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뮤지컬은 실제 제 2차 세계대전에서 있었던 영국군 스파이 작전인 Operation Mincemeat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영국에 있던 노숙자의 시체를 영국군의 고위장교로 무장시켜 독일군을 속여 제2차 세계대전의 향방을 바꾼 사건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이다.
나는 이 뮤지컬을 보기전에 충분한 배경학습이 필요하다 생각해서 대략적으로 위키피디아에서 읽고, 영화판을 봤었다. 그를 바탕으로 내 나름대로 주제를 가지고 뮤지컬을 보려고 하는데, 조금 걱정이 된다고 Y에게 조언을 구했었다. 너무 긴장할 필요 없다고 해서 나름 편하게 마음 먹고 들어갔다. 내가 저 친구만큼 문학적 소양이 높지는 않아서 잘 소화할 수 있을지는 걱정이었다.
스포일러를 하지 않는 선에서 말한다면, 처음에 극장의 크기가 작은 것에 대해서 의아했었다고 말했는데.... 정말 놀라운건 뮤지컬을 보면서 공간이 좁다는 생각을 하나도 못했다. 어떻게 적절한 소품을 활용해서 공간을 무한대로 상상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는지에 감탄했다. 그리고 5명의 배우가 90명을 연기를 하는데, 그 절정은 1막의 마지막에 이 5명이 여러 신을 넘나들며 계속 배역이 바꿈에도 불구하고, 1인 2역 연기에서 느껴지는 어색함이 전혀 없이, 모두가 다 다른 사람으로 느껴졌다.
무대설정도 계속 바뀌는데도 그냥 장비 하나가지고 계속 바꿔대면서 그 조그만 환경에서 많은걸 변주하고 계속 상상하게 만드는 힘, 이게 이 뮤지컬의 또 묘미인거 같았다. 그리고 중간중간 몬태규와 찰리의 연기가 이 뮤지컬이 자칫 너무 진지하게 압도될만한 주제를 잘 잡아주며 사람들이 계속 몰입하게 만들어서 좋았다. 서사의 균형추를 잘 맞춰주는 장치였다. 다만 내가 블랙유머나 언어유희를 알아들을 정도의 언어소양은 없어서, 알아듣기는 만만치 않았다. 다만 내가 실제 인물관계를 알고 들어가니까 그나마 길은 덜 잃었던거 같다.
스포일러 하지 않는 선에서, 관객이 박수를 치는게 정말 이상한데, 어쩔수 없이 박수를 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내고, 온갖 종류의 아이러니로 가득한 뮤지컬이었다.
보면 볼수록, 5명이 90명을 연기하게 만든 구조랑, 젠더스위치는 빠른 극전개와 다른 배우들이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틀을 그렇게 만든거 아닐까 싶었다.
2막부터는 또 새로운 상상력이 가미되는데, 이것은 정말 스포일러가 되서 글 쓰는건 좋은거 같진 않다. 다만 역사는 누가 기록하는가? 라는 주제가 지금 생각해보니 2막의 전체 주제였던거 같다. 그걸 또 기가막히게 연출해내고, 정말 이상함을 느끼게 만들었던게 이 뮤지컬의 묘미였다. 또한 뮤지컬에서 중간중간 심는 주제로, 인간의 존엄성, 죽음에 대한 최소한의 윤리를 담은건 좋았다. 사실 이 사건의 역사적 의의는 거기에 있으니까.
특히 넘버 하나중 making the man은 정말 특이한 상황인데, 그 에너지와 유쾌함, 그리고 안무때문에, 전쟁의 승리를 위해 신원도 제대로 모르는 시신을 고위장교로 신나게 위장해 나아가는 모습에 뭔가 간극을 느꼈다. 이 부분은 의도적으로 뮤지컬을 잘 만든거 같다. 특히 making a man, making a hero라는 말을 반복하는데, 그 과정에서 조금은 다른 맥락이긴 하지만, 이승복이 떠올랐었다.
아마 이 글은 이 뮤지컬이 조금 더 알려지고 나서 글을 수정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에서 언젠가 공연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