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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여우 Aug 27. 2022

꿈을 가진 두 사람의
기분 좋은 항해

푸른여우의 냠냠서재 / <바다 위에도 길은 있으니까>, 전소현·이선우

추천 지수는 ★★★★☆ (9/10점 : 읽으면 안다. 두 분 다 정말 멋지시다.)


   ★ 소중한 추억은 험난한 인생길에서 그만큼의 힘을 발휘한다. (p.74)


   ★ 뭐든지 잘하려면 공부가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진리는 돈에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p.180)


   ★ 하지만 주어진 환경과 상황을 탓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어차피 이 일을 그만둘 게 아니라면 어떻게든 적응하는 건 자기 몫이다. 분노하고 실망하고 원망하며 시간을 보내면 거기에 쏟아부은 감정과 에너지만 아까울 뿐이다. 그럴 시간에 오히려 스스로 바꿀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p.241)


   '선우'는 어느 날 스물다섯 살 선박 기관사 '소현'을 만납니다. 배 위에서 3등 선박 기관사로 생활하는 그녀의 독특한 일상과 자신만의 꿈을 펼쳐나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문득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는데요. 학창 시절 나름 공부를 잘했으나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그러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바다에서 자신의 길을 찾은 '소현'의 이야기를 엮었습니다. '소재는 있는데 글을 써보지 않은' 소현과 '글은 써봤는데 마음에 드는 소재가 없던'(p.11) 선우의 조합이 주목할 만합니다.


   바다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다

   전소현 기관사님이 소재를 제공하고, 이선우 작가님이 글로 옮긴 <바다 위에도 길은 있으니까>입니다. 처음에 책을 집었을 때 내용이 많이 궁금했는데요. 배 위에서의 전반적인 생활은 어떨지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고, 여성으로서 선박 기관사의 길을 선택한 전소현 기관사님이 과연 어떤 분이실지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습니다. 

   책에서 작가님은 뛰어난 필력을 바탕으로 인물이 살아온 생애와 직업의 생활상을 있는 그대로, 재미있게 엮어주셨습니다. '소현'이 해양대학교에 입학하면서 느낀 감정들, 데이터도 잘 터지지 않는 배 위에서의 생활, 여기에 바다 위에서의 연애, 덕질 등등 공식적인 인터뷰에서 잘 볼 수 없을 법한 사사로운 일상들도 그려지고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브런치 작가와 선박 기관사, 두 사람의 탁월한 조합

   책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지만 공동 작가로 표기된 두 사람의 조합이 상당히 탁월했습니다. 프롤로그에 밝힌 대로, 한 사람은 '소재는 있는데 글을 써보지 않은' 3등 선박 기관사이며, 다른 한 사람은 '글은 써봤는데 마음에 드는 소재가 없던' 브런치 작가입니다.

   이러한 전략이 이 책을 읽기 좋은 책으로 만들어주었는데, 일단 소재를 제공하는 사람과 글 쓰는 사람이 따로 존재하기 때문에 개인의 가치관에 치우친 부담스러운 에피소드가 존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에세이의 단점 중 하나가 본인의 이야기를 쓰다 보니 자칫 독자들에게 통하기 힘든 부담스러운 견해를 전달할 수도 있다는 점인데, 이 책은 소재 제공자와 편집자가 서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적당히 거리를 유지한 채로 '소현'이라는 인물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언니'를 써 내려간 작가의 탁월한 치고 빠짐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전소현 기관사님 본인이 쓰신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가는 '소현'의 시점에 거의 완벽하게 빙의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간에 '소현은'으로 시작하는 문장을 읽을 때에야 비로소 이 책이 인터뷰를 바탕으로 쓰인 글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선우'가 '소현'을 바라보는 시선 덕분이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했습니다. 프롤로그에서 '선우'가 '오늘부터 소현은 내게 '언니'다'(p.20)라고 말한 바가 있는데, 언니라는 단어는 동질성과 존경의 의미를 동시에 포함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선우'는 자신과 같이 학창 시절에 일정한 불행을 겪은 '소현'에게 동질성을 느끼면서, 동시에 젊은 나이에 꿈을 개척해나간 '소현'을 멋있다고 여깁니다. 이와 같은 시선이 '빙의'를 가능하게 했을뿐더러, 이 책을 과도한 찬양이 아닌 순수한 존경의 의미만을 담은 알맞게 읽기 좋은 글로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선우'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만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며 무대에 비유하자면 사회자 역할을 수행하는데, 본문에서는 무대 뒤로 숨어 '소현'을 연기함으로써 독자들이 오로지 본편인 해양 위에서의 생활상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이끌었습니다. 각 에피소드에 대한 '선우'의 의견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독자들은 주도적으로 작품의 내용을 수용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이러한 치고 빠짐이 탁월했기 때문에 에세이적인 성격을 지닌 이 책을 읽으면서도 부담스러운 느낌이 전혀 없었고, 그러면서도 두 작가가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꿈에 대한 의식은 설득력 있게 전개되어 인상 깊은 글을 만드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바다는 더 넓은 세상으로 가기 위한 디딤돌이다. (p.294)


   에세이와 인터뷰 기록의 성격을 두루 갖춘 <바다 위에도 길은 있으니까>는 멋지게 자신의 삶을 가꿔나가고 있는 두 지은이의 조합이 만들어낸 기분 좋은 책이었습니다. 구성에 있어서 에피소드의 구분법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는 점 등 사소한 아쉬움은 있습니다만, 읽으면서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며 또한 꿈으로 인해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인상 깊게 전달될 구절도 많아,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바다가 '소현'에게 있어서 하나의 디딤돌이 된 것처럼, 이 책도 독자들이 보다 넓은 세상으로 시선을 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디딤돌 역할을 수행해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저희 서재에서 추천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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