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포트폴리오엔 '총'이 있습니까?
이 글은 주식투자를 나보다 늦게 시작한 모든 분들을 위해서 쓴다.
참고로 필자는 보통 직장인으로 그렇게 씨드가 크지도 않고, 대단히 자랑할만한 수익률도 올리지 못했다. 계좌 인증을 원하는 분이 계시면 바로 뒤로가기 눌러주시면 된다.
다만 2009년부터 주식투자한 짬밥으로(물론 더 오래 투자하신 분들 많이 계시겠지만), 그냥 새로 들어온 뉴 머니들을 위한 몇가지 조언을 해보고자 한다. (이건 정말 잔소리로 조언을 들어보고 싶다는 분들을 위한 글이니, 네가 뭔데 조언을 해, 하실 분은 한 번 더 기회를 드린다, "뒤로가기")
그리고 이건 나를 위한 글이기도 하다.
1. 정답은 없고,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을 먼저 인정하자.
내일 주식이 어떻게 될까? 정답 아무도 모른다. 세계 각계 전문가들이 나와서 내일은 어떻습니다. 오늘은 어떻습니다. 예언하고 예측하고, 또 설명한다. 모든 설명은 사후적이다. 이번 이란 전쟁의 여파로 S&P500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고, 코스피는 떨어졌다. 차이는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반대의 결과였다면? 코스피는 오르고, S&P500은 떨어졌다면? 이것도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 모든 설명은 사후적이다. 전문가도 가격을 맞출 순 없다. 아무도 모른다. 그러므로 가격을 맞추려고 하지 말자. 다음 한 달동안 가격이 어떻게 될까?
이건 잘못된 질문이다. 질문을 바꿔보자.
지금부터 지수가 한달동안 10%까지 서서히 하락한다면 나는 무슨 행동을 할 것인가?
만약 지금 한달동안 횡보한다면 나는 뭘 할 것인가?
만약 한달 동안 오른다면 나는 뭘 할 것인가?
세 경우의 수가 올 때 나는 무슨 행동을 할 것인가,
여기에 대한 대답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만약 시장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는 눈이 생겼을 때 '하락장'이라는 것이 확실해지는 순간, 혹은 '상승장'이라는 것이 확실해지는 순간, 그 순간에 맞는 포트폴리오로 변신시킬 수 있다.
하락장에 강한 현금 위주의 안정적 포트폴리오로 대비할 수 있다.
상승장에 강한 위험성 있는 자산에 비중을 실은 포트폴리오로 대비할 수 있다.
이걸 알기 위해서는 또 이걸 알아야 한다.
나는 더 먹고 싶은 사람인가?
덜 잃고 싶은 사람인가?
가격 예측으로부터는 아무런 중요한 문제에 대한 대답을 얻을 수 없다. 예측할 수 없는 가격에 집중하기 보다 예측할 수 있는 '나'를 만드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2. 장기 우상향에 대한 믿음은 '종교'가 아니라 '역사'다.
시장은 수많은 부침을 겪는다. 리먼 사태도 있었고, 팬데믹도 있었으며, 지금도 전쟁은 어디선가 터지고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굴러가는 한, 인류의 생산성과 기술은 진보한다. 장기 우상향을 믿는다는 건 단순히 낙관론자가 되겠다는 뜻이 아니다. 인간의 욕망과 혁신이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데이터에 배팅하는 것이다. 2009년부터 시장을 봐오며 느낀 건, 결국 끝까지 살아남아 그 우상향의 열매를 따먹는 사람은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이었다는 사실이다. 지구가 자전하듯 시장도 순환한다. 그 흐름을 믿고 버틸 수 있는 자금만 굴려라.
3. 레버리지는 양날의 검이다, 다룰 줄 모르면 잡지 마라.
최근 SOXL이나 TQQQ, 심지어 BITX 같은 고변동성 상품에 뛰어드는 뉴 머니들이 많다. 짬밥 좀 먹은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레버리지는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시간을 가속하는 도구다. 상승장에서는 마법 같지만, 하락장에서는 지옥행 급행열차다. 내가 -30%, -50%를 견딜 수 있는 멘탈과 이를 메울 수 있는 현금 흐름이 없다면 레버리지는 도박일 뿐이다. 변동성을 즐기기 전에, 변동성에 먹히지 않을 방패를 먼저 준비해라.
4. 시장의 소음과 내 삶의 리듬을 분리하자.
오전 10시에 토스 주식 숫자가 바뀌는 것에 심장이 덜컥한다면, 아직 공부가 더 필요하거나 비중이 너무 큰 것이다. 주식은 내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수단이지, 내 삶을 갉아먹는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나는 주식 투자자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남편이고, 아빠이며, 글을 쓰고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다. 차트 속 숫자가 내 기분을 결정하게 두지 마라. 시장이 요동칠 때 차라리 책 한 자를 더 읽고, 가족과 산책을 나가라. 시장은 우리가 쳐다본다고 해서 오르지 않는다.
5. 결국 투자는 '나'라는 우량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지난 15년 넘는 시간 동안 깨달은 가장 큰 진리는, 주식 시장에서 돈을 버는 기술보다 '나 자신을 통제하는 기술'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언제 공포를 느끼는지, 언제 탐욕에 눈이 머는지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투자는 단순히 자산을 불리는 행위가 아니라,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배우고 그 안에서 나의 위치를 확인하는 지리학적 탐험과도 같다. 부디 조급함에 속아 소중한 기회비용을 날리지 않길 바란다.
이란 전쟁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미국주식은 의외로 선방했다. 하지만 언제나 기억하자.
원인과 결과는 항상 필연적이지는 않다. 정 반대의 일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었고,
주식을 잘 하기 위해서는 "정 반대의 일이 일어났을 때 나는 어떤 포트폴리오로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옛 어르신 들이 말하던,
"전쟁에 나가면서 총을 놔두고 가면 어떻게 하느냐?" 할 때
그 "총"이 된다.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