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소위 최고 명문대학교에서 대학원을 4년 다녔고, 3년을 학부생들을 교육했다. ChatGPT가 2022년 11월에 나타난 이후로 특히 대학교육에서 많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고, 긍정적인 변화보다는 부정적인 변화가 많이 보인다. 아직까지 어떻게 측정해야 할 지는 조금 더 찾아봐야겠지만, 학업성취도가 확연히 떨어진 느낌이고, 생각을 하는 학생들의 비중이 현저히 낮아진 느낌이었다. Reddit에 가봐도 모든 교수들이 하소연하는 이야기들 뿐이다. 숙제의 답안지 상태랑 달리 기말고사 성적은 매우 형편없다는 소리들 뿐이다.
ChatGPT를 통해 정보를 접근하는 난이도가 확실히 낮아졌다. 나같은 경우는 가끔 영어로 생각하기 싫은 상태에서 정보를 얻고 싶을때 (정말 쓸모없는 정보) ChatGPT와 같은 LLM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서 전차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디젤기차를 운영하는 MBTA는 무슨 이유가 있길래 이렇게 운영하고 있는거지? 이런 질문은 레딧에서 찾아볼 수야 있겠지만 LLM으로 검색하면 빨리 알아낼 수 있고, 내 모국어로 정보습득을 할 수 있기에 단기적으로 만족할 수 있어서 좋았다. 연극이나 영화를 보고나서, 주변에 친구들과 깊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모를까, 영어로는 내가 생각하는 미묘한 관찰포인트나 논리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이럴때 내가 놓친게 있는지 한번씩 찾아보는 수단으로 LLM이랑 대화를 하지만, 진지하게 상대하진 않는다.
학생들이 나에게 와서 LLM에게 물어보면 답을 제대로 찾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수학문제를 LLM에 질문하면 정확하게 내가 원하는 정보를 찾아낼 수 있다. 무슨 차이였을까. 정확하게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알고 있었기에 정확한 질문을 할 수 있었다.
더불어 나도 근래 유튜브랑 인스타그램 숏츠를 봐서 그런지 집중력이 확실히 떨어진 느낌인데 학생들은 오죽할까. 오늘 동료에게 물어보니 틱톡이 유행하기 시작한게 이제 5년쯤 되었다고 한다. 다시 한번 디지털 디톡스를 위해 책을 잔뜩 사놓았고, 나의 집중력을 찾기 위해 인스타그램도 지웠다. 그렇다고 학생들이 이런 선택을 할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는 앞으로의 선생들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의 마음에 가닿게 할 지, 잔소리가 아닌, 진심으로 자신들의 마음에 신경쓰고 있는지를 움직이는 방법을 더욱 더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70%는 그러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30%라도 그 마음을 이해한다면 어느정도 성공한거라고 생각한다.
수학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교과목을 가르치는 내용적인 측면도 중요하겠지만, 나는 그 학문을 바라보는 심성과 더불어, 어떤 모르는 문제나 논쟁이 나왔을때, 그것의 핵심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능력, 그리고 무엇을 아는지 모르는지를 명확하게 아는 능력을 기르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수학은 자연의 언어를 놀라울 정도로 기술한 언어라고도 하지만, 인간이 자연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생각의 틀이라고 생각한다. 그 틀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수학교육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걸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은 과거에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LLM 탄생 이후로는 이런 접근방법이 상대적으로 쉬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시리즈 글은 그 고민을 풀어내기 위한 시작이다. 어떻게 해야할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몇 가지 책을 읽어보고, 사람들과 차담을 하면서, 미국에서 또는 한국에서 수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가닿게 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은 1년간 할만한 유의미한 사색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첫 시작은, 예전 동역학계 책으로 공부했던 Steven Strogatz가 쓴 Infinite Powers(미적분의 힘)을 읽고, 생각을 좀 발전해보려고 한다. 이 책이 인문사회계 전공을 한 사람들에게도 매우 인상적인 책이라고 들었고, 뉴욕타임스에서 베스트셀러로 지정이 되었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대학교 수준의 수학을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면서 가르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