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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Dec 15. 2024

한국 경제의 트로이카

2024. 12. 15.

한국 정부를 상대하는 글로벌 로비스트와 사모 펀드들의 최우선 로비 대상이 누구일까. 변천사는 있지만 전통적으로 세 직책을 뽑는다. 국무총리. 재경부 장관. 금감위원장.


한국 경제계에 역사적으로 큰 사건들은 IMF 같은 위기의 사건도 있지만, 은행을 소유하는 절차에서도 발생한다. 은행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일반적인 사업체와 달리 국가에서 승인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그러다 보니 은행의 주체가 변경되거나 M&A가 발행하게 된다면 은행의 의사와 별개로 정부의 승인이 이뤄져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강력한 의결권을 가진 이들이 앞서 말한 트로이카(삼총사)에 해당한다. 


권력의 두려움은 그것이 다른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국가에서 일어나는 가장 큰 일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는 대통령과 그의 직속이라 할 수 있는 총리가 가지고 있고, 예산을 쥐락펴락할 수 있고, 큰 그림과 디테일을 정하는 것은 예산과 직접적으로 연결 지어지는 각 부처 장관들에게 있다. 금융에서 생기는 온갖 위험성을 감시하고, 최종 결정을 하는 것은 금감위에 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을 대놓고 매수하려는 전략도 있겠지만 이들을 속이는데 중점을 두고 전략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이 정도 규모의 거래는 일반적이지 않다. 여러 영화적 소재로 곧잘 사용되는 은행의 인수 합병이나 주인이 바뀌는 경우에나 로비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은행이 왜 중요할까. 많은 기업인들의 최종적인 목표 중 하나는 바로 은행을 가지는 것이다. 은행은 유동성을 확보하는 강력한 수단이기도 하고, 동시에 지지 않는 싸움을 할 수 있는 보급로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은행을 바탕으로 플레이를 하는 기업들은 해외에 특히 많은데, 금산분리가 되어있는 곳뿐만 아니라 금산분리가 되어있더라도 우회적 방안을 사용해 실제적 행사권을 가질 수 있다.


금산 분리법은 한국의 경우 사업체가 은행과 같은 기관에 최대 지분 4%로 정하고 있지만 이는 국가마다 천차만별이다. 그러다 보니 소수의 사람들이 사실상 은행의 모든 여수신을 정할 수 있는 상황이 되고, 그들이 사실상 현시대의 절대적 귀족 계급에 해당된다 할 수 있다. 은행을 소유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기업에 얼마든지 자산을 보내줄 수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권력이라 할 수 있다. 금융 감시가 낮은 수준의 국가일수록 이를 바탕으로 많은 돈이 돈세탁에 사용될 수 있고, 결과적으로 껍데기만 있는 특수목적법인들이 수도 없이 만들어진다. 감시하는 주체와 사용하는 주체가 일치하는 현상이 된 것이다.


다행히 한국은 그 정도로 금융 시스템이 미비하지 않다. 금융 실명제부터 수많은 장치들과 보는 눈이 있기에 다른 국가에서 펼쳐지는 온갖 형태의 절대적 권력 구조가 이뤄지지는 않으나 이를 무너뜨리기 위한 도전을 하는 이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들은 여의도에 궁궐 같은 기업들과 성을 지어둔 봉건 사회의 군주들과 비슷하다. 이들에게 있어서 기업이나 기관들, 때로는 정부도 그들이 집어삼킬 수 있는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미 역사적으로 그러한 시도가 몇 번이나 있었고, 아마도 한국 경제가 심각하게 위험으로 치닫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도 이를 침착하게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권력의 공백기는 권력을 쟁취하려는 이들에게는 기회가 되면서 동시에 부수적 피해가 야기될 수 있다. 언제나 강대한 권력의 싸움 속에서 피해를 본 것은 무고한 시민들이었다. 감시를 해야 하는 주체가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면 국가의 곳간에 쌓인 국고는 배고픈 승냥이들이 덥석 물어가는 것이다.


최근에 가결된 2차 탄핵안으로 인해 사실상 대한민국의 행정부는 마비 상태라 할만하다. 국회는 이제 권력 싸움에만 집중해야 할 것이니 제대로 된 안정화 정책이 굴러나 갈까 의문이 든다. 이 과정에서 산더미 같은 돈을 들고 다니는 글로벌 로비스트들이 감시의 주체들을 가만히 둘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거래를 제안할 것이고, 분명 일이 펼쳐진다. 역사적으로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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