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어떤 소셜에서 수학 연구를 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몇년간 이 질문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 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만, 근래 제가 생각한 하나의 답을 써보고자 한다.
저는 자연현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편미분방정식을 연구하는 사람이기에 '현상이 존재하나, 그걸 설명하기 위한 언어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문학도, 예술도, 수학도 이런 면에서는 유사하다. 수학은 수식으로 그 언어를 만들어내고, 비교적 객관적인 언어로 검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한 표현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사막 깊숙히 있는 석유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연구된 수학 모형이 있다. 이 석유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두 기둥을 뚫고, 한쪽에는 물을 주입해서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다는 성질을 이용해서, 그 압력으로 기름을 추출해 낸다. 1934년 즈음에 Morris Muskat이라는 사람이 그 물과 기름 사이의 경계면의 시간에 따른 진화를 다룬 방정식을 유도했습니다만, 지금도 많은 수학자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이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한시간안에 경계면이 충돌하는 시나리오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이런 연구가 꽤 많이 진행되었다.
꽤 많은 상황에서 저 경계면이 어떻게 진화하는지 연구가 되었지만, 많은 연구들이 표면장력을 무시한 바람에 물리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 30년간 수학자들은 그걸 풀 수 있는 도구, 즉 언어를 만들어내고 그걸 발전해왔다.
지난주 금요일에 학과 세미나에서 근래 이 문제에 대한 그간 1년간 연구한 것들을 공유했다. 표면장력 효과나 바닥이 있을 때 발생하는 문제를 다루기 위한 도구를 개발해서 이 문제를 이해하는 내 관점을 공유했다. 적어도 학과원들은 제 발표를 좋아했던거 같고, 앞으로 남은 시간동안은 이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언어를 만드는데 집중하려고 한다.
이걸 푼다고 세상이 바뀔까? 나비에-스톡스 1백만달러 그 문제가 풀린다고 급속도로 세상이 바뀔까? 그렇지는 않을거다. 그렇지만 우리 세상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보다 더 정확하게 기술할 수 있는 언어를 얻게 될 좋은 기회가 되고, 앞서 말한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현대적인 '컴퓨터 보조증명(Computer assisted proof)'도 만들어졌다.
사과가 지구에 떨어질때 그 사과의 운동을 설명하기 위해 미적분학이라는 언어를 만들었고, 그 무궁무진한 응용이 발생했듯이, 새로운 언어가 만들어지는 건 어떤 식으로든 중요하다고 생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