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 여권은 몇 번 남은 걸까?
어제 내 인생 다섯 번째 여권을 신청했다.
유효기간 6개월 미만의 여권은 제기능을 못하기에 신청했다.
신청과 동시에 가져간 기존 여권은
VOID(무효) 구멍이 뚫려져 돌려받았다.
어제까지 애지중지하던 물건인데,
한순간에 종이 쪼가리가 되어 돌아오니 허망하다.
내 삶에 해외여행은 1994년에 시작된다.
<첫 번째 여권>
유효기간 : 1994 (1회)
발급처 : 여행사가 대행
철없던 대학 새내기 시절
군 입대 전 배낭여행 가기 위해
발급받은 내 인생 첫 여권이었다
당시 군미필자는 해외여행을 하려면
보증인을 선임해야 하고, 단수여권만 허용되던 시기라 이 여권은 1회용이었다
<2번째 여권>
유효기간 : 1996-2006
발급처 : 강남구 여권민원과
군 제대하고 어학연수 가기 위해 받은 내 인생 두 번째 여권이자 첫 (단수가 아닌 복수) 정식여권
<3번째 여권>
유효기간 : 2006-2016
발급처 : 성남시 여권민원과
신혼여행지 도장과 첫 해외출장 도장이 찍힌 내 인생 세 번째 여권
<4번째 여권>
유효기간 : 2015-2025
발급처 : 송파구 여권민원과
태어난 아들딸과 함께 여행 다닌 여권, 그리고 나의 첫 전자여권
그리고 현재
<5번째 여권>
유효기간 : 2024-2034
발급처 : 수원시 여권민원과
앞으로 10년을 책임질 새로운 디자인의 여권
지난 여권 사진 속 내 얼굴의 모습들을 보니
세월의 흐름을 체감한다
난 앞으로 몇 번의 여권을 받게 될까?
(분실 사고 없이)
유효기한 10년 주기로 재발급받는다면
네 번? 다섯 번?
이번에 신청한 여권은
나의 50대 여행을
그다음에 신청하는 여권은
나의 60대 여행을 책임지겠지?
인생과 여권을 생각해 보니
인생에서 남은 시간이 또렷해진다.
결론 : 더욱 알차게 여행을 다녀야겠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