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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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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Sep 03. 2023

9월 3일

2023. 9. 3

때로는 온몸에 힘이란 힘이 다 빠져나간 것 같은 하루도 있는 법이다. 세상은 멈춘 것처럼 조용하고, 삶의 의미도 재미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감각을 상실한 것일까? 혼란스러운 날일지도 모른다.


글을 적고 있는 밤 11시. 나는 몇몇의 유통 업체에게 콜드콜 예약 메일을 보내두었다. 내일은 많은 이메일이 전달되어야 한다. 견적서가 나가야 하고, 완성본을 전달해야 하고. 깊은 잠에 빠져 토끼굴에 빠진 엘리스가 된 기분을 느껴보고 싶기도 하다. 꿈이 끝나면 그것은 찰나의 순간이겠지만 꿈이 끝나기 전까진 자유롭겠지. 


거대한 꿈을 향하는 일은 외롭고 힘든 길이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면 딱히 괴롭지 않다. 그저 온몸의 통증을 느끼는 통각이 사라진 것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빠르게 스쳐가는 하루하루를 남기다 보면 어느덧 올해도 마지막을 향해 나아가는 걸 보는 것이다. 


스토리라는 것은 어디에 돈을 썼는지로 생기는 게 아니다. 삶에서 기억될만한 흔적을 남긴 순간들이 이야기가 된다. 나는 수많은 고난의 덩어리나 악당들과의 만남들이 모두 나를 성장시키는 흔적들로 지나가고 있음을 알고 있다. 


때로는 신의 도움을 찾고 싶을 때도 있다. 목 끝까지 칼칼한 역겨운 이들을 마주할 때면 내 세상에서 그들을 마주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러나 운명이란 참 얄궂게도 천인공노할 악인이라도 내가 누구냐에 따라 아군이 되기도 하고, 나의 병사처럼 대신 싸워주기도 한다. 


종종 이렇게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보면 깨닫는다. 난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구나. 미래에 대한 계획과 전략은 모두 짜두었고, 그저 몇 주, 몇 달 만에 멍하니 세상을 보는 날이 됐구나.


그렇다. 세계 시장에 도전할 계획과 실행은 이미 계속해서 쌓아오고 있다. 더 이상 고민할 것도 없고, 더 이상 주저할 것도 없고, 마치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내가 정한 길을 달리면 된다. 


약속을 모두 지키고 싶다. 고객과의 약속. 그리고 나와의 약속. 그러면 행운의 여신도 다시금 손을 잡아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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