뭍으로 날아오르려는 비금(飛禽), 과잉 관광은 경계해야

논고

by 이하늘

몇 해 전 8월에 있던 일이다. 그 때는 여름 계절학기 수업도 끝나고 다음 학기 개강까지는 2주 넘게 남았을 때였다. 나는 몹시 무료했기에 어디로든지 떠나고 싶었다. 결국 여행지로는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섬인 비금도를 택했는데 그 까닭은 그곳이 뭍에서 나고 자란 내게 있어 가장 낯선 곳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에 개통된 천사대교 덕에 본래 배를 타고 가야 했던 암태도까지는 버스로 갈 수 있었지만 내가 가려고 하는 비금도는 암태도에서 다시 배를 타고 40분을 가야 했다. 다행히 비금도는 제법 큰 섬이기에 드나드는 배는 자주 있었고 덕분에 나는 항구에서 하릴없이 오랫동안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다.

그렇게 도착한 비금도는 휴가 철이어서 그런지 제법 관광객들이 많았다. 그들은 대개 자기 차를 배에 싣고 섬을 찾았다. 그러나 아직 배를 타야만 들어올 수 있는 섬은 너무 많은 차가 자신에게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한적한 도로를 마음놓고 달릴 수 있었다. 작은 도로의 양 옆으로 펼쳐진 논은 내 마음을 편안히 해 주었다. 비금도에는 논 말고도 도로 옆으로 염전이 펼쳐져 있었고 끝없이 펼쳐진 해수욕장과 바위산을 볼 수도 있었다. 비금도의 특산물은 천일염과 시금치라는데 정작 시금치 밭은 못 보았고 대신 논과 파밭이 여럿 보였다. 간혹 들깨를 기르는 사람도 있었다.

비금도는 아직 뭍과 떨어진 섬으로 남아있었기에 나는 그곳에서 고요함과 한적함을 느끼며 쉬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앞으로 몇 해 뒤면 비금도와 암태도를 연결하는 다리가 생길 예정이라고 한다. 비금도는 이미 지난 1996년에 이웃 섬 도초도와 연결되었지만 이번 연도사업은 그때와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비금도와 연결하려는 섬인 암태도는 이미 천사대교를 통해 압해도와 연결되었고 압해도는 다시 압해대교를 통해 목포와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즉, 몇 해 뒤면 목포에서 차를 타고 단번에 비금도를 갈 수 있게 되고 비금도는 뭍으로 변하는 셈이다.

섬이 뭍으로 변하는 것은 좋은 일인 것일까? 섬사람들은 당연히 그렇다고 말할 것이고 여행객들 역시 섬을 편하게 갈 수 있으니 환영할 것이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면 다리가 놓이는 것이 섬사람들에게 언제나 반가운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다리가 놓이면 섬은 이제 육지가 되지만 문제는 섬의 기반은 수많은 인파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섬은 기본적으로 고립된 땅이기에 섬이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의 한계가 정해져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실제로 2022년 5월 6일 '한국일보’는 보령해저터널이 개통되면서 원산도는 뭍이 되었지만 정작 주민들은 몰려오는 관광객들 때문에 불편을 겪고 있는 실상을 보도했는데, 구체적으로는 외지인들이 버리고 간 막대한 양의 쓰레기와 절도 피해의 증가, 차 소리로 인한 소음 피해 등으로 심한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내가 이미 확정된 비금도와 암태도 간의 연도교 건설을 반대한다는 것은 아니다. 섬 주민에게 있어 연륙·연도교의 건설은 섬의 위급한 환자를 뭍으로 옮기는 일과도 관련된 일이기에 곧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다. 그런 일을 외지 사람인 내가 함부로 섬 고유의 정취가 사라진다는 이유로 반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연륙된 섬 대부분이 몰려드는 외지인들 때문에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으며 그로 인해 섬 주민 역시 심한 불편을 겪고 있다는 사실 역시 잊어서는 안 된다. 결국 준비없이 추진된 연륙은 주민과 관광객 양쪽 모두에게 불편을 주게 된다.

그렇다면 해답은 무엇일까? 나는 연륙·연도교의 경우 다리가 건설되기 이전 차도선이 다니던 수준으로 차량 통행을 제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리 입구에 차단기를 설치해 미리 등록된 섬 주민들의 차량은 제한 없이 드나들게 하되 외지 차량들은 하루에 일정 대수만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조치가 섬 주민과 외지인 모두에게 있어서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양쪽 모두는 언제든지 뭍으로 나들이 갈수 있는 편리함을 누리지만 섬이 감당하는 범위 이상의 차량 통행으로 인해 불편을 겪는 일 역시 없을 것이다.

최근 신안군은 비금도 외에도 장산도와 신의도(상하태도)에 연도교를 건설하고 먼 바다에 있는 흑산도에는 소형공항을 건설하려 하는 등 대규모 토목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섬 주민들의 복지를 위한 노력하는 신안군의 모습에는 박수를 보내야 마땅하겠지만 때로는 이러한 일련의 사업들이 과잉 관광(overtourism)의 심각성을 간과한 채 너무 성급하게 추진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비단 신안만의 일은 아니다. 부디 지자체에서 섬을 개발하는 토목사업을 진행할 때, 그것이 섬을 찾는 나그네와 섬에 사는 주민 양쪽 모두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신중히 고려한 다음 정책을 추진하기를 바랄 뿐이다.


http://www.kwangju.co.kr/article.php?aid=1672664400747276131

이 글은 지난 2023년 <광주일보>에 먼저 실렸던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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