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3. 23.
홀로 산길을 오르다 보니 표지판을 만났다. 익숙한 길 끝에는 익숙하지 않은 길들이 있었다. 끝이 다름. '이단(異端)이구만'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상관이 없었다. 나는 여행자. 다른 길로도 한 번 걸어보는 거지. 표지판을 따라가다 보니 그 안에 여러 갈림길이 보였다. 어느 순간부터는 길과 길이 아닌 것의 차이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그것도 상관이 없었다. 목적지가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나는 그저 노을 져 보이는 어스름한 빛을 따라 그 방향을 찾아갈 뿐이었다. 산등성을 넘으면 보일 빛을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홀로 터벅이며 올라가는 와중 눈앞을 막던 비탈이 사라지고 능선을 타기 시작했다. 멀리 희미한 빛들이 보이는 모습은 내가 드디어 길을 찾았나 싶었다. 사실 그곳에서 멈춰도 좋았다. 잃은 줄 알았던 길은 이미 지나간 자들이 있는 흐릿한 길들이 보였고, 이 정도로도 충분히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빛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의문이 들었다. '이곳이 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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