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여정

1월 18일

2023. 1. 18

by 한상훈

12월 20일부터 29일의 긴 출장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니 K사 일을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에 왔다. S의 말을 듣고 계산서 발행을 물어보니 K사 대표는 화가 나 있었다. 나는 그와 며칠이고 대화하며 상황을 이야기하고,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매니지먼트의 부재나 소통의 부재를 이야기했다.


이 과정에서 S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도 알게 됐고, K사 대표는 생각보다 멍청하게 문제가 있어도 말도 못하는 바보였단 걸 알았다. 시간이 다 끝나고 나서야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책임 소재를 이야기하고, 완성도를 이야기하고 그리고 감정에 휩싸여 있었다.


나는 그와 며칠간 시간차이를 두고 싸우면서 동시에 T사와의 컨설팅 비용에 대한 부분을 해결해야 했다. 그와 동시에 받지 못한 1600만원의 디자인 문제도 해결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S의 진면목을 보게 됐는데 그는 여러가지로 내 기대보다 아래였단 걸 증명했다. 그리고 그가 섬으로 놀러 가며 대충 했던 일들의 대한 책임은 내가 지게 됐고, 총 1970만원을 포기하는 선에서 K사 대표와 합의하게 됐다.


내가 보기에 K사 대표는 절박하게 이 일을 하는 것 같았다. 그는 개발 능력도 개발 분석력도 없다. 그렇다고 상황의 문제를 그때그때 이야기하기 보다는 끝나고 나서 투정부리는 어린아이에 가까웠다. 나에겐 그와 싸울 이유와 명분도 있었고, 가장 치명적인 아킬레스 건인 제 3자 하청 문제를 걸고 넘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2천만원 중 우리가 받을 수 있는 건 일부일 것이고, 그 과정은 지지부진 할 것이고, K사 대표의 투덜거림과 변호사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것을 생각하면 끔찍했다. 결국 우리 수익을 포기하고 마무리 하는게 양측에게 적당한 합의점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나는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그 중 첫번째로 만난 사람은 바로 S였고, S와의 인연이 어떻게 될지는 그 당시엔 전혀 몰랐다. 중간에 많은 사람들과의 일이 있었지만 조금 이후에 있었던 일들을 기록하고 싶다.


그 다음 주 나는 짧게 출장을 갔다. 일요일 비행기로 인니로 가서 화요일 비행기로 들어오는 일정이었다. 내가 도착하기 전 A대표와 그의 이사진 2명 그리고 B대표가 와있었다.


정신 없이 출국을 준비해 나는 출국을 하고 늦은 밤이 되서야 호텔에 도착했다. 그리고 잠에 드니 결전의 날, 월요일이 됐다. 아침부터 시작된 미팅은 언제나처럼 별 의미없이 얼마나 큰 사업을 하는지 보여주는 코스에 가까웠다. 그리고 오후 3시쯤 됐을 무렵 가장 중요한 회의를 진행했다.


언제나처럼 C 회장은 원론적인 이야기, 사업 철학, 개인 투자를 받기 위한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B대표는 C 회장의 의중이 더 관심 있었다. 도대체 필요한게 무엇인지. 무엇을 바라는 것인지.


회의가 지지부진 이어지지 않고, 엉뚱한 이야기가 지속되던 중 D이사가 회의 참여자를 줄이자고 제안했다. 이것은 C회장의 체면을 살려주는 것이기도 하고, 반대로 B와 C회장의 심복 같은 K이사에게 힘을 주는 것이었다. 나와 다른 이사진는 옆 방에서 회의를 기다리며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가 원하는 것은 역시 돈이었다. 그러나 빠른 돈과 늦은 돈의 차이, 돈을 버는 방법의 차이일 뿐이다. 내가 믿기에 C회장은 돈이 없었다. 현금도 바닥 났고, 여러 경비 나갈 것들에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내가 입국할 때 공항에서 고가의 화장품을 사오길 요청했는데, 비용이 58만원이 나왔다. 상식적으로 고작 60만원 돈임에도 55만원을 주고, 나머지 3만원은 다른 이사를 통해서 받으라고 했다. 모든 이사진이 어마어마한 돈과 시간을 쓰고 투자했으나 한 푼도 받지 못했던 것은 C 회장은 돈이 없었고, 투자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던 중 B대표의 제안은 큰 돈을 빠르게 벌 수 있는 방법이고, 죄책감이 들지도 않는 수준의 일이었을 것이다. B대표의 제안은 단편적으로는 다단계를 이용한 매집과 하락, 즉 주식에서는 작전 세력이 하는 전략과 동일하다. 다만 차이점이 존재한다면 작전세력이면서 동시에 폰지 사기이고, 블록체인 기술을 써서 수익을 분산하는 스테이킹 시스템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나는 그의 설명을 직접적으로 듣지는 못했다.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으니. 그러나 이후에 설명을 주워 듣고 보니 모든 참여자들은 큰 작전에 참여자이고, 작전의 참여자들이 거대할 수록 수급을 담당하는 이들과 개미 투자자들이 더 많이 붙는 구조이다.


회의가 끝나고 K이사는 무척 표정이 밝았다. 마치 예수를 만난 베드로의 표정이 아닐까 싶었다. 그는 “이제야 진실을 깨달았어.” 하며 코인 세계의 뒷편의 시나리오를 알게 됐다고 간증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C회장의 의중을 떠보던 B대표도 드디어 같은 테이블에 온 것을 직감했는지 노하우나 경험담을 조금씩 열기 시작했다. 나는 어떤 방식인지 모르고, 그들이 말하는 어마어마한 수익과 수십 수백억의 돈이 곧 들어오리라는 말들만 들으며 분위기를 맞췄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이 전략이 무너져 내린다면 지금 들떠있는 순간은 또다른 우습고 처량한 과거로 기억되리라 생각했다.


대외적으로 B대표와 그와 같이 작업했던 사람들은 이 세계의 흑막이라 불러도 될지 모른다. 어쩌면 흑막, 어쩌면 탐욕에 눈먼 바보들의 돈을 쓸어담는 청소부라 말할 수 있다. 코인 세계는 표면적으로는 미래 기술이다, 블록체인이다 말하지만 내면의 구조는 온갖 범죄와 사기, 수많은 한 방을 원하는 이들의 광기의 용광로이다.


대한민국을 비롯한 전세계의 코인판의 뒷편엔 어마어마한 지하경제가 존재한다. 그들이 가격을 정하고, 가격 이상 올라간 곳에서 수익을 실현하고 빠져나간다. 광기에 올라간 이들과 기업들, 금융 기관들도 모조리 바보를 만든다. 어찌보면 계급장을 뗀 싸움이라 할 수 있다.


그 와중에도 나는 사랑에 빠져있었다. 그래서 스스로가 무섭기도 했다. 내가 이렇게 내 마음을 표현해도 될까. 멍청하리만치 솔직하게 나는 그녀에 대해 내 마음을 다 털어놓았다. 그리고 그녀도 내게 진심을 보였다. 말과 행동 모든 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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