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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Oct 01. 2024

암호화폐 차익거래와 블록체인 생태계의 딜레마

차익거래 패턴에서 현 이더리움 생태계 논제까지의 연관성

한국의 암호화폐 시장은 특유의 폐쇄성으로 인해 시장의 가격이 다른 국가의 가격보다 높은 현상이 오랫동안 나타났다. 사람들은 이를 김치 프리미엄이라 부른다. 왜 그렇다면 동일한 재화를 취급하는데 한국 시장만 비싼 것인가 하면 수요보다 공급이 미묘하게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차익거래의 일반적인 경로를 생각해 보자.



방법 1. 원시적 방법

바이낸스 거래소에서 테더가 1350원, 한국에서 1400원이라고 가정해 보자. 1개를 송금 손실 없이 거래할 수 있다면 거래당 50원의 이익을 만들게 된다. 실제로는 송금 과정에서 딜레이와 매수 매도 수수료 등으로 인해서 로스가 발생하겠지만 그것은 차후에 계산하자.


테더 거래를 통해 개당 50원의 이익이 발생했다면 한국에서 생긴 원화를 다시 바이낸스로 보내야 이 차익 거래의 순환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원화를 인출해서 바이낸스가 연결된 은행에 달러로 보내면 어떻게 될까? 외환 거래 과정은 규모와 방식에 따라 외환 거래법 위반이 될 수 있다.(대부분 외환 거래법 8조를 위반하거나 그 외의 규정에도 많이 위반하여 문제가 된다.)


이를 회피하기 위해서 아이디어를 쓴 것은 차익이 적게 발생하는 코인을 중간 송금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프리미엄이 높은 코인 A와 프리미엄이 낮은 코인 B가 있다면 바이낸스에서는 A를 사서 한국에서 팔고, 한국에서는 B를 사서 바이낸스에서 판다.


방법 2. 거래소의 원시적 방법


하지만 방법 1은 암호화폐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하고, 이를 실행해 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이를 시도해 보았고, 반대로 사기꾼들은 이 방법을 자신들이 정교하게 구현했다고 하면서 사람들을 선동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원시적 방법이 현재까지도 쓰이지 않냐고 하면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 시장의 비정상적인 차익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거래소가 입출금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경우다.


각 거래소에서는 가끔 명목을 들어 입출금을 제한하되, 거래소 내의 거래는 가능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가 바로 비정상적 차익을 만드는 시그널이 된다. 일반적인 사용자들은 차익을 상시 모니터링하면서 거래하기보다는 표시된 값을 참조하는 정도로만 확인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한국의 거래소는 모든 코인이 다 프리미엄이 있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에 그 사실을 아예 고려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경우에 따라서 입출금을 막고, 고인 시장에서의 가격은 끌어올린 상태에서 입출금이 풀리는 시점에 많은 양의 코인을 선입금하여, 차익을 먹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는데, 이는 거래소만 가능하다. 일반 사용자들의 정보는 느리고, 어느 시점에 입금이 가능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 패턴은 지금은 여러 감시가 있다 보니 외부적 이벤트에 연계되어야 하기도 하고, 또한 많은 퀀트 트레이딩이 시장을 계속 감시 중이기 때문에 차익이 발생해도 이를 수익화하는 구간이 짧고, 그 양이 적다. 그러다 보니 차익을 만드는 데 있어서 메리트가 급속도로 떨어진 분야이다.


방법 3. 소액 현금 거래

얼마 전 테더의 프리미엄이 5% 이상 치솓았을 때 여러 커뮤니티 채널에서 직장인 용돈벌이라고 하여, 해외 결제가 되는 카드를 이용해 테더 차익 거래가 유행한 적이 있다. 이 방법은 해외 결제가 되는 카드나 500만 원 이하의 금액 정도를 송금하여 차익을 확보하고, 다시 코인을 사서 거래소로 보내지 않고, 원화로 출금하는 패턴이다. 


원화로 출금하게 되면 앞서 코인만 매개체로 쓰는 경우보다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많아지지만 이것 역시 외국환 거래법 위반에 해당하는 상황이 쉽게 올 수 있다. 어찌 보면 법망을 벗어나 환치기를 하는 것으로 법 해석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것으로 처벌받는 사람들도 꽤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규모가 작다 보니 어느 정도 적은 범주에서는 FIU에서 다 처벌하지는 않는다고 하는데, 결과적으로 FIU 모니터링 대상에는 다 올라가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방법 4. 거래소간 불법 파트너십

위의 3가지 방법 모두 큰 손들이 할만한 전략은 아니었다. 가령 2번째 방법은 ICO 붐이 일던 시절엔 거래소에서 무슨 짓이던 했으니 그때야 프리미엄이 10% 이상도 만들어낼 수 있었고, 사람들을 속여 매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위의 3가지 패턴 이외에 더 악질은 바로 거래소간 불법 커넥션을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현재 한국은 여러 감시자가 많아진 상태라 이것이 쉽지 않아 졌지만 과거에는 규제가 느슨한 마이너 거래소 사이에서 차익 거래를 자신들끼리 진행하여 수익 사이클을 만들 수 있었다. 


실제로 계산해 보면 더욱 명확해지는데 김치 프리미엄은 실시간으로 오르고 내리는 것처럼 보이고, 어떤 코인이 차익이 커지고, 작아지는 게 보이기 때문에 방법 1을 사용해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그 프리미엄은 각 거래소의 송금 수수료와 호가창에서 올라온 물량 등을 모두 고려해 본다면 사실상 사이클이 구성되기에는 매우 적은 수준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결과적으로 수천만 원 송금 사이클을 했을 때 약 0.5% 이내의 수익이 추산되는 경우가 많지만, 결과적으로 호가창에서 해당 물량을 감당할 수도 없고 또한 송금 시간의 딜레이로 이 마저도 리스크 제로 수익은 아니다.


그러나 만약 거래소들끼리 실제 송금은 발생시키지 않고, 자신들만 전산으로 처리한다면 어떨까?


그런 경우가 가능하다면 사용자들은 수수료 때문에 시도하지 못하는 차익 거래를 거래소들은 시스템 적으로 구현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온체인 이동도 없기 때문에 가스 수수료가 발생하지도 않는다. 딜레이도 없다. 그저 거래소간 서버 통신이 끝일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잡 거래소가 현물만 취급한다고 해도 전혀 믿을 수 없는 이유가 된다. 거래소간 불법 파트너십을 통해 송금 과정을 감추고, 온체인 로그도 공유되지 않는다면 여기서 발생하는 차익은 모조리 거래소가 편취하는 구조가 된다.


방법 5. 탈 중앙화 거래소(DEX)

앞서 1~4번 방법을 모두 보면 어떤까. 전부 법정 화폐를 거래하는 중앙 거래소(CEX)를 수단으로 사용하는 전략에 해당한다. 차익 거래를 통한 수익을 노리는 사람들은 위의 패턴에서 답을 찾기 어려웠기에 유니스왑과 같은 탈 중앙화 거래소, 덱스를 사용하게 됐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 중 하나는 덱스에서 발생하는 천문학적 거래량이 왜 생기는지 잘 모른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토큰 교환을 그렇게 많이 해서 얻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그곳에 수익이 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내가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이미 이러한 수익도 고갈됐기 때문에 마른 우물에 가깝지만 말이다.


어쨌든 덱스에서 거래량이 미친듯한 이유는 그 안에서 차익 거래가 생길 수 있었고, 이를 CEX와 연동하여 현금화하는 사이클까지 전략을 세웠기 때문이다. 재밌게도 이와 관련된 내용은 딱히 비밀도 아닌 게 공개적인 포럼이나 분석 자료가 온라인상에 버젓이 올라와있다. 


큰 전략은 비교적 간단하다.


차익 거래의 범주를 바이낸스, 업비트 등의 중앙 거래소뿐만 아니라 유니스왑, 스시스왑과 같은 탈 중앙 거래소까지 범주에 포함하고, 각 거래소 간의 차익이 발생했을 때 차익을 바탕으로 한 거래를 24시간 발생시킨다. 이 과정에서 탈 중앙 거래소의 AMM 시스템의 약점을 공략하기도 하고, 반대로 이를 역으로 공격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모두 다 차익을 목표로 한 퀀트 트레이딩을 실행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먹잇감으로 사용될 일반 사용자들의 거래는 오히려 적어지게 된다. 일정 임계량을 넘어가게 되면 봇끼리의 싸움이 되고, 그들의 포지션 싸움이 된다. 누가 더 공격적으로 차익을 먹기 위해 가스를 높일 것이냐, 아니면 가스를 낮추면서 거시적으로 플레이할 것이냐.




프리미엄 고정 현상

재밌게도 위의 일련의 시나리오들은 지금도 지구 곳곳의 모든 거래소에서 실시간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차익이 생기더라도 그 차익의 퍼센트와 가격대는 일관된 패턴을 보이며 고정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거래소별 가격을 모아주는 서비스가 많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널리 사용되는 코인마켓캡이나 코인겟코 등을 보면 누구나 코인별 각 거래소의 가격을 볼 수 있다. 그리고 해당 가격의 격차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유는 앞선 1~5번 방법이 모두 실행되어 가격의 차이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거래가 24시간 이뤄지기 때문이다. 만약 특정 코인의 가격이 다르게 움직인다면 그것은 큰 규모의 매수, 매도가 생길 모먼트를 얻는 이벤트가 있어야 한다. 그 외에는 다른 모든 외환시장이나 원자재 시장과 같이 가격의 차익을 얻기 위해 시스템으로 모니터링되는 자동화된 트레이딩 봇이 가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더리움 개발자들의 고민

나는 여러 개발자 포럼을 보는 편이지만 그중에서 이와 같은 문제점을 고민하는 집단을 이더리움 생태계가 거의 유일한 편이다. 가장 오래된 플랫폼이기도 하고, 비트코인처럼 송금 속도가 느려 차익거래에 어려움이 있는 블록체인은 아닌 편에 속한다. 물론 이더리움도 비트코인에 비해 빠른 편이지 송금 매개체로는 느린 편에 속해 꺼려지지만 그들이 만든 기준을 따라 움직이는 EVM 생태계의 사이즈는 무시할 수 없다.


또한 많은 코인이 사실은 ERC-20 토큰임에도 코인의 이름으로 거래되고 있는 일련의 상황들과 앞서 덱스 거래에서의 송금은 ERC-20을 중심으로 한 빠른 송금이 가능하기 때문에 차익 거래에 사용되기에 적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차익거래를 개발자들이 왜 고민할까? 바로 차익 거래가 쉽게 발생할 수 있는 개발적 환경을 만들게 되면 전체에서 일반 사용자들의 손실이 커지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거래가 실행되지는 않았지만 대기 상태인 맴풀이 그러하다. 강력한 자본력과 기술력이 있는 이들은 맴풀을 상시 모니터링하면서 개개인의 거래를 바탕으로 MEV를 뽑아먹을 봇을 24시간 돌려두고 있다. 물론 일반 사용자들이 거래할 때 이와 같은 공격자들의 공격이 체감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것이 활개 치고, 이를 방지한 더 나은 블록체인이 나온다면 이더리움은 대장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것이다.


이러한 도전은 사실 모든 블록체인 재단에서 발생하는 근본적인 고민이다. 소위 말해 자본가들이 장난치기 좋게 만들면 거래량을 폭등시키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돈을 버는 개인들이 만들어질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생태계를 만든다. 쉽게 말하면 털어먹기 좋은 블록체인은 업자들에게는 좋은 소식이겠지만, 그 사실을 알고서도 그 코인을 사는 개인은 줄어들 것이다.


이와 관련된 해결을 하기 위해 각 탈 중앙 거래소는 자체적으로 버전 업그레이드를 하고, 또한 블록체인에서도 성능 향상을 꾸준히 진행 중에 있다. 이러한 측면 덕분에 이더리움은 더 신뢰할만한 체인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반대로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차익을 털어가려는 이들의 물량은 떠나가게 된다. 아이러니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은 내 돈의 가치가 올라가길 바라니 거래량이 터지는 핫한 코인을 원하고, 핫한 메인넷을 원하지만 해당 물량을 순수 개인들로만 끌어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거래량의 모순

이 수준이 어느 정도 일까? 만약 당신이 100만 원이 있다면 당신은 거래를 하루에 많이 해도 사고팔고 10번 정도 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대부분은 한 번 사서 며칠 정도는 홀드 해보는 게 일반적인 투자자들이다. 그러나 기계가 한다면 어떨까? 100만 원으로 하루에 몇백억 원어치 거래량도 뽑을 수 있다. 수수료보다만 더 벌면 되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방법 4에서 처럼 불법적으로 이뤄진 허위 거래의 경우까지 고려한다면 거래량은 비교할 수 없이 오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인간은 매번 정량, 정성적 판단을 하여 거래하기 때문에 할 수 없어도 자동화된 시스템에서는 수익이 발생만 한다면 365일 쉬지 않고 거래량을 만들어낸다. 반대로 블록체인 재단 개발자들은 이 사실을 알고 막아야 한다. 



차익의 필연성

앞서 차익 거래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설명했지만 자본 시장에서 차익은 필연적으로 생기는 것이고, 이를 조정해 줄 존재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것을 법의 규정을 벗어나면서 수익을 얻거나 또는 일반 사용자들의 거래를 이용해 차익을 뽑는 경우가 문제라 본다. 이러한 견해는 블록체인 개발자들의 일반적 견해라고 생각하는데 이더리움 개발자들도 이 사실을 알고 맴풀을 개선하거나 처리 속도를 끌어올리거나 또는 트렌젝션 시퀀스를 랜덤화 하거나 등 여러 제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 차익을 먹어서 돈을 번 사람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코인 간 송금을 하지 못하면 법정 화폐를 통한 차익을 얻으려 돈을 담아 비행기를 타기도 했다. 그뿐인가. 세관의 감시를 피해 바닷길로 자금을 옮기는 전략을 쓰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시장에서 발생한 비대칭적 수익을 얻기 위해 사람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요약

차익 거래의 패턴은 시대가 바뀌면서 진화해 왔다. 이 글에서는 5개 정도의 패턴을 설명해 보았다. 블록체인 개발자의 관점에서 차익이 발생할 수 있는(또는 비대칭적 제로 리스크 수익이 공격자에게만 발생하는) 구조는 생태계를 무너뜨릴 위험한 위협 요소가 된다. 그러므로 이와 관련된 논의는 계속해서 지켜봐야 하고, 마치 화이트 해커와 블랙 해커의 싸움과 같이 창과 방패의 싸움은 블록체인의 시스템 레벨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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