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사이] 애인도 아니고

by 수박

몇 년 전 성애 치우는 게 귀찮아 바꾼 냉장고가

이리도 수다스러워질 줄 몰랐다.

서비스를 불러도 뚜렷한 해결은 되지 못했다.

갔던 서비스 기사님이 되돌아 와

안되면 때리라고 하여

무슨 대단한 비법이라도 들은 양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노라 대답했다.

때려도 그때 뿐 내 손만 아픈 걸.


가로 규격 520 안에 들어가면서 성애가 끼지 않는 냉장고란

저놈 말고는 이 나라에 없다.


지겨워졌지만 장잠이 많은 애인에게 이별을 고하는 것 만큼이나

버리기 어렵다.

내가 발견한 묘책은 코드를 뽑았다가 끼우는 거다.

그럼 한동안은 조용해진다.

밤마다 2번 정도 깨어 그 짓을 해주며

고장날 때까진 버텨보려 마음을 다잡은 건

한 번 새벽에 성애가 끼는 냉장고로 주문을 한 뒤

그래도 저만한 건 없다 싶어 주문을 취소한 뒤였다.

그러나

어젯밤 4번을 깨고 보니 결심은 지워버리고

성애 냉장고로 주문해서 현재 우리집으로 오고 있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래서 그런가 수다스러움이 줄어들어

괜히 새벽의 주문이 후회되던 차

다시 떠들기 시작했다.




미련을 버리자.

장고, 꺼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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