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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여우 Aug 10. 2024

손원평&만물상, <위풍당당 여우 꼬리 5>

푸른여우, 하루하나 / 몰입감 있는 무대, 주제는 조금 이질적이나

추천 지수는 ★★★★ (8/10점 : 38면에 여우 후드를 쓴 단미가 무진장 귀엽습니다)


"난 평범한 게 좋아. 이 세상에 특별한 것만 있다면 너무 피곤할 것 같다고. 난 내가 평범하다는 사실이 

    만족스러워." / "아직도 네가 평범하다고 생각해?" (p.39)


"쉽다고 생각하는 것 앞에 강한 유혹이 들어오면 갈등하게 되지." (p.52-53)


"나만의 무대라고 말한 적 없어. 그렇게 생각한 적도 없고. 단지 더 진지하게, 열심히 하려고 한 것뿐이야. 그것도 잘못한 거니? 뭔가 잘못돼 가고 있는 걸 가만히 지켜보고 기다리기만 하는 게 잘하는 거고?" (p.97)


   미래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필수로 참여해야 하는 연극에 참여하게 된 단미. 그러나 연기 욕심이 없는 단미는 대충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무대에서 다섯 번째 꼬리의 노래를 들은 단미는 멋지다는 말을 전달하고, 다섯 번째 꼬리는 멋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힌트를 주고는 사라져 버립니다. 무대를 준비하면서 점차 삐걱거리는 반 아이들과, 단미가 엄마로부터 받은 여우구슬을 노리는 도래아, 그리고 뭔가를 알고 있는 듯한 등장인물까지......?


   등장인물 간의 케미로 촘촘한 구성을 만들어내다

   손원평 작가님이 글을 쓰고, 만물상 일러스트레이터님이 그림을 그리신 <위풍당당 여우 꼬리 5>입니다. 꼬리의 역할이 달라지는 등 전개 비틀기에 상당히 힘을 썼던 전편과는 다르게, 이번 편은 기존 전개의 왕도를 따르는 한편으로 앞으로의 전개를 위해 소재들을 빌드업하는 느낌이 강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이번 편에서는 '조화'라는 키워드가 강조되는 만큼, 등장인물 간의 케미가 다른 편보다도 상당히 쏠쏠하게 읽혔습니다.

   반에서 준비하는 연극인 만큼 등장인물들이 상당히 많은데, 아이들이 연극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고, 작품 내에서 어떤 대화를 주고받았는지가 읽고 난 다음에도 뚜렷하게 생각이 날 정도로 상당히 분별 있게 인물관계가 꾸려져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서로 갈등을 빚고 화해하는 일련의 과정도 인상 깊게 와닿았고, 특히 본편의 주역이라고도 볼 수 있는 배윤나의 행동은 매우 인상적인 클라이맥스를 만들어줬습니다.


   시리즈 후반부를 기대하게 만드는 다양한 소재들의 빌드업

   앞서 말씀드렸듯 <위풍당당 여우 꼬리> 시리즈도 어느덧 중반부에 접어든 만큼, 이번 편은 향후 전개에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는 요소들이 대폭 등장했습니다. 엄마로부터 받은 여우구슬과 그것을 탐내는 그슨새 도래아의 행동. 중요한 무대를 앞두고 능구렁이같이 거래를 요구하는 도래아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긴장감을 줄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리고 예기치 못한 등장인물이 단미의 정체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는 듯 이야기하는 장면까지, 앞으로의 전개를 기대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요소들이었네요. 개인적으로는 옛날에 <부탁해 마이멜로디> 같은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다음 편을 기다렸던 감정을, 성인이 되어서 다시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멋'과 '조화'의 연결은 조금 아쉬운

   이렇듯 장점이 많은 5권이었습니다만, 정작 본편에서 '멋'이라는 주제가 '조화'와 잘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은 다소 아쉬웠습니다. 무대를 꾸려가면서 아이들이 겪는 갈등과 화해를 보여줌으로써, '조화'의 중요성은 작품 내에서 충분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다섯 번째 꼬리는 '멋쟁이 꼬리'임에도 불구하고, '멋'이랑 '조화'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는 다소 추상적으로 제시된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작품 내에서 물론 여우 꼬리의 입을 통해 멋이란 무엇인지가 지속적으로 언급되며, 어느 곳에서든 자신만의 색깔로 어울리는 것이 멋이라는 말이 등장하는 등 '멋'과 '조화'를 연결 지으려는 시도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흔히 '멋'이라는 단어에서 떠올리는 이미지와 '조화'가 주는 어감은 이질적이고, 그것을 연결 짓고자 한 것이 작가의 의도였을 것으로 추정됨에도 불구하고, 작품에서는 결론적으로 둘의 이질감을 해소해주지는 못했다고 판단됩니다. 그 이유는 사실상 본편에서 여우 꼬리의 비중이 아이들의 화해와 갈등, 소재들의 빌드업에 밀려 줄어듦으로써, '멋쟁이 꼬리'가 '멋'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많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네요.

   그렇기에 전작에서 여우 꼬리가 존재감을 뚜렷이 드러내고, 이것이 주제 전달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과는 별개로, 이번 편의 꼬리는 작품 내에서 존재감이 다소 약화됨으로써 '조화'와 '멋'이라는 키워드를 연결 짓기에는 다소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여우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동물이란다." (p.40)


   이러한 한계도 분명히 존재하나, 이번 편의 전개는 전작들처럼 여전히 몰입감 있게 진행되었습니다. 작품이 멋지지 않았다면 단미 어머님의 이 말이 큰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겠죠. 5권까지 이어지는 본 시리즈를 읽으면서 마주한, 귀여운 그림체와 함께 촘촘한 구성은, 앞으로 이 시리즈가 4권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쉽게 느껴지게 할 정도였어요.

   소, 솔직히 작품 내에 등장하는 노래는 조금 오그라드는 것도 사실이지만(가사 자체를 노래로 어떻게 부를지 상상이 잘 가지 않았던 탓도 있는 듯합니다), 그래도 이처럼 몰입감 있는 소설을 매번 선사해 주시는 것은, 점차 감정이 메말라가는 저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감사한 일입니다. 

   사족인데, 미니 포스터북은 왜 1~5권 세트로 사야만 주는 걸까요... 1~5권을 이미 갖고 있는 입장에서 가장 탐나는 굿즈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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