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글을 쓰기로 다짐하고 직장 에세이를 적었더랬다. 직장을 다니다 보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그곳에 쏟기 때문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직장에서 들었던 생각, 다시금을 마음을 고쳐먹었던 일 등... 여러 가지 상황들이 소스가 되었다. 언제까지 이 직장을 다닐 수 있을지, 그리고 언제까지 다녀야 하는지, 지금 그만두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될 수 있는 한 더 다니는 것이 좋은지. 그 타이밍을 알지 못한 채 속절없이 시간만 흘러갔더랬다. 당시 제일 많이 보던 유튜브 영상은 드라마 미생이었다. 원인터에 다니다가 퇴사하고 자영업에 도전했지만 마트가 들어서면서 가게문을 닫게 된 사람의 에피소드가 잠시 나왔다. 그 영상의 댓글의 내용은 크게 두가지였다.
하나는 회사가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다. 계획 없으면 버틸 때까지 버텨라, 라는 의견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더 이상 못다니겠으면 나오는 것이 맞다, 다른 사람들 말듣다가 탈나지 말고 소신있는 선택을 해라, 라는 것이다. 양쪽의 의견을 보면서 어느 쪽의 의견이 맞다고 하기는 어려웠다. 각자의 경험이 녹아든 말일테니 말이다. 이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것이 맞을지, 아니면 그만두는 것이 맞을지는 내 선택에 달려있었다. 이 회사는 왜 망하지도 않고 계속 굴러가는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에 내 몸만 맡기고 있었다.
그러다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도화선이 된 사건은 있었지만, 그 전부터 직무에 대한 고민과 이 회사에서의 성장가능성을 계속 고려해 왔던 것이 터진 듯 했다. 주변인의 의견을 구해보자 싶어서 이야기를 했는데 다들 욕 한 번 시원하게 하고 나오라거나, 아니면 차분하게 너가 느꼈던 부당함을 이야기하라는 것이었다. 누구에게 싫은 소리도 못하고 긁어부스럼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그저 듣고만 있다가 그냥 내가 자리를 피해버리는 성격인지라 차마 그러한 피드백?을 시행하지는 못했다. 내 식대로, 내가 행해왔던대로 풀어나갔다.
이 회사를 얼마나 다니려나 싶었는데, 2년이란 시간이 훌쩍 흘렀다. 그래도 그 시간을 무시 못하는지,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 고민하는 와중에도, 말한 후에도 마음이 숭숭했다. 일단 말하고 나니 생각보다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 했다. 사무실에 출근하는 동안 책상에 어지러이 널려놨던 물건도 야금야금 치웠다. 직원들과 얼굴을 보는 마지막날에는 간단하게 송별회식을 하려고 했는데 결코 간단하게 끝나지 않았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나는 술을 안 하지만 마지막 날이니만큼 권유한다면 한잔정도는 마실 생각이었다. 처음에는 사이다, 콜라 등 탄산음료를 주문해주었는데 그들은 맥주, 소주 주종 가리지 않고 마셨다. 회식 때마다 익숙한 풍경이었고 술 취한 사람들의 날 것의 모습을 보는 것을 힘들어해서 중간에 슬쩍 빠지고 그랬다. 그날은 그래도 자리를 지키고자 했다. 점심 회식이기도 했고 그들의 오후 계획도 들었기 때문에 간단하게 정리되겠구나 싶기도 헀다. 하지만 술이 들어가는 순간 그것을 누가 말리겠는가. 술 마셔서 말이 많아진다거나 했던 이야기를 계속 한다거나, 본인은 멀쩡하다고 하지만 누가봐도 사소한 주제에 목숨걸고 논쟁을 펼치는 모습이나 어찌보면 재밌기도 한데 그 이상을 넘어버리면 할말이 없다.
이 회사를 거친 사람들은 대표부터 시작해서 정말 술을 잘 먹거나, 좋아하거나 어떤 이유든지간에 쭉쭉 마시는 사람들인데 그럴 때마다 취한 자들의 행태를 보았다. 그리고 세상에는 나이를 나보다 많이 먹었다고 해서 다 어른이라고 부를 순 없다는 것도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직원이 술에 취해 선 넘는 행동을 하는데, 누가봐도 말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긁어 부스럼 만들고 싶지 않아 한 마디도 못한 채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모습도 자주 봤다. 부당한 말들 들어도 표정 굳히지 말고 술자리에서는 그저 웃으라는 이야기도 듣고, 생각해보면 쉽지 않았다.
이런저런 스트레스 속에서 미적지근한 내 태도에 확신을 주려고 하는 듯, 귓가에 정확한 딕션으로 때려박는 욕을 듣고 난 다음, 마지막날 송별회에서 결국 취해버리고 만 자들의 난리부르스에 그날도 먼저 귀가하는 것을 택했다. 마지막은 아름답게 포장할 수 있으려나? 싶었지만, 결국은 이 회사다운 마무리구나 싶었다.
그렇게 2년이란 시간이 정리되었다.
퇴사를 말할 때, 나에게 이 회사를 그만두고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묻는 질문에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물론 그럴 깜냥이 아직 못되는 것도 알지만 차근히 내 계획을 말했다. 하지만 이 계획이 그들의 귀에는 '오 좋다!'보다는 '과연?'이라고 들리는 것도 안다. 걱정되어서는 하는 말이라고 하면서 온갖 어두운 미래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저 내 길을 걸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