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동화가 생각난다.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라는 것을 알게된 한 사람은 그것을 누구에게라도 말하고 싶었는데, 들을 사람을 없을 것으로 생각되는 곳에서 크게 외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다~!"라고.
갑자기 이 이야기가 생각난 이유는 나도 글쓰기를 통해서 나 자신을 표현하고 싶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00대나무숲 같이 일면식 없는 사람들이 지나가는 공간에서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크게 외치고 싶었다.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작성하고 있지만 나를 실제적으로 아는 사람들이 이웃인 상황에서 나는 내 자신을 솔직하게 풀어놓을 수 없었다. 무언가 그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어야 하고 에피소드 등에 대해서 풀어놓을 때 이것에 대해 읽고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떡하지? 란 걱정이 있었다.
나를 있는 그대로 풀어놓고 보여주고자 하는 갈망은 그렇게 글쓰기로 귀결되는 것 같다. 마치 배가 고플 때 딱히 뭐가 먹고 싶은건 아니지만 괜히 익숙하고 정겨운 식당으로 향하는 것처럼, 브런치를 기웃거린다. 나를 작가로 받아주고 글쓰기를 내어주는 공간. 마음껏 글을 써도 좋다는 허가를 받고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무엇을 쓰고 싶은 건인지도 모른채 그저 열심히 써서 책을 내고 싶다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작가 = 책 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목표 세우기를 좋아하지만 그것을 실천해 내는 끈기가 매우 필요한 사람이었다. 처음의 시작은 미션으로 글쓰기를 해야만 하는 프로젝트를 통해서 글을 작성했는데, 끝에 가서는 글의 분량이 부족해 블로그에 적었던 글을 끌올해서 미션을 완수했다. 이곳저곳 면밀히 살펴보면 부족해 보이는 부분 투성이여서 왠지 다시 보고 싶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세상 한 권 밖에 없는 그 책은 책꽂이에 소중하게 꽂혀 있지만 왠지 그런 글을 또 양성해 낼까 하는 마음이었다.
나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목소리가 내 안에서 울리는데, 그리고 브런치도 기웃거리기도 하는데, 작심삼일을 반복하는 이 고리를 어떻게 끊어내고 글을 써내려갈 수 있을까? 고민했다. 다시 뭐라도 끄적이자는 마음이 올라오는 지금 지난 시간을 반추해 보니 부족함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자신의 가혹함이 원인이었다. 초안이었고 부족한 부분이 당연히 있을 수 있는 것이었는데, 처음부터 계속 읽고 싶은 글을 써내지 못했다는 마음.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나는 천재가 아니고, 헤밍웨이도 퇴고를 수십번이나 거쳤다는데 내게 너무 큰 잣대를 들이대고선 꿈에 부풀어 있는 순수한 마음을 그대로 둔 것만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목차를 세워보기도 하고, 다른 강연을 들어보기도 했지만 결국은 계획한 대로 이뤄내지 못했을 때 오는 자괴감만 남을 뿐이었다. 몇 번 써보고서는 두서가 없는 것 같다며. 또 다른 주제를 잡자니 일상에서 그런 주제를 찾으려는데 쓰는 에너지가 충분치 않았다. 그래도 괄목한 만한 것은 이런 저런 부분 부딪혀 보면서 어떤 마음으로 나를 대해줘야 글을 꾸준히 쓸 수 있을까를 알아간다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가혹한 기준을 주지 말고 쓰고 싶다면 일단 무엇이라도 쓰는 것 그 자체를 응원해주고 싶다. 그것이 지금의 글린이의 입장에 서있는 나에게 가장 알맞는 메세지이다.
뭐라도 일단은 나 자신을 세상 가운데 내어놓는 용기. 그것을 꾸준히 붇돋아 주고 싶다. 몇 편을 쓰자, 일정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자는 것보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생각들을 그저 나열해 보자. 그리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글쓰기와 함께 기록해보자.
다짐을 몇 번이고 해도 괜찮다. 다짐을 넘어 글의 흐름이 생기는 임계점을 넘을 때까지 응원을 계속 해줄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