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시아는 카리브 해에 있는 작은 섬나라이다. 면적은 제주도 1/3쯤 되고 인구는 제주도 1/4정도 된다. 수도는 캐스트리스이고 전통 음식으로는 시금치 비슷한 식물로 만든 칼라루 수프(callaloo soup)가 있다. 그리고 이 나라 출신 유명인사로는 경제학자 아서 루이스와 시인 데릭 월콧 등이 있다. 나는 이 나라의 특징에 대해 조금 더 말할 수 있지만 어차피 요즘 시대에 이런 정보는 간단한 인터넷 검색으로 얼마든지 알 수 있으니 이쯤에서 줄이기로 하자.
나는 예전부터 세계지리에 관심이 있어서 "앤티가 바부다"니 "카보베르데"니 하는, 낯선 섬나라들의 이름을 줄줄 외우고 다녔다. 고2때 가입했던 세계지리 동아리의 발표 시간에서 남들은 스페인이나 독일 같은 익숙한 나라를 골라 발표했지만 나는 굳이나 이 낯선 섬나라를 골라 발표했다. (물론 내 발표에 대해 청중의 호응은 그저 그랬다. 애초에 나 말고는 낯설어 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존재조차 모르는 나라였는데다 애초에 우리 고등학교에서 '동아리'는 학생들이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니라 대입 생기부를 채우기 위해 교사들에 의해 명목상 만들어진 조직에 가까웠다.)
물론 나 역시 언젠가 이 나라에 가보게 될 때를 준비하기 위해서 이 작은 섬나라에 대해 조사해 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가 실제로 세인트루시아에 갈 일은 아마 평생동안 없을 것이다. 앤티가 바부다도, 카보베르데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가까운 일본이나 대만에도 가보지 못할 수도 있다. 애초에 평범한 한국인이라면 세인트루시아에 갈 일은 고사하고 한국에서 세인트루시아 사람을 만날 일조차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 작은 섬나라에 대해 전혀 그 존재조차 몰라도 인생에 있어 평생동안 아무 지장 없이 살아갈 수 있다. 물론 이 섬나라에 대해 기초적인 정보를 안다고 해서 주 세인트루시아 대사로 취직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아니 애초에 세인트루시아에는 우리나라 대사관조차 없다.)
다만 나는 이런 먼 나라들을 알아가면서 지금 내 곁의 세상을 조금은 다른 마음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내 주변의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아무리 애써도 평생 가보지 못할 세상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은 분명 유익한 경험이라 생각한다. 물론 천문학자들은 우주 사진을 보여주며 이 광대한 우주에 비하면 우리 지구가 너무 작은 공간이니 시야를 더 넓혀 우주를 개척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평생 지구마저 다 돌아보지 못할 우리에게 언젠가 외계 행성에 깃발을 꽂든 말든 그것이 또 무슨 상관이겠는가. 사람은 그저 지구의 한 귀퉁이에 살며 가끔씩 밤하늘을 쳐다보기도 하다가 언젠가 다시 지구에 묻히게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