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알과 꽃 사이에서

by 김관우

<총알과 꽃 사이에서>


총알이 지나간 자리에

햇빛이 먼저 도착했다.

그 아래,

돌이 피고 있었다.

피는

다 말라 있었다.

소년이 있었다.

왼손엔 총,

오른손엔 밥,

밥은 흙에 닿자마자

누룩처럼 부풀었다.

그 안에

어머니의 눈이 박혀 있었다.

별이 쏟아지지 않은 밤이었다.

포탄은 별보다 정확했고

별은

죽는 법조차 몰랐다.

소년은 하늘을 읽다

눈을 잃었다.

기억은 언제나 멀리서 온다.

"기억합니다"라는 말 속엔

입을 다물고 싶은 자들이 숨어 있다.

어떤 무덤은 이름을 가진 채 묻혔고

어떤 무덤은

이름을 삼킨 채 입을 다물었다.

그는 끝까지 살아남았고

살아남은 채 끝까지 사라졌다.

그는

총을 내려놓은 손으로

우리의 눈을 감겨주었다.

지금 이 거리의 건물들은

그의 젊음으로 지어졌고

우리는 그 빌딩의 입구를 피해 걷는다.

건물은 반짝이지만

그림자는 꺼지지 않는다

나는 듣는다.

입구를 지나,

발밑 흙 속에서

꽃이 아니라,

피가 아니라,

돌이 피어나는 소리를.

ㅡㅡㅡㅡ

-6.25 헌정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