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게 있어 글의 주제로 어머니를 택하는 것은 몹시 진부하고 안일하게 비칠 수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어머니는 있고 그 기억은 물론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그렇다면 어머니에 대한 나의 개인적 감상을 쓰는 일 또한 나만이 할 수 있는, 독창적인 일이기에 여기에 그 감상을 기록하는 것 또한 나름의 의미가 있는 글쓰기라 하겠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 어머니는 더할 나위 없이 다정하면서도 항상 늠름한 모습으로 집안을 관리하는, 그야말로 어른다운 사람이었다. 물론 나에게는 말이다. 아내나 딸, 친구로서의 그는 또 어떤 모습으로 여겨지는지 나는 잘 모른다. 그것은 또 그들의 입장이기에.
예컨데,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두 사람의 그 내밀한 감정을 나는 모른다. 또 그의 부모로부터 받은 그 사랑에 대해서도 나는 알지 못한다. 물론 그가 아들에게 전해준 그 다정한 마음을 아는 이 역시 아버지 정도를 제외하면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만일 당신이 우리 어머니를 아는 사람인데 자신이 기억하는 모습이 이 글의 입장과 상반되었다 해도 그리 놀랄 필요는 없다. 그 역시 분명 자신과 잘 안 맞는 사람이 있을 테니 말이다.
물론 나 역시 어머니에 대해 좋은 기억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어머니의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다 여기지도 않는다. 오히려 가끔씩은 반면교사에 가까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측면 또한 있기는 하다.
그러나 여기서 굳이 그의 부정적인 면모를 여러분에게 밝히고 싶지는 않다. 어머니의 명예를 지킨다는 대의를 위해서라면 그런 사소한 부분은 생략하더라도 곡필이라 매도당할 정도는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자식을 떠나보낼 때 겪는 슬픔은 부모를 떠나보낼 때의 슬픔보다 훨씬 크다고 말해진다. 그러나 내 경우에는 만일 내가 어머니보다 먼저 죽었을 때 어머니가 마주할 슬픔보다 오히려 내가 어머니를 떠나보낼 때의 슬픔이 더욱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어머니는 이미 최선을 다해 사랑했기에 후회 없이 자신의 운명을 마주 할 수 있지만 자식인 나로서는 아직 그 사랑에 제대로 보답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떠나보내는 길이 후회로 가득 찰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당연히 내가 그 후회가 두려워 미리 자살하는 미친 짓을 범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지금의 나로서는 사정 상 당신이 보내주셨던 그 극진한 사랑을 제대로 보답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사실만이 몹시도 안타깝게 느껴질 뿐이다.
언젠가 내가 앞으로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나에게는 나를 사랑해주었던 한 여인이 있었다고 자랑스럽게 여기며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 그는 나를 정말로 최선을 다해 사랑했다. 솔직히, -애초에 그럴 생각도 없다만- 만일 자식이 생긴다 하더라도 나는 어머니처럼 자식을 위해 헌신적으로 살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어머니가 나를 언제까지나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라 믿지는 않는다. 이미 눈에 띄게 노쇠한 어머니는 앞으로 차츰 나에 대한 기억마저 흐릿해지다 언젠가는 검게 변할 것이다.
그 빈 공간을 메우는 것은 이제 나의 몫이리라. 언젠가 끝내 당신께서 한 사람에게 극진한 애정을 쏟아부어 어른으로 성장시켰다는 사실마저 모두 잊어버린다 하더라도 내가 그의 몫까지 전부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