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단 한 곳을 가야 한다면 : 대전 한밭수목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 비에 흠뻑 젖은 흙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한 걸음 발을 떼어내면 개구리 소리가, 또 한 걸음을 떼어내면 재잘대는 참새 소리가 아침 적막을 걷어낸다. 조용조용한 발걸음은 사뿐사뿐 새들의 음률에 박자를 맞춘다. 한 줄로 타원을 그리듯 줄지어 있는 나무들은 하늘을 향해 손을 뻗어 그늘을 만들어 놓았다. 주변의 낮은 나무들은 큰 나무들과 어우러져 함께 숲 속의 기운을 내뿜는다. 은은한 향기에 그 잔잔한 고요함에 취하듯 걷고 또 걷는다.
얼마나 걸었을까?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한다.
수목원의 가장자리에 있는 산책로를 따라 크게 걷던 나의 발걸음은 방향을 바꾼다. 중심부로 향해 들어가다 보면 하늘을 가리고 있던 나뭇가지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춘다. 상큼한 향기가 만발한 꽃밭을 지나면 그곳이 나타난다. 따사로운 아침 햇살을 온몸으로 맞으며 반짝거리는 작은 호수다. 연꽃들은 자신만의 공간을 자신만만하게 차지하며 호수 한쪽에서 꽃들을 피워댄다. 호수 주변에는 몇 개의 벤치들이 있다. 그중의 내가 가장 선호하는 것은 흔들 벤치다. 다행히 아직 이른 아침이라 먼저 차지할 수 있었다. 지친 몸을 맡긴다. 반복되는 작은 흔들림은 마음에 편안함을 전해주기에 충분하다. 흔들리는 시선은 호수의 건너편으로 향한다. 시선 안으로 초록의 싱그러움이 한 치의 빈틈없이 가득 채워진다. 충혈된 눈의 피로는 금세 치유되고 눈은 시원해진다. 살랑이는 바람이 전해 주는 시원한 공기는 나에게로 들어와 숨을 쉬는 동안 편안함을 전해준다. 피톤치드 요법이 따로 없다.
대전 한밭수목원.
지친 마음을, 지친 육체를 한 번의 방문으로 치유받을 수 있는 선물 같은 장소다.
2년 전 대전에 처음 이사와 처음 방문한 수목원에 매료되었다. 그 이후로 이른 아침 아이들을 학교에 내려주고 핸들을 돌려 자주 오는 곳이 되었다. 학교에서 5분 거리에, 집에서부터 15분 거리에 위치한 대전 한밭 수목원은 중심가에서 가까워 접근성이 좋다. 수목원 안에는 진귀한 천연물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천연물 센터가 있다.
천연기념물센터 전시관은 천연기념물과 명승에 대한 전시와 교육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증강현실(AR) 체험, 검색 키오스크, 영상실 등을 통하여 독창적인 체험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천연물 센터에서 주차장으로 발걸음을 돌리면 열대 식물원이 있다.
한밭수목원 열대식물원(연면적은 1,600㎡)은 맹그로브원, 야자원, 열대 화목원, 열대우림원의 4개 주제원으로 구성되며, 리조 포라 속 식물 등 198종 9300여 본의 열대식물과 아열대 식물들을 심어 기르고 있다. 특히, 국내 최초로 열대나 아열대 지방의 갯벌이나 하구에서 물속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며 줄기와 뿌리에 많은 호흡근을 가지고 있는 맹그로브 식물들을 볼 수 있는 맹그로브원을 조성하여, 21종의 맹그로브 식물들을 심어 기르고 있다.
서쪽 수목원과 동쪽 수목원 사이에는 커다란 광장이 가로질러 있다. 수목원 앞쪽으로는 대전 예술의 전당, 대전 시립미술관, 이응로 미술관이 있다. 유명 작가의 전시나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자연의 품속에서 예술을 생각해 보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대전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 딱 한 장소만 방문할 수 있다면 추천해 주고 싶은 곳이다. 방문할 때마다 다른 느낌을, 다른 생각을, 그리고 다른 마음을 전해주는 나에게 최적의 힐링 장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