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네코 미스즈의 동시 세계
나와 작은 새와 방울과
내가 양팔을 활짝 펼쳐도,
하늘을 조금도 날 수 없지만,
날으는 작은 새는 나처럼,
땅 위를 빨리는 달릴 수 없어.
내가 몸을 흔들어도,
고운 소리 나지 않지만
저 우는 방울은 나처럼
많은 노래 알지는 못해.
방울과, 작은 새와, 그리고 나,
모두 달라서, 모두가 좋아.
이 시는 내가 고등학생 때 처음으로 알게 된 가네코 미스즈(金子みすゞ, 1903~1930)의 작품이다. 나는 이 시를 우연히 학교 도서관에 비치된 일본어 학습지에서 보았는데 그 때부터 나는 그의 작품을 찾기 시작했고 얼마 후에는 서점에서 그의 작품들 중 대표작 60편을 모은 시선집인 「나와 작은 새와 방울과」를 사게 되었다. 시 한 편을 읽자마자 그의 열렬한 팬이 된 셈이니 미스즈에 대한 나의 인상은 거의 ‘첫눈에 반했다’ 라고 말해도 될 듯하다.
그러나 내가 가네코 미스즈를 좋아하게 되자 어느새 그가 아름다운 노랫말을 남긴 것과는 달리 아주 슬픈 삶을 살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1903년 4월 일본 야마구치 현의 어촌에서 태어난 그는 아주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지는 못했지만 서점을 운영하는 어머니 덕에 마음껏 책을 읽으며 자랄 수 있었다. 또한 1923년에는 유명 잡지에 그의 동시가 여러 편 실리면서 그는 동시 작가로 이름이 널리 알려졌고 생전에 이미 ‘거성’ 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일본 문단의 신예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1926년에 원치 않는 결혼을 하면서부터 그의 삶은 비극으로 점철되었다.
문학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 미스즈의 남편은 그의 창작활동은 물론 편지를 쓰는 것마저 금지했다. 게다가 남편은 당시 일본의 법률상 아이의 양육권은 언제나 아버지에게 속한다는 것을 근거로 만일 이혼을 한다면 자신은 딸을 데리고 사라지겠다며 미스즈를 협박하기까지 했다. 그런 남편과 더는 같이 살 수 없다고 결심한 그는 결국 1930년 2월에 남편과 이혼하지만 불과 한 달 후에 남편에게 딸을 빼앗기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자살로 26세의 짧은 생을 마치게 된다.
이후 그의 작품은 50여년간 잊혀졌다가 우연히 그의 시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아 그를 연구하기 시작한 시인 야자키 세츠오(矢崎節夫)의 부단한 노력으로 1984년이 되어서야 450편이 넘는 미발표 원고를 포함해 총 512편의 동시를 모은 ‘가네코 미스즈 전집’이 발간되었다. 이제 그의 시는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만큼 유명해졌으며 오늘날 그가 태어난 일본 야마구치 현 나가토시에는 가네코 미스즈 기념관이 있다.
처음에 소개했던 시에서 알 수 있듯이 가네코 미스즈의 시는 자연에 대한 섬세한 관찰력이 돋보이며 만물을 서로 사랑하고 만물과 함께 공생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 그의 시에서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쳐버리는 소외받은 이들의 슬픔을 조명하려는 노력을 볼 수 있다. 그의 또 다른 대표작 ‘풍어’에는 이러한 그의 생각이 분명히 드러난다.
풍어
아침 놀 붉은 놀
풍어다
참정어리
풍어다.
항구는 축제로
들떠 있지만
바다 속에서는
몇 만 마리
정어리의 장례식
열리고 있겠지.
맑고 순수한 마음과 쓸쓸함이 공존하는 그의 동시 세계는 우리로 하여금 이 세상은 기쁨과 슬픔이 언제나 공존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 준다. 그렇기에 그의 동시를 이해한다면 우리는 그 전보다 더욱 건강하고 성숙한 자세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시 번역문 출처:『나와 작은 새와 방울과 (가네코 미스즈 동시 선집)』 (2006년, 小花 펴냄. 서승주 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