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 내담자가 나를 찾아왔습니다.
물론 욕을 하거나 막무가내로 구는 분은 아니었고,
그저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들어달라는 분이었기에
담담하게 귀 기울이려 했습니다.
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속으로는
‘음… 안 억울하실 수도 있겠는데요’
하는 생각이 슬며시 자리 잡았습니다.
그래도 이성의 끈을 붙잡고, 차분하게 답변을 이어갔지요.
내담자가 말하는 억울함의 핵심은
현장 관리자와의 오해로 인해 퇴직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어떻게 그런 일이…’ 하고 속상하다가도,
계속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쪽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가더군요.
내담자는 나이가 적지 않았고,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파서 힘든 일은 못 하겠다고 했습니다.
관리자분에게도 “나이 들어보면 알 거다”라고 말씀하셨다고 했습니다.
그 부분은 십분 이해됩니다.
하지만 만약 해당 내담자를 그런 이유로 배려한다면
그 몫까지 다른 사람이 떠안아야 합니다.
무조건적인 배려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여쭈었습니다.
“허리도 아프시고 다리도 아프신데,
계속 업무가 가능하시겠어요?”
그러자 내담자는
“지금은 괜찮다, 이번 오해만 풀리면 뭐든 할 수 있다”며
간절한 마음을 표현하셨습니다.
그 마음,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는 해당 상황을 겪은 당사자가 아니기에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제삼자의 입장일 뿐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권유드렸습니다.
“건강이 염려되어 그랬을 수도 있으니,
잠시 쉬시면서 허리와 다리에 부담이 가지 않는 일을
자격증 등을 통해 준비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러자 내담자는
“내가 이 나이에 무슨 자격증이야 아가씨는 그러지 말고 상담원은 장애인들이나 하는 거라고 들었는데,
그런 일 말고 공무원을 하라”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저는 조용히 말씀드렸습니다.
“다른 상담이 밀려서 더 이상 통화를 이어가긴 어렵습니다.”
상담 초반엔 오해라고 여겼던 것이
그 순간부터 의심에서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고작 한 시간 상담한 나에게 던진 무례를 보면,
몇 달 동안 관리자에게 얼마나 알음알음 무례가 쌓였을지
짐작되고도 남았습니다.
그래서 속으로,
그 관리자분께 조용히 응원을 보냈습니다.
게다가 이후에는
자신의 억울함을 증명하고 싶다며
관리자 분을 직접 찾아가겠다는 문자까지 보내셨습니다.
그 문자를 보고, 저는 조심스럽게 답했습니다.
"그런 행동은 사원님의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조언을 드린 후,
저는 해당 상담을 완전히 종료했습니다.
고작 한 시간의 상담이었을 뿐인데,
너무 지쳐서 녹초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가끔 이런 날도 있지 하고
훌훌 털어낼 수 있는 단단함은 생겼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