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기 너머로 삶을 엿보다

by 길잃은 바다거북

장애인 채용으로 상담원 일을 한 지 1년 반쯤 되었는데,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할 기회가 많은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객센터가 아니라 상담 업무이기에, 흔히 말하는 '진상'은 없고 해프닝 같은 일들만 가득하다.

"000님 맞으신가요?" 하고 본인 확인을 하면, "보이스피싱 아니에요?" 하고 되묻는 분들도 있다. 필요 서류 같은 절차가 낯선 사회초년생들의 의문도, 그 안에 담긴 푸념도 듣는다.

나는 여성 상담원이고 목소리가 조금 어린 편이라, 막장 드라마 같은 해프닝을 겪은 적도 있었다. 어느 날 한 남성분께 전화를 걸었는데, 여자친구분이 받으셨다.

“뭐 하는 X이야?!”
날카로운 말이 돌아왔지만, 상담자 본인이 전화를 다시 받아 거듭 사과했고, 전화를 끊지 않은 채로 나를 두고 두 사람은 싸우기 시작했다.
나는 조용히, “저… 통화 종료하고 싸우시면 안 될까요…”라고 말했지만, 끝내 끊지 않으셔서 “먼저 끊겠습니다” 하고 통화를 종료했다.

상담 전화 속에는 삶이 짙게 담겨 있다. 어린 목소리를 가진 상담원과 통화하며 가족을 엿보는 사람도 있고, 바쁜 시간을 내어 문의를 하면서도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분도 있다.

“죄송하실 건 없죠. 편히 문의하셔도 됩니다.”

사회초년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열심히 공부도 했지만, 여전히 예비군 관련 업무는 어렵다.
“공가 관련 서류는 언제 줘요?”라는 질문에,
“그러게요. 끝나면 주지 않을까요? 서류받고 도망갈까 봐…”
라고 농담 섞인 답을 드리기도 한다.

“저도 잘 모르니 좀 더 노력하겠습니다.”
하고 꾸벅 인사를 하지만, 아직도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는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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