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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여우 Jan 09. 2022

<리더의 상상력>, 심용환

푸른여우의 냠냠서재 / 서포트는 아쉬워도, 시대를 입체적으로

추천 지수는 : ★★★☆ (7/10점 : 스토리텔링은 아주 탁월합니다)

   ★ 그러나 정치가에게 사실의 인과관계는 중요하지 않다. 정치적 승리가 새로운 논거를 만들고, 그것을 중심으로 지지자들이 결집하면 권력을 향해 앞으로 내 달리기만 하면 된다. (p.63-64)


   ★ 개혁은 단순한 선례여서는 안 된다. 하나의 개혁은 연속적 인과 구조로 바뀌어서, 집권자가 물러난 후에도 후임자에 의해 이어져야만 한다. (p.125)


   시시각각 변화하는 대한민국의 사회에 대해서 저자는 '김영삼과 김대중의 시대'가 '21세기 대한민국에 가장 크고 분명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p.7)'고 이야기합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새로운 리더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저자는 두 리더의 상상력을 되짚어가면서 독자들이 현대 사회에 대해 좀 더 잘 이해하고, 나아가 정치에 대한 새로운 열망이 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근현대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다

   사회와 정치를 다룬 서적들이 가장 빛나는 경우는, 단순히 책의 목적이 정치적인 목적, 즉 누군가를 까내리면서 생기는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아니라, 그 역사를 좀 더 입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김영삼과 김대중의 시대'를 그들이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과정에서부터 재벌 개혁, 관료 문제 등 '마지막 도전'으로 책에서 지칭하고 있는 정책들을 소개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시대를 둘러싼 다양한 문제들을 개인의 의견에 따른 것이 아니라, 주로 다양한 자료를 기반으로 설명합니다. 

  비록 정치를 다룬 책들의 특성상 저자 개인의 성향을 완전히 배제하고 사회의 흐름을 논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겠습니다만(그것은 어떻게 보면 역사책으로 장르가 바뀌는 셈이 되겠지요), 읽으면서 느끼는 생각은 적어도 이 책이 역사 공부 당시에는 짧게만 배웠던 지식들을 확장하고, 근현대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독자들에게 제시하는 데에 성공했다는 점입니다.


   구성과 가독성에 있어서의 아쉬운 서포트

   그런데 저자는 책의 목적을 일차적으로는 두 대통령의 시대를 되짚어보면서 독자들이 오늘의 현실을 조금 더 잘 이해하는 데에 두었습니다. 그리고 이차적으로는 정치와 세상에 대한 새로운 욕망을 독자들이 꿈꿀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두 가지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있어서 책의 구성과 가독성은 생각보다 제대로 된 서포트의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아쉬움이었습니다.

   책은 두 리더와 연관된 근현대의 연표를 제시한 후, 두 리더의 행적과 그에 연관된 사회상을 시간순으로 전개합니다. 이 과정에서 활용되는 연표는 초록색 바탕에 회색 글씨로 작게 쓰여 가독성이 떨어지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는 두 리더의 행적은 지나치게 많은 소제목으로 구분되어 있어 다소 난잡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저자의 문체는 문장이 명사로 끝나다가 동사로 끝나는 등 마치 강의록처럼 구어적인 문체가 주를 잇는데, 이러한 문체를 해당 책이 효율적으로 소화하고 있다는 느낌은 조금 적어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궁극적으로, 저자가 제시한 것처럼 독자들이 오늘날의 현실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책을 읽고 책의 내용을 잘 이해하는 것이 먼저가 되어야 할 텐데 이러한 목적 달성에 있어서 책의 구성은 난잡하다는 느낌이 다소 있어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독자들은 과연 정치에 대한 새로운 열망을 지닐 수 있는가?

   설사 일차적인 저자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하더라도, 이차적으로 독자들이 정치에 대해서 새로운 열망을 지닐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저는 조금 의문이 있었습니다. 본 책이 '김영삼과 김대중의 시대'를 이야기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어서 두 리더의 집권 시기가 오늘날의 정치와 어떻게 연관이 있는지는 짧게 묘사되어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인상은 두 리더의 과감한 결정과 상상력에 대해 논의한 책이라는 것이 강했습니다. 만약에 저자가 이차적인 목적을 적극적으로 달성하기를 원했다면, 하나의 목차를 만들어서 두 리더의 시대가 오늘날의 시대와 어떻게 연관성을 지닐 수 있을지에 대해 다루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물론 살아 있는 생물에 대해 조사하는 것이 가장 어렵듯, 현대 정치 사안을 논하는 것은 이미 지난 두 시대의 흐름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독자들이 단순히 두 리더의 시대를 이해하는 것을 뛰어넘어 새로운 정치에 대해 열망을 지니도록 이끌고자 한다면, 지금의 흐름으로는 무언가 빠진 듯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대해서 제가 다소 호의적인 이유는, 각양각색의 자료들을 활용하여 근현대의 시기를 재밌게, 또한 인상적으로 논하고자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정치를 소재로 한 서적은 쉽게 일반적인 서적의 목적성을 벗어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의 경우에는 저자가 두 리더가 연관되어 있는 시대상을 논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리더의 결단력, 상상력이 실제로 어떻게 발휘되었는지를 가시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리더를 목표로 하는 독자들에게 훌륭한 참고서로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은 점이었습니다. 물론 책의 구성에 대해서 아쉬운 점은 다소 있었습니다만, 김영삼과 김대중의 시대, 그리고 두 리더의 상상력을 저자는 효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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