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29.
비즈니스를 할 때만큼은 완곡한 표현만큼 잘못된 표현이 없다. 완곡한 표현을 사용할 때는 완곡하게 표현해도 무방한 상황에서나 효율성이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명확하게 의사 전달을 해야 한다. 이 당연한 명제를 사업하는 이들도 업무 하는 이들도 잘 모른다. 그들이 프로답지 못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바로 그 부분이다.
사업에서 거절은 명확해야 한다. 진행할 것인지, 검토할 것인지, 검토한다면 몇일의 시간이 소요되는지. 보통 이러한 숫자가 정확하게 나타나지 않는 사업을 보면 언제나 그렇듯 정상적으로 진행이 안된다. 숫자가 없는 사업은 평가가 없는 사업이라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정량적으로 수치화되지 않은 데이터는 기록되지 않았기에 얼마나 개선이 이뤄졌는지 알 수가 없다. 기존보다는 동일한 업무를 할 때 개선이 얼마나 진행되고 있는지, 구성원들의 현재 상태는 어떠한지를 그저 감각적으로 느낌으로 확인하는 것과 숫자로 보는 것은 천지차이다.
흔히들 대표들을 만나도 숫자가 아닌 감각으로만 말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추상적 표현을 사용하기 때문에 구체적 결과를 얻는 일에 미숙하다. 구체화한다는 것은 자신이 가진 러프한 생각을 깎아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대표라는 사람이 흐릿한 아이디어로 지시를 한다면 아이디어 안의 모순과 불확실한 부분을 타인에게 양도하는 격이 된다. 차후에 실무자들이 문제점들을 발견하게 됐을 때는 또다시 러프한 디렉션을 하고, 이것이 반복되면 무능력한 대표이자 비전 없는 대표가 되는 것이다.
구체성이 없는 모든 의사 결정. 또한 말도 안 되는 논리로 거절하는 습관은 사업을 미숙하게 하는 사람들이나 하는 표현이다. 대표적으로 시간이 없다는 표현이 그렇다. 시간이 없다는 표현은 사업에서 하지 말아야 할 표현인데, 절대적인 시간이 앞으로 1달간 없다는 것인지, 3달간 없다는 것인지. 또는 측정하기 힘들 만큼 촉박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뜻인지. 또는 그저 완곡한 표현으로 시간이 없다고 둘러댄 것인지에 따라 듣는 이의 방향이 결정된다. 의향은 있으나 일정 기간 동안만 바쁜 것이라면 해당 기간 이후의 논의를 원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외의 열거된 경우라면 그렇지 않다. 즉 해석의 모호함을 남기는 나쁜 의사전달이다.
이런 의사 표현을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경험상 80% 정도는 그러하다. 선명한 의사 전달이 날카롭게 느껴진다는 이유로 불확실한 대화만 하다 마는 것이다. "앞으로 1달간 중요한 KPI를 만족하기 위해 철야 작업 중에 있습니다. 1달 이후에 이 문제에 대해서 논의해보는 게 어떨까요?"와 같이 오해를 남길 것도 없고 선명한 답이 날카롭게 느껴지는가? 아니면 대충 "제가 요즘 시간이 없어서요." 정도로 진행 여부를 알 수 없이 말끝을 흐리는 게 좋은 대화법인가.
단순해 보이는 것들을 못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런 사람들도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으니 어찌 보면 세상은 참 쉬운 곳이다. 기본을 지키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고, 프로답지 못해도 먹고살 수 있는 시장이 있으니. 그러나 모든 게 완벽해야 하는 시장은 있다. 그곳에서 살아남으려면 디테일에 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