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실러캔스 Aug 26. 2021

8화. 쓰레기통 공간 만들기

DIY 블록 공사

드라이브웨이에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다른 나무들과 어울리지 않는 나무였다. 처음 나무를 보았을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나무가 만들어내는 지저분한 가시 잎들과 솔방울들, 그리고 햇볕을 제대로 받지 못한 부분은 노랗게 변하였고 그 잎들은 밑에 가지에 쌓였었다. 그렇게 나무는 점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나무가 있는 자리에 쓰레기통을 놓으면 딱일 듯싶었다. 그리고 그 나무를 없애버리면 그 나무로 인해서 옆 나무가 햇볕을 밭지 못해서 노랗게 변하는 부분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듯싶었다.

문제의 나무. 처음에는 가지들이 밑단까지 있었고 굉장히 보기가 싫었다.

나무를 조금씩 잘라보았다. 장비라고는 맨몸과 톱 하나였다. 조그마한 가지는 그래도 자를만했는데 큰 가지들을 자를 때는 굉장히 팔이 아팠다. 그렇게 주말마다 조금씩 나무 가지들을 잘라갔다.

서서 자를 수 있는 가지들을 모두 자른 후.

하지만 나무는 봄이 오고 여름이 다가오자 강렬한 햇볕을 받아서 새로운 가지들과 잎들을 생산하였다. 참으로 자연의 신비는 놀라웠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손으로 자를 수 있는 한계점까지 자른 나무. 사라지기 직전의 나무.

한참 정원 공사를 하고 있을 때 어차피 전기톱도 가지고 있었을 테니 계약한 업체에 문의를 하였다. 이 나무를 혹시 잘라줄 수 있는지, 그리고 밑에 정리를 해줄 수 있는지, 잘라줄 수 있다면 추가 비용이 얼마인지. 그렇게 물어보고 답장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일하다 보니 밖에서 기계소리가 들렸었다. 워낙 주변에서 잔디도 많이 깎으니 아마도 잔디 깎는 소리가 아닐까 싶었다.


아내가 다급한 목소리를 내며 올라왔다. 정원 공사하는 인부들을 나무를 자르고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밖을 확인하니 이미 나무는 없어졌었다. 그리고 계약 업체에서 메일이 왔다. 나무를 잘라줄 수 있으며 주변 정리 후 멀치 (Mulch)를 깔아주겠다고 하였다.

나무가 사라진 자리. 속이 다 시원했다.

정원 공사가 마무리되기 전 나무가 있던 자리에는 멀치가 깔렸다. 나무는 없앴으니 이제 쓰레기통만 저 자리로 옮기면 되었는데 멀치 위로 쓰레기통을 올리려고 하니 조금은 아닌 것 같아서 생각할 시간을 조금 가졌다. 그러다 보니 이웃집 고양이가 새로운 멀치가 깔린 자리를 화장실로 선택하였다. 날마다 새로운 응가를 묻어놓고 갔었다. 그래서 처음 계획대로 블록을 깔아야겠다고 생각했다.

1차 블록을 설치한 후. 쓰레기통은 제자리를 찾았다.

크기를 측정한 후 홈디포에서 블록을 샀다. 그리고 삽만을 이용해서 멀치를 걷어내고 밑에 땅도 조금 걷어내어서 블록을 설치하였다. 문제는 나무를 자를 때 뿌리까지 완전히 뽑지 않다 보니 남은 밑동 때문에 땅이 고르지가 않았다. 그리고 가진 것이라고는 삽밖에 없어서 땅을 고르게 만들지 못해서 블록들은 울퉁불퉁하였고 올라가면 덜그럭거렸다. 모래를 뿌린 후 물로 모래를 고정하려고 할 때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물이 제대로 흘러가거나 빠지지 못하고 안쪽에 고였다. 안쪽 땅이 낮아서 발생하는 문제였다.


장비도 없고 기술도 없어서 너무 힘들었던지라 며칠 고민을 하였다.

최종적으로 완성된 모습. 물을 뿌린 직후라서 조금은 지저분해 보였다.

고민 끝에 홈디포를 다시 들렀다. 그리고 땅과 블록을 지지할 수 있는 나무와 블록을 조금 더 장만하였다. 기존에 설치했던 블록들을 제거한 후 평탄화 작업을 먼저 진행하였다. 이번에는 새로 구입한 레벨기를 이용하여 땅이 평평해질 때까지 다졌다. 기준은 남은 나무의 밑동 보다 조금 높게끔. 이번에도 삽만이 유일한 도구여서 땅을 다지는데 굉장히 힘들었다. 그래서 레벨기로 땅이 튀어나온 부분과 들어간 부분의 조화를 이룰 수 있었다. 그렇게 블록을 모두 설치하고 옆에 남은 멀치는 돌로 덮었다. 그래야 고양이가 흔적을 남기지 않으니.


물 빠짐에는 여전히 문제가 조금 있었다. 새로 설치한 블록과 기존에 있던 왼쪽 블록들의 단차가 맞지 않아서 발생하였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수고가 필요하여 여기에서 멈추기로 하였다.


현재는 쓰레기통이 잘 자리 잡고 굉장히 만족을 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처음에 풀들을 제대로 제거하지 못해서 생명력이 강인한 풀들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는 점이다. 이건 어쩔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냥 그때그때 제거하기로 하였다.


결론. DIY를 할 때는 기술이 있거나 장비가 좋아야 한다. 그래야 덜 고생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7화. 정원 공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