로는 한때 유행한 '리얼 버라이어티' 보다도 더 긴 시간 촬영이 이뤄지고, 다시 때로는 집 같은 내밀한 공간에서도 카메라에 노출되며 촬영이 이뤄진다. 동시에 시청률이나 유튜브 등의 조회수를 높이려면 '그럴듯한' 모습이 삽입되어야 한다. 연예인 개인도 자신의 화제성을 유지하거나, 개편 기간에도 계속 출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런 장면의 필요성을 스스로 느낄 수 있다.


누구의 요구로든 평소보다 자신을 더 연출하거나, 자신의 실력을 과장하는 연출이 나오기 쉬워진다. 그로 인한 각종 육체, 정신 노동은 연예인 개인이 혼자 감당할 수도 있지만, '선후배 질서' 등등 위계 문화가 상당히 강력하게 작동하는 연예계에서는 이를 연예인이 아니라 이번 사건처럼 '자신보다 계급이 낮은' 매니저 등에게 전가될 수도 있는 것이다. 냉정히 말해서, 단지 그 연예인이 촬영하는 순간에만 문제가 벌어졌을까. 과연 '뭔가 과하게 연출된 장면'에서는 문제적 노동 행위가 없었을까.


그나마 노조 등이 잘 조직된 현장이라면 문제가 발생할 때 바로 강력하게 항의할 수 있었겠지만, 방송 미디어 현장은 노조도 최근에 결성되고, 어렵게 생긴 조직조차도 힘이 약하다. 방송사는 최대한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관찰 예능을 매우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비정규직·프리랜서 (좀 더 익숙한 직업 용어로 풀자면, 정규직이 아닌 현장의 스태프나 매니저, 코디네이터, 패션 스타일리스트 등 방송 미디어 산업에 관여하는 노동자 '전부'.) 의 요구는 공영 민영 할 것 없이 폭력적으로 뭉개기에 바쁘다. 이 문제를 그저 남의 일인양 떠넘기는 방송사의 태도는 과연 얼마나 건강할까.


방송사의 문제적 환경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연예기획사도 그런 모습에 함께 발을 맞춘다. 쉽게 희화화되기도 쉬운 '연예인들의 매우 바쁜 스케줄'은 그저 노동법에만 걸리지 않을 뿐, 정신과 육체 모두 감당하기 결코 쉽지 않다. 때로는 심야 노동도 줄기차게 이어진다. 어떻게든 다음 스케줄을 강행하기 위해 다양한 수법이 동원되기도 쉽다. 그런 상황에서 '출장 링거'나, 다시 그 이전 논란이 된 '프로포폴' 오남용/불법 처방 등의 문제와도 이어진다. 불법적인 수단이지만, 어쨌든 그렇게 잠시의 피로나 신경증을 잊기에는 매우 좋은 수단이기도 하다.


분명 불법 의료 행위를 주문하거나 연루된 연예인 개인에게는 문제가 있지만, 문제가 있음을 추궁하는 이상으로 '왜' 이를 주문하고 가까워지기 쉽게 되는지를 함께 물어야 한다. 법이 지향하는 것이 단순한 개인에 대한 처벌 이상으로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는 것을 예방하거나 재발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에 있듯, 이 행위에 대한 비판도 그저 연예인 개개인에 대한 비판에 머무른다면 결국 그 연예인만 잠시, 또는 영원히 사라지는 이상으로 끝날 뿐이다.


하지만 이미 여론은 개개인을 비난하는 단계에 접어들었고, 이러한 구조를 낳은 상황이나, 계속 유지시키는 존재에 대해서는 그다지 언급하지 않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MBC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사건을 쉽게 가십으로 몰아가며 한동안 사건의 처리를 매우 어렵게 만들었던 가로세로연구소 같이 이미 괴물이 된 '타블로이드' 매체는 그들의 속성대로 사건이 매우 군침을 흘리기 좋음을 알고, 구조적인 접근 없이 즉자적인 비난을 하도록 쉬운 분노만을 부추긴다.


이런 식으로만 흐른다면 연루된 개개인만 사라지고, 이러한 문제적 상황을 낳는 방송사나 연예 기획사 등은 거의 안 바뀐 상황에서 다시 새로운 '문제적 개인'만 양산될 것이다. 아니면, 쉽게 언론과 미디어의 눈에 노출되거나, 밖으로 문제적 상황이 새나가지 않도록 더욱 음성적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 '마약과의 전쟁'이 결국 마약 유행이 낳은 배경을 보지 않은채 그저 연루자만 대거 체포하며, 더욱 해결 불가능한 사태가 되버린지 오래이듯.


MBC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투쟁을 비롯해 지난 몇 년간 방송 미디어 노동 인권 활동에 함께 하면서, 미디어가 뉴스나 '시사교양'을 자임하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준엄히 말을 할뿐 정작 가장 영향력이 큰 자신들의 구조는 바꾸지 않고 있응을 정말 크게 느꼈다. 자신들이 문제를 양산하는 하나의 주체이면서도, 그에 대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성찰은 쉽사리 이뤄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건 유시민 등의 말대로 '재래식 언론'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로세로연구소 같은 정말 누가봐도 유해한 '사이버 렉카', 김어준의 방송 같은 것은 결코 '재래식'이 아니지만 재래식 언론과 별반 차이 없거나 때로는 더 문제적 방향으로 폭주하지 않는가?)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다가 방송 끝에 여러 제보를 부탁하는 부분에서 '출장 링거' 등 불법 의료 행위에 대한 제보를 부탁하는 부분을 보고 참으로 기분이 이상해져서 그간 속으로만 생각했던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 본다. 10년 전 이야기지만 그때 알고 지냈던 어떤 분은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외주 제작사 소속으로 일하다 무척이나 강도 높은 제작 환경을 도저히 버텨내지 못하겠다면서, 그간 방송 일을 하고 싶었는데 내가 생각하던 모습과는 너무 달라서 이젠 아무런 미련 없이 다른 일을 하겠다고 토로하기도 했었다.


아무리 단발적으로 보이는 문제라도 결국 비슷한 벡터의 문제가 누적되는 순간 그것은 결코 우발적이거나 일시적, 또는 사적/개인적인 문제는 아니다. 어쩌면 지금 필요한 것은 과연 이 사건에 어떤 연예인들이 추가적으로 연루되어 있는 가를 눈에 쌍심지를 켜고 추적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환경이 양산되는 방송 미디어 환경은 대체 어떠한 구조와 상황에 직면해있는지를 전수조사나 그에 가까운 수준으로 낱낱이 파헤쳐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게 진정으로 유익하고, 앞날을 위해서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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