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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Jun 02. 2022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생각

사람들을 “까막눈”으로 만드는건 아닐까

일상생활에서 영어는 회화까진 아니더라도 여러 형태로 사용된다. 외래어가 많이 쓰이기도 하고, 아예 한글이 없는 카페나 음식점들도 있으니 알아두는게 편한 세상이다.


나를 비롯해 젊은 세대는 어린 시절부터 영어를 배우기 때문에 영어 간판이나 안내, 심지어 온라인에서 검색을 하거나, 외국 사이트에 가입을 하는 것에 큰 어려움이 없다. 반면 영어를 배우지 않으신 어르신 세대에서는 영어를 모르기 때문에 겪는 불편함이 많으시다. 당장 화장품 이름도 읽지 못하시거나, 샴푸와 린스를 구별하기 어려우신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언어를 모르는 사람을 부를 때 까막눈이라 하곤 한다. 한글을 못 읽으시는 할머니, 할아버지 분들이 나이가 아무리 많으셔도 한글을 배워보려고 하시는 것은, 읽지 못하는 설움이 깊고 컸기 때문이다. 영어를 모르는 어르신 세대가 늦은 나이에 영어를 배우는 것도 읽지 못하는 답답함 때문이다. 그러면 프로그래밍 언어도 어느시점엔가 한글과 영어처럼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줄까. 답답함을 줄까. 아니면 설움을 줄까.


다행히 개발자들이 쓰는 언어는 생각보다 배우기 쉽고, 학원에서 몇 개월만 배우면 기본적인 문법을 비롯해 간단한 프로그램이나 웹사이트, 서버 개발도 배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의 벽만큼 높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개발자들의 언어가 산업에 점점 깊게 들어가고 있고, 그것을 이해하는어려워지는  같다.



최근 몇년간 서점가에서 IT 분야 서적으로 잘 팔린 책 중 하나가 바로 이 책이다. 바로 IT에 사용되는 단어, 개념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책이다.


이제는 대부분의 회사에서 앱을 만들거나 웹사이트를 운영하거나, 시스템을 클라우드에 옮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다보니 개발자가 아닌 분들도 개발자들의 언어와 세계에 대해 알지 못하면 의사소통이 안되고, 회사의 결정권자도 해당 지식이 없이는 IT 기반의 비즈니스를 하기 어렵게 된다.


대표적인 단어  하나는 API이다.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plication Programing Interface)의 줄임말로 단어를 풀이해도 무엇인지 알기 힘들고, 위키 설명을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API는 쉽게 설명하면 우리가 제작하지 않은 다른 서비스들의 기능을   있도록 하는 도구라 볼 수 있다. 가령 페이스북 API가 있어야 앱에 페이스북 로그인 기능을 넣을 수 있다. 우리는 페이스북을 만들지 않았지만 API를 사용해 페이스북의 기능을 쓸 수 있는 셈이다.


이러한 단어가 점점 더 많은 산업 현장에 들어오고 있고, 이를 개념적으로, 실제적으로 알지 못하면 바보처럼 보여질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비슷한 예로 API와 유사하게 쓸 수 있는게 SDK가 있다. 그러나 개발자가 아닌 사람이 API와 SDK의 차이를 알기는 참 어럽고, 아이러니하게도 개발자들도 이를 쉽고 깔끔하게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나는 프로그래밍 언어 자체를 모르는 것은 앞으로 시대에서 큰 문제가 될 거라 생각하지는 않으나, 개발자들만 쓰는 IT 용어가 점점  많은 곳에서 일상적으로 쓰이게  거라 생각한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개발 용어가 쏟아지고, 특히 신생 분야인 블록체인에서는 이해하기도 힘든 막연한 개념과 단어가 쏟아지고 있다. 탈중앙화, 블록, 토큰, NFT와 같은 단어들부터 웹 3.0, 노드, 딥러닝, 빅데이터, 클라우드, AI… 산업 전반에 IT가 침투하는 것을 과거 어느 시대 때보다 많이 보고 있고, 이러한 침투는 시간이 지나면 심해지지 줄어들 것 같진 않다.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소위 전문가라고 말하기 힘든 사람들의 시대가 왔다. 너무 빠르게 변하고, 새로운 기술이, 프레임워크가, 혁신이 도래했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는 일은 급변하는 시대를 조금이라도 읽게 해줄 수 있는 눈을 줄지도 모르겠다.


만약 내가 무엇인가를 이해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이 쉽게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이 오면 변화가 두렵게 느껴질 것이다. 나라면 그 순간이 왔을 때 내가 뒤쳐진다.’는 느낌이 들 것 같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모르는 사람들이 까막눈이 될까. 아니면 시대를 먼저 읽은 사람들이 다른 모든 사람들은 못 보는 것들을 먼저 볼까. 먼저 눈뜬 사람이 있다면 나머지 모든 사람들은 까막눈이 되는걸까.


기술의 최전선에서 머무르며 변화를 지켜보고 싶다. 무엇이 시대를 이끌고 있는지, 나는 무엇을 봐야하는지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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