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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현 Aug 30. 2020

손 버릇이 나쁜 사람

폭력의 피해자가 된 모든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주변에 손 버릇이 나쁜 사람이 있다.


보통 손 버릇이 나쁘다고 하는 사람은 물건을 훔치거나,

아니면 사람을 때리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 글은 후자에 관한 글이 될 것이다.


나 역시 그 사람에게 맞아본 적이 있고, 내 주변 사람들도 맞아본 적이 있다.

30대 이후로 일부러 시간 내서 그 사람을 만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 때문에 그 사람을 싫어하지 않는 척 연기하기 싫기 때문이다.


벌써 몇 년 전 이야기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많은 자리에서

아끼는 동생이 맞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자리에는 소위 말해서 '어른'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서 나는 그 '어른'들에게 따졌다.


왜 그 때 가만히 계셨어요?
왜 그 사람에게 사과를 요구하지 않으셨어요?


이 질문에 대해서 내가 아는 모든 어른들은 침묵했다.

가장 큰 이유는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아서"였다고 한다.


이 사건은 침묵 속에 묻혔다.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던 내가 왈왈대기 전까지는

아무도 그 사건을 입에 올리려 하지 않는다.

 

심지어 나중에 나는 그 사람이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그 옆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자주 들었다.


피해자인 지인은 그냥 그 사람을 다시 만나지 않는 것으로

조용히 마무리되었다.


이 사건을 접하고 시간이 흘렀다.

시간이 지나니 흥미로운 사실과 교훈이 수면위로 올라왔다.


나는 지금 당장 피해자의 실명이나 사회적 지위가 공개되어

그가 파멸하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과정을 몇 년동안 겪고 느낀 점들에 대한 간단한 소회를 남겨두고,

비슷한 일을 겪을 때 많은 분들이 대처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게 내가 피해자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며,


가해자가 만약 이 글을 읽는다면 양심의 가책(그런 게 있다면)을

느끼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첫째, 폭력사건이 일어났을 때 피해자는

무조건 그 자리에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아무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다.

오히려 같이 있었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책임을 면피하기 위하여

아무 것도 아니니 덮고 넘어가자고 한다.


둘째, 내 주변에서 폭력이 일어났을 때

방조자 역시 공범이다.


피해자가 더 공격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함은 물론이며,

가해자에게 "당신은 나쁜 행동"을 하고 있다는

말을 해야 한다.


폭력은 말 그대로 범죄다.

경찰이 출동하면 그 사람을 잡아가야 할 사유가 된다.

솔직히 배울만큼 배운 사람들이

"뭐, 그 깟일로 그래?"라고 하는 사람도 많이 보았다.


셋째, 피해자가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으면

아무도 그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피해자인 지인은 그냥 그 사람을 적당히 피해서 사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너무 가까이에 있다.

그 사람의 소식을 전해주고, 가끔은 만나야 할 일마저 생긴다.

오히려 피해자가 숨어야 하는 일마저 생긴다.


생각해보면, 나도 그 사람의 폭력에 피해자였던 적이 있었고,

그 때 당시에 그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인생이 생각보다 길다는 걸 요즘 알게 된다.

그 사람의 행동은 제지되지 않아서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넷째, 녹음기를 켜라.

녹음기를 켜고 그 사람이 때렸다는 증거와 증인을 확보하라.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사람이 그 일에 대해서 말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그 증거로 여러분은 고소를 할 수 있다.

고소를 하면 최소한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한 번 받아야 한다.

여러분이 피해자가 된다는 것은 비겁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을'이 아니라 '갑'으로 만들어준다.


다섯째, 혈연관계, 그건 아무 것도 아니다.

혹시 당신에게 폭력을 행사한 사람이 혈연관계라면,

절대 그 사실 때문에 약해지지 말아라.


이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이다.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이 손 버릇이 안 좋다면,

당신이 사랑할지도 모르는,

혈연관계에 있는 다른 사람들 역시 잠재적인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싸우지 않으면 그 일은 또 일어난다.



시간이 지나서,

나는 나중에 관련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오랫동안 보아왔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은 그 사건을 조용히 은폐하고자 알게 모르게 이런 저런 노력을 했다.

방조자는 술자리였다는 이유로 자신에게는 아무 책임이 없음을 논박했다.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던 나는 내 지인의 편을 들어 "가해자가 나쁜 짓을 했다"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오히려 공격을 당했다. 이건 참 어이가 없다. 나쁜 행동을 한 사람을 나쁘다고 했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오히려 나에게 비난의 화살을 보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다시 모이면,

사회정의에 대해서, 저 멀리 있는 나쁜 사람들을 욕했다.

한번도 만나본 적도 없고, 자신의 생활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은

정치인을 비난했다.


아직도 왜 사람들이 그렇게 가상공간에서 사는 것처럼 사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가장 중요한 일은 나에게 일어나는 일이고, 나의 가족, 나의 친구의 일이 가장 중요하다. 저 멀리서 정의가 실현되고 있든지 말든지 그건 나중에 투표할 때 응징할 일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이 사건을 통해서 깨달은 것은

양심적으로 살려면, 평소에 '용기'를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시간에 지체 없이 일어나서 사건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이 용기이다.


그 '용기'를 평소에 준비해두어야 한다.



나를 포함한 폭력의 피해자가 되었던 많은 사람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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