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성애 치우는 게 귀찮아 바꾼 냉장고가
이리도 수다스러워질 줄 몰랐다.
서비스를 불러도 뚜렷한 해결은 되지 못했다.
갔던 서비스 기사님이 되돌아 와
안되면 때리라고 하여
무슨 대단한 비법이라도 들은 양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노라 대답했다.
때려도 그때 뿐 내 손만 아픈 걸.
가로 규격 520 안에 들어가면서 성애가 끼지 않는 냉장고란
저놈 말고는 이 나라에 없다.
지겨워졌지만 장잠이 많은 애인에게 이별을 고하는 것 만큼이나
버리기 어렵다.
내가 발견한 묘책은 코드를 뽑았다가 끼우는 거다.
그럼 한동안은 조용해진다.
밤마다 2번 정도 깨어 그 짓을 해주며
고장날 때까진 버텨보려 마음을 다잡은 건
한 번 새벽에 성애가 끼는 냉장고로 주문을 한 뒤
그래도 저만한 건 없다 싶어 주문을 취소한 뒤였다.
그러나
어젯밤 4번을 깨고 보니 결심은 지워버리고
성애 냉장고로 주문해서 현재 우리집으로 오고 있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래서 그런가 수다스러움이 줄어들어
괜히 새벽의 주문이 후회되던 차
다시 떠들기 시작했다.
미련을 버리자.
장고, 꺼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