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간단히 먹고 낙안읍성으로 향했다. 아이 펭귄들과 전통 놀이도 하고, 사또 형상의 모형 앞에 죄인 옆의 아전을 흉내 내기도 하고, 아빠 펭귄 곤장을 때리는 시늉도 하는 등 열심히 돌아다니며 체험했다.
낙안읍성을 나와 보성 차밭을 가기 전 벌교에 들려서 시원한 콩국수 한 사발을 하고 아이들과 다양한 벽화 앞에서 재미난 포즈로 사진을 찍으며 즐거게 지냈다. 그리고 드디어 보성 차밭으로 갔다. 어렸을 때 부모님과 몇 안 되는 여행지 중 하나였던 이곳에 다시 왔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런 것 같은데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처음 본 차밭, 펼쳐져 있는 그 초록 무성함이 좋아 다시 오고 싶었다. 단지 몇 안 되는 어린 시절 초록 기억을 더듬어 오고 싶었다.
아이 펭귄들은 많이 걷는 이 길이 무심하고, 힘들기만 했다. 그런 펭귄들에게 녹차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고 달래며 데리고 올라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내 머릿속에 남아 있는 초록을 다시 마주했다.
엄마, 아빠 생각이 났다. 시간이 흘러 우리 아이 펭귄들이 다시 이곳에 오면 나처럼 이곳에 온 기억을 떠올릴까?
정상에서 바다를 보고 다 내려와서 아들 펭귄이 말했다.
"와 성취감 느껴져요!"
초등 3학년이 이런 말을 할 줄이야. 순간 귀를 의심했다. 여행에서 마주한 이 아들 펭귄 말 한마디가 또 다른 초록빛으로 보성 차밭을 물들였다. 여행에서 마주하는 기억, 새로 만드는 추억이 나의 마음을 풍성하게 물들임을 느끼며 이 시간에 감사함을 느낀다.
PHOTO 2024. 06. 07. By김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