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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Six on the Broadway

by Will

늘 Met에서 관람하다가, 시간이 조금 붕 뜬다는 느낌이 들어 뮤지컬을 그냥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큰 모티브 중 하나는 무지개색 Playbill이었다.

그 무지개색 Playbill에 걸맞는 작품을 보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작품들을 찾아보았다. 오늘 당장 볼 수 있는 것 중 하나로. 리스트에 떴던 건

위대한 개츠비

하데스타운

Six

Smash

였는데, 위대한 개츠비는 소설에 비해서 못하다는 평이 많았고, Smash는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렇게까지 영감이 없다고 하더라. 하데스타운이 제일 Playbill 표지가 좋은데, 이걸 지금 혼자 볼 자신은 없어서 소거법으로 Six을 선택했다. 설정자체가 흥미로워서 택한 것도 있고.

영국 역사에는 정말 수많은 싸이코들이 있지만, 단연코 회자되는건 헨리 8세일거다. 영국에서 강력한 왕권을 휘두른 튜더왕조의 시작이었으며, 아내만 6명을 가진, 그것도 이혼하기 위해서 카톨릭을 탈주해 자기가 종교의 수장까지 된 정말 독특한 왕.

그러나 이 뮤지컬은 헨리 8세는 없고, 그 왕비들이 관객들 앞에서 누가 이 6명중에 제일 왕비로서 기억될 가치가 있는가? 라는 가상의 주제로 자신의 서사를 풀어나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하고, 팝음악을 택했다고 해서 신기했다. 그래서 기대를 가지고 들어가긴 했는데...

우선 결론부터 말하면, 왜 인기가 있는지까진 알겠는데, 내 취향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도 알겠다. "왜 여성들의 고통을 소비하면서, 왜 계속 경쟁하고, 누가 더 극적인지를 강조해야하는가?"라는 주제의식을 막바지에 드러낸 것도 그렇고. 난 팝을 이용해서 뭔가 비판하려는걸까? 싶어서 들어가봤는데 그건 아니라서 약간은 실망했다.

물론 내가 남성이라서 내가 이입할 수 없는 성별정체성을 가진 상황에서 이 뮤지컬을 본 한계도 있을건데, 노래 하나로 그 사람의 인생을 6분만에 압축해서 팝 형태로 만든건 내 취향은 아니었던거 같다. 그런 구조를 택한건 이해간다. 자극적이고, 빠르게 청중들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하려면, 아무래도 우리가 현 시대에 살아가는 이상, 익숙한 문법에 의존한 음악을 사용하는게 편하니까. 게다가 뭔가 팝 가수로 묘사함으로서, 역사속에서 목소리가 없던 인물들이 힘을 갖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는건 이해가니까.

마지막에 단체곡에서 개개인이 함께 자기가 주인공이 되는 것에 대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했을수도 있고.

의의가 없는건 아니다.

- 1600년대 인물에게 감정이입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현대화를 시키는건 하나의 장치였고,

- 팝 음악을 사용해서 대중성을 끌여들여 관객에게 주인공의 마음을 빨리 이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 그냥 즐겼다고 끝날게 아니라 뭔가 생각할 거리라도 조금은 심어주려는 면에서는 의의가 있긴 하다. "기억은 누가, 무엇을 기준으로 남기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 것도 의미는 있었다.

다만 이게 최선이었을까? 라는 생각이 머리속에 들었다. 막판에 핵심주제를 4분정도에 할애하고 뭔가 급 화해전개하는게 마음에 들진 않았따. 애초에 허구적인 상황이라 서사가 불가능한 전개인건 알았는데, 내가 기대한 수준은 아니었던것 같다. 드라마랑 달리 러닝타임이 짧아서 어쩔수 없던 한계인건 알겠지만, 예전에 영국 드라마의 튜더스에서 앤 불린에서의 인간상을 기대했기 때문에, 너무 많은걸 기대했던 것 같다. (나중에 다 쓰고나니까, 튜더스에 노출신이 있었어? 하고 머리속에 스쳤는데, 생각해보니까 그런 신 나오면 그냥 스킵해고 넘겨서였나보다, 생각해보니 그때 좀 지나칠정도로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 스킵했던 기억이 난다)

다만 만약에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주체적인 여성에 더 포인트를 두고, 수단으로서 왕비를 사용한거라면, 그런 면에서는 충분히 의의가 있겠으나, 내가 이입하기에는 어려운 거리감도 컸고, 아직 내가 이 부분에 대한 공부와 감정이입이 더 필요하다는 것 정도는 깨달은거 같다.

다만 비평중에 "무대위에서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아서 권력 구조를 바꿨다"라는 소리를 하는 비평이 있던데, 헨리 8세라는 인물이 안나오고 6명이 결국 서사를 주도했는데, 그 6명도 헨리 8세가 없었으면 이름에도 기억에 안 남았을거고.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던걸까? 이게 마음에 안 드는 포인트일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으로서 말은 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헨리 8세라는 맥락 속에 머문다는 점에서는, 다른 관점으로 이 왕비들을 바라보는 정도 수준으로 재구성하겠다는 것이 아쉽긴 하다.

극장 자체는 되게 옛날 극장이라, 정반대로 팝음악이 흘러나와서 신기했었다.

아무튼 왜 인기가 있는지는 알겠다. 그리고 청중 중에는 노래가 나올때마다 열광하는 사람들이 있는 걸 보니, 이 작품이 어떤 분들에게는 큰 의미가 있고, 카타르시스를 줄 수도 있겠다는 점은 느꼈다. 다만 내가 두 번이상 다시 재 관람할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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